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접종률 24.9%...3차 접종 후 ‘6~7개월’로 간격 넓고 모더나 기피 현상 만연도 한 몫

이달 1일 집으로 도착한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권 (사진=최지희 기자)
이달 1일 집으로 도착한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권 (사진=최지희 기자)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완료 (2021년 8월 30일)

#일본 정부의 2차 접종 완료 ‘7개월 후’ 3차 접종 방침 속 거주지 도쿄(東京) 메구로(目黒)구의 ‘6개월 후’ 방침 덕(?)에 비교적 빠른 시기에 접종권이 집에 도착. 당일 바로 예약 위해 접종장 검색했으나 ‘화이자’ 접종장은 대부분 꽉 참. ‘모더나’ 접종장 검색 후 예약 성공 (2022년 2월 17일)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 완료 (2022년 3월 1일)

도쿄 메구로구에 거주하는 기자는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후 정확히 6개월만에 3차 접종에 성공했다. 델타 변이 유행 당시에는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정도가 코로나19에 감염되던 상황이었다면 오미크론이 대유행하던 올해 1월 경에는 ‘자주 보는 사람’ 가운데서도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가 빈번해 하루하루 애가 타던 상황이었다.

일본의 경우 새해가 되자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빨라졌다. 하지만 3차 백신 접종률은 한자릿수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하위 수준이라며 일본 미디어들도 연일 목소리를 높여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자 2월 7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하루 100만회 접종’을 목표로 내걸며 관계부처에 빠른 3차 접종을 주문했다. 뒤늦은 기시다 총리의 전면 등장에 도쿄 메구로구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연령과 상관없이 2차 접종 후 ‘6개월’이 지나면 예약이 가능한 접종장을 찾아 예약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은 것이다. 정부의 기준인 7개월보다 한 달 앞당긴 조치였다. 모더나의 경우 화이자 보다 예약이 훨씬 수월하다는 안내도 곁들여졌다.

현재도 상황은 비슷하지만, 당시 빠른 3차 백신 접종이 장려되는 고령자층에서 모더나 백신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일본의 경우 거주지 인근의 지역 접종장에서 1,2차 백신을 맞은 이들은 대부분 화이자 백신을 맞은 상태다. 이에 부스터샷 역시 화이자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면서 모더나 백신과 교차 접종을 하는 경우 심각한 부반응을 경험하게 된다는 부정확한 풍문들도 확산되어 갔다.

도쿄 메구로구의 대형 쇼핑몰에 마련된 모더나 백신 접종장 (사진=최지희 기자)
도쿄 메구로구의 대형 쇼핑몰에 마련된 모더나 백신 접종장 (사진=최지희 기자)

2월 7일, 모더나든 무엇이든 상관 없으니 한시라도 빨리 3차 접종을 받길 원했던 기자는 메구로구 접종장 예약을 위해 ‘라인(LINE)’을 열었다. 하지만 금세 ‘아직 2차 접종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았기에’ 접종권이 집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텅텅 비어 있는 모더나 접종장의 예약 상황을 보며 무기력감에 휩싸였다.

비슷한 상황은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기시다 총리가 ‘하루 100만회’를 언급한 기사에는 “맞고 싶어도 접종권이 오지 않아서 예약조차 못한다”, “모더나 백신이라도 접종권만 있으면 당장 맞겠다”, “일본의 백신 접종률이 낮은 것은 접종권 때문”이라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이처럼 일본의 3차 접종률이 현재까지도 20%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가장 큰 원인은 3차 접종 시기 기준을 18~64세 일반인은 2차 접종 후 ‘7개월 후’로 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후생노동성은 지난 해 접종 간격을 8개월로 준비하도록 각 지자체에 지시했다. 2차 접종 후 ‘최소 8개월’은 기다려야 한다는 과학적 근거 없는 원칙에 당국은 집착했다. “2차 접종 후 항체의 감소 속도를 감안할 때 8개월은 너무 길다”는 의학계 및 지자체의 의견이 잇따라 제시되었지만 정부는 ‘8개월’ 원칙에서 움직일 줄 몰랐다.

이후 지난 해 11월 15일 후생노동성 백신분과회에서 “지역 실정에 따라 6개월로 단축 가능”하다고 결정했지만 이는 말 뿐이었다. 호리우치 노리코(堀内詔子) 백신접종담당상은 “2~3차 접종 간격 6개월은 예외적인 것으로 접종을 앞당길 때는 후생노동성과 개별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까지 하기도 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기 전인 지난해 9월 시점만해도 해외에서는 3차 접종 간격을 2차 접종 후 8개월로 삼은 나라들이 많았다. 일본 정부는 당초 이같은 해외 사례를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11월경부터 확산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했음에도 해당 방침을 계속해서 고수했다. 접종 간격을 단축할 경우 각 접종을 시행하는 지자체들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그러다 지난 해 12월 17일, 새로운 3차 지침이 발표되면서 의료종사자 및 고령자 시설 입소자들은 ‘6개월’, 일반 고령자는 ‘7개월’ 접종이라는 의미없는 구분 방침을 또다시 내놓았다. 그러자 지자체들에서는 “연령대를 따지지 말고 조기접종을 허용하라”고 요청했지만, 이번에는 원활한 백신 공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던 사이 12월 말부터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기시다 총리는 1월 13일, 65세 이상 일반 고령자는 ‘6개월’, 18~64세 일반인은 ‘7개월’ 이라는 새로운 구분 방침에 승인했다.

현장에서의 접종은 여전히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3월 7일 현재 일본의 백신 3차 접종률은 24.9% 밖에 되지 않는다. 일본의 코로나 백신 2차 접종 시기를 감안했을 때, 6~7개월 후 접종을 고수하는 일본 정부의 방침에 따라 아직 접종권을 수령하지 못한 이들이 상당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접종권이 우편으로 도착하기까지 시일이 소요될 뿐 아니라, 모더나 백신 기피 현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기자가 2월 17일 손에 넣은 접종권과 함께 동봉된 안내물에는 ‘1차 화이자-2차 화이자-3차 모더나’로 교차 접종을 실시할 경우의 효과와 안정성에 대한 설명이 그래프와 함께 커다랗게 실려 있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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