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사태선언, 일본 소외계층에 직격탄

지난 7일 발표된 긴급사태선언으로 영업을 중단한 도쿄의 한 프렌차이즈 카페 (사진=최지희기자)
지난 7일 발표된 긴급사태선언으로 영업을 중단한 도쿄의 한 프렌차이즈 카페 (사진=최지희기자)

긴급사태선언에 따른 외출 자제 및 시설 사용 제한 등으로 도쿄도에만 약 5천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노숙자나 ‘넷카페 난민’이 갈 곳을 잃었다. 넷카페는 한국의 PC방과 유사하지만 독방에 간이 침대까지 갖추고 있어 거주지가 일정하지 못한 일본인들이 상당수 이용하는 장소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지난 5일, 도쿄 JR이케부쿠로(池袋)역 앞 공원에서 전 재산인 슈트 케이스 하나를 끌며 걷던 코트 차림의 40대 남성이 목소리를 떨궜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그는 거주하던 아파트의 화재와 병, 이혼, 그리고 실업을 겪으며 넷카페를 전전하며 공사현장 및 공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해왔다.

남성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구직에 사용하는 선불식 휴대전화 충전도 할 수가 없다”며 당혹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긴급사태선언에 따라 10일 오후 , 도쿄도의 휴업 요청 방침을 발표하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긴급사태선언에 따라 10일 오후 , 도쿄도의 휴업 요청 방침을 발표하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지난 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도쿄도 등 7개 도도부현(都府縣)에 대해 긴급사태를 선언했지만, 정부와 도쿄도 사이에서 휴업 업종을 놓고 마찰을 겪으면서 10일 오후에야 도쿄도의 휴업 중단 요청이 발표됐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는 10일 일본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긴급사태선언을 근거로 유흥시설, 대학, 운동시설 등의 영업 중단을 요청했다. 휴업 요청 대상 시설에는 넷카페 역시 포함되어 있다.

도쿄도가 2018년 공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거주지 없이 넷카페나 망가킷사(만화방), 사우나 등에서 침식을 해결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약 4천명 정도로 추산됐다. 노동 형태는 파트타임이 38.1%, 파견노동자가 33.2%로 전체 약 70%가 넘는 3천여명 정도가 불안정한 노동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도쿄 도내 노숙자는 1천 8백명 정도다.

이처럼 넷카페 등이 영업을 중단하는 경우 생활이 곤란해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빈곤지원을 위해 노력해온 비영리단체 ‘자립생활서포트센터・모야이’의 오니시 렌(大西連) 이사장은 도쿄신문에 “넷카페나 24시간 영업 음식점 등이 운영을 자제하면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이 더욱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에는 최근 이벤트 자제로 일자리를 잃었다 거나 고용계약 만료 후 직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상담이 연일 들어오고 있다. 오니시 이사장은 현재 정비 중인 올림픽 선수촌을 숙박 장소로 개방하는 것을 요구하는 서명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현재(10일 발표 기준) 도쿄에서만 189명의 신규 감염이 확인돼 하루 최대치를 갱신했다. 9일에는 181명의 확진자를 포함해 일본 전역에서 576명의 신규감염이 확인된 바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소외 계층에게 더욱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프레스맨]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