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관저 간부 “마스크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일본 국민들 불신 날로 커져

일본의 약국 및 드럭스토어, 슈퍼마켓에서는 마스크가 계속해서 입고 되지 않고 있음을 알리는 안내를 쉽게 볼 수 있다.
일본의 약국 및 드럭스토어, 슈퍼마켓에서는 마스크가 계속해서 입고 되지 않고 있음을 알리는 안내를 쉽게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 중인 가운데, 일본 정부가 마스크 부족 문제 해결에 애를 먹고 있다. 시중에서 마스크를 구매하기 어려워진 지도 벌써 3개월째를 넘어서고 있지만, 이렇다할 상황 변화는 없다. 마이니치신문은 수상 관저 간부 조차 “마스크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고 털어 놓을 정도라고 보도했다.

지난 24일 아베 신조 총리(安倍晋三)는 정부대책본부회의에서 “정부도 산업계의 전면적인 지원으로 의료 물품의 국내 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심각한 부족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의료 기관에 대해 이달 중순까지 일반 마스크 1,500만장, N95 마스크 150만장, 의료용 가운 130만장, 페이스 실드 190만장을 배포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의 마스크 대책이 당초 “지역사회에서의 부족 문제 해결”에서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료기관용 마스크 확보”로 후퇴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실상은 더욱 열악하다. 이같은 물품들이 의료기관에 전달된다 한들 넘쳐나는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의료 기관에서의 수요와 관련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20일 “한 달에 1억장 정도”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이같은 추산에 대해 일본의사회 요코쿠라 요시다테(橫倉義武) 회장은 도도부현(都道府県) 의사회로부터 의견을 청취한 결과 “한 달에 4억장에서 5억장 정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의견을 달리했다. 특히 의료 기관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N95 마스크에 대해서는 정부 및 지자체가 현장의 실상 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마스크 부족 문제와 관련해 대책에 나선 것은 지난 1월 말경부터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스크를 구입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인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4월 18일부터 19일까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마스크를 “한번 사용하고 버린다”고 답한 응답자가 28%였던 것에 비해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45%, “수제 마스크를 사용한다”는 응답자가 15%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러하자 ‘증산’과 ‘안정 공급’을 내세워 온 일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날로 높아져가고 있다. 3개월 동안 일본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해 온 것일까.

이상 징후가 맨 처음 발생한 것은 1월 하순이었다. 일본의 경우 수입마스크의 약 80%를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는데, 중국에서의 감염 확산과 함께 일본으로의 유입이 일시 정지됐다. 동시에 일본 국내에서 마스크 사재기 현상이 발생했고, 약국 등에서 마스크 부족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봄철마다 상당수의 국민들이 ‘화분증’이라 불리는 꽃가루 알레르기에 시달리는데, ‘화분증’ 대책으로 소비되는 마스크는 보통 한 달에 약 6억장 정도다.

2월 초에는 정부내에서도 “공급이 1주일에 1억장을 넘기면 마스크 부족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오기도 했다. 아베 총리 역시 2월 29일 기자회견에서 “3월에는 예년의 수요를 충분히 웃도는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을 보인 바 있다.

이후 1월 28일 일본 정부는 마스크 제조 업체에 증산을 요청했다. 2월 13일에는 긴급대응책으로 마스크 생산 설비 도입에 대한 보조금 제도를 마련했고, 전자 기업 ‘샤프(SHARP)’ 등이 생산에 나섰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1월 마지막 주에 재고가 9억장 사라졌다” “연초부터 1개월 반 만에 19억장이 팔려 나갔다”는 등의 정보가 나돌기 시작했다.

증산의 효과로 일단 공급량 자체는 1월에 약 3억장에서 2월에는 4억장, 3월에는 6억장, 4월에는 7억장을 넘기고 있다. 일본산 마스크의 점유율도 20%에서 6~70%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평년보다 높은 페이스로 공급량을 확보해도 마스크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관저 관계자는 “한 사람이 하루에 한 장을 쓰면 한 달에 30억장이 필요한데, 증산을 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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