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정책 당분간 계속 이어질 듯…코로나, 원자재 상승, 엔저로 고통받는 중소기업

도쿄의 마을 목욕탕 ‘센토’ 외관 (사진=최지희 기자)
도쿄의 마을 목욕탕 ‘센토’ 외관 (사진=최지희 기자)

일본의 엔화 가치가 23년 8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물가 상승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13일 일본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이 한 때 달러당 135엔 대를 기록하는 등 엔화 가치가 외환위기 시절 수준까지 급락한 상황이다.

최근 엔화 가치 급락은 세계적인 금리 인상 추세 속에서 일본은 이를 역행하는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7일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 출석해 “강력한 금융 완화를 끈기 있게 지속함으로써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2% 물가 안정 목표를 지속적으로 실현할 것”이라고 발언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할 뜻을 밝혔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제국데이터뱅크의 조사에 따르면 5월 전국의 기업 도산 건수는 517건으로 1년만에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수치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들 중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라는 점이다.

제국데이터뱅크의 5월 ‘도산 집계’에서는 전년 동월에 비해 12.1% 도산 건수가 증가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인 긴급사태선언이 적용되면서 정부의 보조금 등으로 가까스로 연명해온 곳들이 더이상 버텨내지 못하고 결국 도산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과 함께 100엔숍과 ‘센토’라 불리는 동네 목욕탕, 세탁소와 같은 서민들의 생활을 뒷받침해주는 점포들도 코스트 증가를 이겨내지 못하고 폐점에 이르는 사례가 눈에 띈다.

100엔숍의 경우 가격 인상이 더욱 어렵다는 점에서 아예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도 내에서만 9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프로디어’는 5월말까지 전 매장이 폐업했다.

도쿄도 나카노구의 센토 ‘지요노유’는 이달 4일에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하루 이용객이 50명 정도로 평소의 3분의 1 이하까지 떨어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여기에 연료 급등과 기기 고장 등이 더해져 버텨낼 여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같은 추세에는 구조적 배경도 존재한다. 대기업이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을 인상하면서 대기업이 수입한 원재료와 연료를 사용해 경영하는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코스트 상승을 반영해 가격을 인상하려 해도 쉽지 않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임금이 오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감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즉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해외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대기업의 경우 엔저로 인해 이익이 커지는 데 반해 중소기업들은 정반대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멈출 줄 모르는 엔저에 대해 한 일본 언론의 기자는 프레스맨에 “보통 엔저가 되면 수출이 늘어야 하는데 일본은 그렇지 않다. 이는 일본의 성장력,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행 구로다 총재는 아베노믹스 이후 금융완화로 일본경제 좋아졌다는 것 어필하고 있어서 정책 전환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기시다 총리도 아베노믹스를 완전히 부정하진 않고 있어서 이 상태로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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