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신주쿠 한국문화원 찾은 재외 유권자들…“고민했지만 권리는 반드시 행사”, “국내 정치 휘둘리지 않는 대일 정책을”

도쿄 신주쿠 한국문화원에 설치된 제20대 대선 주일한국대사관 신주쿠재외투표소 (사진=최지희 기자)
도쿄 신주쿠 한국문화원에 설치된 제20대 대선 주일한국대사관 신주쿠재외투표소 (사진=최지희 기자)

“이번만큼 고민되는 선거가 없었기에, 투표하러 올까 말까 많이 망설였네요”

도쿄도(東京都) 외곽에 거주하고 있는 40대 남성 직장인 A씨는 2017년 한국 대통령 선거 이후 두번째 대선을 일본에서 맞이하게 됐다. 그는 이전 대선 때는 지지하는 후보가 있어 큰 고민없이 재외 선거 투표소를 찾았지만 이번 선거는 달랐다고 했다.

투표를 하기 위해선 사전에 등록을 해야 하고, 대략 2월 23일부터 28일로 설정된 투표 기간 내에 도쿄 도내에 몇 곳 설치되지 않은 재외 투표소를 찾아 가야 한다. 국내에서 행사하는 한 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교통비가 드는 만큼 해외에서 투표를 하려면 상당한 의지가 동반되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A씨는 26일 오전, 도쿄 신주쿠(新宿)구의 한국문화원에 마련된 신주쿠재외투표소를 찾았다. 그는 “투표 권리는 반드시 행사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이번에도 한국인 지인들과 같이 왔다”고 말했다.

A씨는 또한 “지난 대선 때는 투표 후 신오쿠보(新大久保) 한인타운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소감을 나누기도 했지만 이번엔 바로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오미크론의 대유행으로 여럿이 모여 식사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유학중인 30대 여성 B씨 역시 “이번만큼 누굴 찍어야 할지 직전까지 고민한 대선이 없었다”고 밝혔다. 투표소로 오기 직전까지 고민을 거듭했다는 B씨는 “한일 관계가 계속해서 좋지 못해 더욱 어려운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새 대통령은 가급적 국내정치에 덜 휘둘리는 대일정책을 펴주었으면 한다”고 희망을 말했다.

투표 기간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는 발길들이 이어졌다. (사진=최지희 기자)
투표 기간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는 발길들이 이어졌다. (사진=최지희 기자)

이날 신주쿠재외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체온을 재고 지참한 신분증으로 신분 확인을 한 후 투표용지와 우송용 봉투를 한 장 씩 건네 받았다. 이후 기표소에서 지지 후보에 기표 후 용지를 반으로 접어 봉투로 밀봉한 후 투표함에 넣는 것으로 투표를 마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3~28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 세계 투표소 220여곳에서 20대 대선 재외선거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국 내 사전투표(3월 4~5일)에 앞서 치르는 첫 대선 투표다.

이번 대외 선거 유권자수는 22만 6,162명으로 확정됐는데, 2017년 19대 대선 당시 29만 4,633명에 비하면 23.2%나 감소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이동 제약 등이 사전 신청을 망설이게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본은 미국(5만 3073명)과 중국(2만 9827명)에 이은 2만 8816명으로 세번째로 큰 선거인단 규모이다.

선관위는 이번 대선 재외선거 투표 독려에 힘을 쏟았다고 밝힌 바 있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 이동 제한 등으로 선거 사무에 차질이 생겨 일부 중단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달 11일 국회는 재외국민 투표 기회를 확대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인구 3만명당 투표소 1곳을 추가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천재지변·전쟁·폭동·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에 따른 재외투표 시간 조정도 가능해졌다.

선거법 개정은 이번 대선 재외투표소 설치에도 적용되어 21대 총선 당시 91곳을 운영한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번 대선을 위해 전 세계 공관 178곳을 비롯, 총 220여 곳에 재외투표소가 설치됐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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