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홀딩스, NEC 등 일본 기업 주4일 근무제 도입…성과보다 근로 시간 중시해온 일본 기업 환경에 변화

저녁 퇴근 시간대 도쿄 시부야역 내 모습 (사진=최지희 기자)
퇴근 시간대 도쿄 시부야역 내 모습 (사진=최지희 기자)

일본 히타치제작소가 급여는 줄이지 않으면서 일주일에 사흘을 쉬도록 하는 주 4일 근무제를 새롭게 도입한다. 근로 환경을 유연화해 다양한 인재를 영입하고 종업원들의 의욕을 높여 생산성 향상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파나소닉홀딩스와 NEC 등 다수의 일본 대기업들도 주4일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히타치제작소는 종업원 1만 5천명을 대상으로 한 달간 정해진 근로시간을 자신의 근무일에 맞춰 유연하게 배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올해 안에 도입한다. 하루 최저 3.75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기존의 하한선을 없앰으로써 근무일을 근로자 자신의 편의에 맞춰 정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나흘간 하루 표준 근로 시간인 7시간 45분 보다 긴 9~10시간 정도 일한다고 하면 금요일을 포함해 주 3일 휴일을 확보할 수 있다.

혹은 한 달의 전반에 근무 시간을 집중시켜 월말에 대형 연휴를 즐길 수도 있다. 자녀의 학교 행사 참가 도중 비는 짜투리 시간에 잠깐 일하는 것도 가능해 진다. 주 4일 근무라 하더라도 총 근로시간이 유지되기 때문에 임금에도 변화가 없다.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간병이 필요한 환자나 노약자를 돌봐야 해서 장시간 근로가 어려운 종업원의 취업 지원을 목적으로 주4일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많았다. 근무일이 줄면 총 근로시간도 줄어 임금이 줄어드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IT 관련 업무 증가 등으로 산업의 서비스화 및 지식집약화가 진행되면서 근로시간과 성과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게 되면서, 근로 시간을 종업원이 스스로 정하고 성과를 평가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대두됐다.

미국 퓨처포럼이 2021년 11월에 미국 및 영국, 일본 등에서 약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95%가 근로시간 유연화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2021년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주2일 보다 휴일이 많은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은 8.5% 정도였다. 일본 정부는 같은 해 6월 각의 결정을 통해 경제재정운영 기본방침에 선택적 주4일제 촉진을 담은 바 있다.

히타치제작소 이외에도 주4일 근무제 도입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NEC는 올해 중에 직원 2만명을 대상으로 주4일 근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계열사에도 이를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급여는 근무 일수가 줄어든 만큼 감액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파나소닉홀딩스는 올해 안에 지주사와 전자 관련 사업을 하는 일부 자회사를 대상으로 주4일제를 시험적으로 도입한다. 이 밖에도 시오노기제약과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희망자를 대상으로 주4일제를 도입하며, 유니클로를 전개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근무 지역이 한정된 정사원에 대해 급여 수준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주4일 근무를 도입할 예정이다.

일본 기업은 그간 근무 시간을 근로에 기여하는 척도로 여겨 온 경향이 강해 왔던 만큼, 종업원의 근로 환경 변화는 계속해서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일본의 노동기준법도 일한 시간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는 ‘시간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근로 시간이 아닌 성과가 중시되는 추세 속에서 재택 근무와 같은 새로운 근로 방식도 늘고 있는 가운데 노동법 개정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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