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8년부터 영업 시작한 긴자 가부키좌 앞 유명 도시락집, 코로나19 확산으로 폐업

20일 오후 5시, 152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문을 닫은 도시락 전문점 ‘고비키쵸 벤마츠’. 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나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20일 오후 5시, 152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문을 닫은 도시락 전문점 ‘고비키쵸 벤마츠’. 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나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이 자리에, 우리 도시락집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일 오후 5시, 152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긴자(銀座) 가부키좌(歌舞伎座) 앞 도시락 전문점 ‘고비키쵸 벤마츠(木挽町辨松)’의 불이 꺼졌다. ‘벤마츠’의 폐업을 아쉬워하며 찾아온 단골 손님과 몰려든 취재진 앞에 선 이카이 노부오(猪飼信夫) 사장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수많은 가부키 배우들과 가부키 팬들에게 사랑받아 온 ‘벤마츠’는 에도(江戸)시대(1603∼1868년)가 막을 내리고 메이지(明治)시대(1868∼1912년)가 시작되던 1868년 문을 열었다. 에도 막부와 반막부 세력 사이의 싸움이었던 보신(戊辰)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였다.

그로부터 152년이 흐른 2020년. 뒤를 이을 만한 후계자가 없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까지 겹치자, 5대째 걸쳐 가게를 이어 온 이카이 사장은 결국 문을 닫기로 마음을 굳혔다.

벤마츠의 영업 마지막 날, 가게의 마지막을 아쉬워하며 예약해둔 도시락을 찾아 가기 위해 방문하는 단골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벤마츠의 영업 마지막 날, 가게의 마지막을 아쉬워하며 예약해둔 도시락을 찾아 가기 위해 방문하는 단골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진=최지희기자)

영업 마지막 날, 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오랜 단골 손님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예약해둔 도시락을 받아 든 여성은 “눈물이 난다. 지금까지 정말 고마웠다. 부처님께 보고 드린 뒤 천천히 마지막 도시락을 맛보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이카이 사장은 가게의 대를 이을 사람이 없자 지난해 여름부터 타 기업에 양도를 생각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마저도 물거품이 되고, 정식 폐업이 결정됐다.

이날 오후 5시를 조금 넘겨 찾아온 마지막 손님을 배웅한 뒤 가게 문 앞을 나온 이카이 사장은 “152년을 이어온 ‘벤마츠’는 오늘부로 폐점하게 됐다”고 말하며 눈물을 삼켰다. 사장을 비롯한 3명의 직원들은 하얗게 센 머리를 숙여 가부키좌를 향해 인사했다. 모여든 인파들로부터 차분한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가부키좌를 향해 그간의 감사를 전하는 인사로 152년간의 영업을 마쳤다.
가부키좌를 향해 그간의 감사를 전하는 인사로 152년간의 영업을 마쳤다. (사진=최지희기자)

한편 도쿄에서만 해도 ‘벤마츠’와 같이 점주의 고령화에 따른 후계자 문제로 고민하던 오랜 점포들이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문을 닫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메구로(目黒)구에서는 20년 이상 같은 자리를 지켜온 이자카야 ‘다라이(盥)’도 긴급사태선언이 발표된 이후 문을 닫았다.

기세를 높이며 확산 중인 코로나19 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가게들을 앞에, 많은 일본 국민들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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