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 달러당 130엔선까지 급락…기업들, 원자재 및 물류비 상승까지 더해져 속속 가격 인상

아사히맥주는 ‘수퍼드라이’ 등의 가격을 10월 출하분부터 올려 판매한다. 캔맥주의 가격 상승은 14년 7개월 만이다. (사진=최지희 기자)
아사히맥주는 ‘수퍼드라이’ 등의 가격을 10월 출하분부터 올려 판매한다. 캔맥주의 가격 상승은 14년 7개월 만이다. (사진=최지희 기자)

4월의 마지막 날, 도쿄 메구로구에 거주하는 60대 여성은 대형 마트에서 컵라면과 반려견의 간식 등을 장바구니에 가득 담아 계산대로 향했다. 여성은 “5, 6월부터 물가가 더 오른다고 해서 사는 김에 좀 더 사 두는 것”이라 말하며 걸음을 옮겼다.

일본의 생활 물가가 계속되는 오름세를 보이며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엔화 가치가 달러당 130엔선까지 떨어지면서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만큼 엔저가 심화하고 있는 데다 원자재 가격 및 운송비 급등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식품과 잡화 등 일상 생활과 밀접한 상품의 가격이 속속 오르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맥주 가격까지 인상할 것으로 발표되면서 음식업계 전체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맥주는 4월 26일, 자사 주력 상품인 ‘수퍼드라이’ 의 가격을 10월 출하분부터 올려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캔맥주의 가격 인상은 14년 7개월 만이다. ‘수퍼드라이’와 함께 ‘스타일프리’, ‘클리어아사히’, ‘아사히생맥주’와 같은 맥주류 뿐 아니라 논알콜 맥주 ‘드라이제로’ 등의 가격도 오른다. 출하 가격을 구체적으로 공표하진 않고 있지만 약 6~10% 정도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원료로 사용되는 소맥과 옥수수, 그리고 알루미늄캔과 상자 가격이 오른 데다 원유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류 비용도 뛰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사히맥주의 홍보담당자는 “코스트 상승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기업 노력만으로 흡수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경쟁이 치열한 일본의 맥주 시장에서는 지금까지 상품 가격 인상에는 매우 신중한 분위기였다. 아사히그룹홀딩스(HD) 가츠키 아츠시(勝木敦志) 사장은 2월에 열린 회견에서 “단순한 가격 인상은 어렵다. 수십년간 일본인의 가격에 대한 생각이 점점 보수화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에서 가격은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사히맥주가 가격을 올리게 되면서 다른 경쟁사들도 이를 따를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기린, 산토리, 삿포로 맥주의 3개사 공보담당자는 26일, 향후 맥주류의 가격 상승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미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본의 국민 컵라면 ‘컵누들’도 6월 1일부터  21엔 오른 214엔에 판매된다. (사진=최지희 기자)
일본의 국민 컵라면 ‘컵누들’도 6월 1일부터  21엔 오른 214엔에 판매된다. (사진=최지희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음식업계에도 맥주 가격 인상은 뼈아픈 부분이다. 식용유와 전기요금 등으로 인한 코스트 상승으로 가뜩이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이자카야 체인 담당자는 “주력 상품인 맥주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우는 얼굴에 벌침 맞는 격’ ”이라고 토로했다.

이밖에도 일본의 국민 먹거리라 불리는 상품들이 잇따라 값을 올릴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컵 바닐라 아이스크림 ‘엣셀 수퍼컵 초바닐라’는 6월 1일부터 10엔 오른 150엔에, 컵라면 ‘컵누들’ 역시 같은 날부터 21엔 오른 214엔에 판매될 예정이다.

로손 편의점의 간판 간식 메뉴인 닭튀김 ‘가라아케군’은 5월 31일부터 10% 가격이 오른 238엔에 판매될 예정이며, 링거햇의 ‘나가사키 짬뽕’은 4월 26일부터 동일본지역에서 30엔 오른 680엔에 판매되고 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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