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에 적극 협조 거듭 요청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도쿄도의 향후 방침을 밝힌 기자회견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중에 최악의 경우에 있을 ‘도시봉쇄’ 가능성을 언급하며 시민들에게 협조를 당부했다.  

도쿄에서는 3월 21일을 기준으로 전세기 귀국자와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를 제외한 누적 감염자수가 136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중 입원환자는 101명, 퇴원자는 31명, 사망자는 4명이다.

고이케 지사는 도쿄의 경우 “해외에서 귀국한 감염자와 감염원이 특정되지 않은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두 가지 요인을 토대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각지에서 도시봉쇄가 시행되는 가운데 해외에 살던 일본인이 귀국함으로써 클러스터(cluster·집단)가 형성될 우려가 있고 이것이 감염자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에는 “강력한 사회적 격리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하네다공항에서 22일에 귀국자 중 2명이 감염자로 확인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네다공항은 도심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도내의 공항으로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터미널 증축 등 대규모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도쿄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피크에 도달할 경우 하루에 외래환자수가 약 4만 명, 입원환자수가 약 2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발표 내용을 소개하고, 앞으로 3주간이 감염확대 방지를 위한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시민들에게 ‘환기가 안되는 밀폐공간’,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간’, ‘근거리에서의 대화' 등 세가지 조건이 겹치는 장소를 피해 달라고 호소했다. 구체적으로는 라이브하우스와 같은 공연장이나 헬스클럽 등의 이용을 자제하고 이벤트의 개최 및 참석을 삼갈 것을 요청했다.

젊은층에 의한 집단감염 발생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고이케 지사는 “도쿄는 많은 기업과 대학이 밀집해 있고, 전국에서 사람이 모여드는 일본 최대의 도시인 만큼 특히 젊은층에 의한 집단감염 우려가 높다”며 입학과 입사 등으로 젊은층의 유입이 일년 중 가장 많은 4월을 앞두고 감염 확산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염증의 폭발적인 증가를 피하고, 생명을 지키기 위한 협력을 부탁드린다”며 “사태의 향후 추이에 따라서는 도시봉쇄, 이른바 록다운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들이 각자 위기위식을 갖고 당국에 협조해 줄 것을 재차 당부했다.  

한편 일본내 코로나19 확산 이후 도쿄 소재 대학과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여러 대책을 강구해 왔다.   

새학기를 맞는 도쿄 소재 140여개 대학은 입학식 취소 및 개강일 연기, 온라인강의 도입 등 코로나19 대응에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쿄대 교양학부는 학생들에게 “개교 이래 처음으로 온라인수업의 대규모 도입을 결정했다”며 단말기 등 인터넷 기기를 미리 준비해 달라고 공지했다. 

기업 또한 입사식을 취소하고, 환영회나 환송회 등 각종 모임을 자제하기로 했다. 대중교통 이용자를 대상으로 출근 시간을 조정하는 ‘시차 통근’이나, 재택근무를 늘리는 회사도 증가했다. 아울러 건강이 좋지 않을 때에는 무리해서 출근하지 말도록 권장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현 단계에서 도쿄의 ‘도시봉쇄’는 당장 현실성이 높지 않지만, 고이케 지사의 이번 발언은 일반 시민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하는 일종의 레토릭으로 해석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한편 요미우리, 마이니치 등 주요 신문들은 24일, 오는7월 4일로 예정된 도쿄도지사선거에서 자민당이 고이케 지사를 지원할 방침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재선을 노리는 고이케 지사가 집권 여당을 등에 업게 되면서 코로나19 대책은 물론 도쿄올림픽 개최 문제 등 현안을 둘러싸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어떤 식으로  의견을 조정해 나갈지 주목된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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