마스크 품귀 현상 해결 후 뒤늦게 도착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아베노마스크

뒤늦게 도착한 아베노마스크(아래). 가로 길이 약 13센티미터로, 일반적인 일회용마스크보다 상당히 작은 크기임을 알 수 있다. 신축성이 없어 아래위로 늘어나지 않아 세로 길이 역시 사진으로 보여지는 크기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뒤늦게 도착한 아베노마스크(아래). 가로 길이 약 13센티미터로, 일반적인 일회용마스크보다 상당히 작은 크기임을 알 수 있다. 신축성이 없어 아래위로 늘어나지 않아 세로 길이 역시 사진으로 보여지는 크기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사진=최지희기자)

5월 13일, 드디어 화제의 ‘아베노마스크’가 도쿄 메구로(目黒)구의 자택에 도착했다. 마스크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은 물론 아니지만, 워낙 화제가 되고 있어 실물을 접해보고 싶던 참이었다. 도쿄 내에서도 감염자수가 가장 많은 세타가야(世田谷区)구 등에는 지난 4월 말경 우편을 통해 각 가정에 전달됐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들은 이제서야 마스크가 도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불과 얼마전 까지만 해도 극심한 마스크 품귀 현상에 시달려야 했다. “도대체 어디 가면 마스크를 구할 수 있냐”는 아우성에도 좀처럼 시중에서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임시방편으로 수제 마스크를 만들어 착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덕분에 마스크를 만들기 위한 미싱의 판매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2~3월의 수주 대수가 전년 동기대비 30% 이상 증가한 업체가 생겨나기도 했다.

타피오카 전문점에서 타피오카 대신 마스크를 전문으로 판매하고 있다. 50개들이 1상자 가격이 2800엔까지 떨어졌다.
타피오카 전문점에서 타피오카 대신 마스크를 전문으로 판매하고 있다. 50개들이 1상자 가격이 2800엔까지 떨어졌다. (사진=최지희기자)

술집이나 환전소, 타피오카 전문점, 그리고 정체모를 단발성 매장에서 비싼 가격에 마스크를 풀어놓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50장들이 마스크 1상자를 우리 돈 약 5만원 가량에 파는 곳도 등장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아베신조(安倍晋三) 정부는 거액을 들여 천 마스크 배포 사업에 나섰다. 그런데 해당 사업이 곳곳에서 문제를 드러내면서 ‘아베노마스크’는 아베 정권의 실패한 코로나19 정책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천 마스크의 감염 방지 효과에 대한 의문은 물론 통상적인 일회용 마스크의 ‘스몰 사이즈’ 정도의 작은 크기때문에 사용의 편의성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1인당 1개’가 아닌 ‘1가구 2장’이라는 배포 수량 자체도 논란이 됐다. 한술 더 떠 배포된 임신부용 천 마스크 중 일부에 오염물이 묻어 있거나 머리카락 등과 같은 불순물이 들어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천 마스크 배포 사업에 예산 466억엔(약 5천 260억원)을 책정했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사업인 만큼 마스크 납품업체와 관련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총 4개의 납품업체 가운데 하나인 ‘유스비오’를 둘러싸고 발생한 계약 과정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나머지 3개 업체에 대해서는 정부가 일찍이 회사명을 공개했지만, 유독 ‘유스비오’만이 뒤늦게 공개돼 논란을 낳았다.

‘유스비오’는 후쿠시마(福島)현에 위치한 영세 업체로, 최근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유스비오’가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지지세력인 소카(創価)학회에 3대째 참여하고 있는 곳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너무나도 시의부적절하게 도착한 아베노마스크. ‘3밀(密)을 피하자’는 구호가 보인다.
너무나도 시의부적절하게 도착한 아베노마스크. ‘3밀(密)을 피하자’는 구호가 보인다. (사진=최지희기자)

한편 현재는 일본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줄면서 마스크 공급 역시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오히려 공급량이 수요를 훨씬 웃돌면서 시중에 마스크가 넘쳐나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드럭스토어 등에서 일반적인 가격에 구매가 가능해지면서 정체불분명한 매장에서 비싼 가격에 판매되던 마스크들도 지난달의 약 40% 수준으로 떨어진 가격에 팔리고 있다.

‘아베노마스크’는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싶을 만큼 매우 시의적절하지 못한 때에 도착했다. 착용 후 거울을 보자 균형 잡히지 않은 마스크 모양 때문에 나사 풀린 무기력한 사람처럼 보였다. 아베 총리의 아베노마스크 착용 모습이 오버랩 되어 더욱 그렇게 느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프레스맨]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