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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도쿄봉쇄’ 우려에 또 사재기···마트로 달려가는 도쿄 시민들
[르포] ‘도쿄봉쇄’ 우려에 또 사재기···마트로 달려가는 도쿄 시민들
도쿄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봉쇄’ 우려 등 도민 불안 고조···사재기 현상 이어져
  • 도쿄=최지희 기자
  • 승인 2020.03.2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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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도내 마트의 화장지 코너. 코로나19 확진자 급장과 '도쿄봉쇄'에 대한 불안감으로 상품 사재기가 심해지고 있다.
도쿄 도내 마트의 화장지 코너. 코로나19 확진자 급장과 '도쿄봉쇄'에 대한 불안감으로 상품 사재기가 심해지고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25일 저녁, 우연히 집 근처 마트를 들렀다 어딘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다. 평소에 알던 ‘젠틀한’ 일본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중년으로 보이는 부부가 마트 안 상품 진열대 사이의 통로를 막은 채 쇼핑 카트 위를 넘쳐흐르도록 라면, 파스타면, 통조림, 식빵 덩어리를 서둘러 담고 있었다. 이들은 길을 좀 내어 달라는 제스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TV를 켰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사의 긴급기자회견 뉴스가 흘러나왔다. 그는 도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동안 41명이 확인되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이번주 들어 오버슈트(감염자의 폭발적 증가) 우려가 더욱 커졌다”고 진단했다.

바로 도쿄도 홈페이지의 ‘도내최신감염동향’ 페이지 접속을 시도했다. 트래픽 과열 때문인지 좀처럼 페이지가 열리지 않았다. 수차례 시도 끝에 해당 페이지를 열람할 수 있었지만, 내용이 부실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확진자와 관련된 정보라고는 연령대와 성별 뿐이었다. 필요 이상의 불안이 순간적으로 엄습해왔다.

도쿄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는 23일 16명, 24일 17명이었으나 25일에는 2배를 훌쩍 넘는 수준으로 급증해, 도쿄가 일본 전체에서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 됐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 23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도쿄도의 향후 방침을 밝힌 기자회견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도시봉쇄’ 가능성까지 언급한 바 있다. 2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평일에는 가능한 한 재택근무를 하고 야간 외출을 삼가달라는 당부까지 했다. 특히 이번 주말 도쿄도내 벚꽃이 만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바깥 나들이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요하지 않고 급하지 않은 외출은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실제로 NHK에 따르면 벚꽃 명소인 도쿄 우에노(上野) 공원 일대에는 지난 주말 수많은 방문객들이 몰려들었으며, 이번 감염자 급증이 이같은 분위기에서 코로나19에 대한 경계 태세가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도쿄 도내 마트의 인스턴트 라면 코너.
도쿄 도내 마트의 인스턴트 라면 코너. (사진=최지희기자)

상황이 이러하자 ‘진짜 도시 봉쇄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식품 및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재발하기 시작했다. 25일 저녁부터 26일 오후까지 도쿄의 마트 및 편의점을 방문한 결과 쌀, 라면, 물 등 식품을 비롯해 화장지 등이 품귀 현상을 보이는 곳이 많았다. 비교적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통조림류, 냉동식품 들도 바닥을 드러낸 곳도 있었다.

와이드쇼(뉴스와 쇼프로의 중간 형태의 정보방송)에서는 프로그램의 패널들이 나와 “사람이 하루에 소비할 수 있는 식품의 양은 한계가 있다”며 사재기를 비판했다. 그러나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대폭 증가했다는 뉴스에 도쿄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비책은 ‘사재기’ 뿐인 듯 보였다.

급기야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사재기 현상에 대해 “올바른 정보에 근거해 냉정하게 대응하길 부탁하고 싶다”고 당부하고 나섰다. 일본 농림수산성 역시 식료품의 안정적인 공급체제가 갖춰져 있고 공급량도 충분하다며 소비자들을 안심시켰다.

슈퍼마켓에서 휴지 등 생필품을 구매 중인 40대 주부에게 말을 걸었다. 왜 물건을 사재기하느냐는 물음에 돌아온 대답은 “정확한 정보가 무엇인지 조차 구분하기 힘들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 역시 일단 사 놓고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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