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 이어온 일본,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저 심화 맞물리며 물가 상승 불가피…100엔숍 의존도 더욱 커질 듯

도쿄 시나가와구에 위치한 대형 다이소 매장 입구 모습 (사진=최지희 기자)
도쿄 시나가와구에 위치한 대형 다이소 매장 입구 모습 (사진=최지희 기자)

일본의 100 엔숍 시장의 확장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생활 물가 전반이 상승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저렴하게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는 100엔숍을 찾는 일본인들이 발길이 더욱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제국데이터뱅크에 따르면 100엔숍 대표 기업 5개사의 2021년도 일본 내 매출액은 전년도 대비 약 500억엔 증가한 9,500억엔을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위생용품의 매출 상승과 함께 독자개발상품 및 고기능상품 등 부가가치를 높인 100엔 이외의 가격대 상품 도입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1인당 구매액을 추정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2021년도 1월까지는 100엔숍에서 월평균 635엔을 쓰는 것으로 추정됐다. 10년전인 2011년에는 390엔이었지만 5년 뒤인 2017년에는 500엔을 넘어섰다.

이같은 기세를 살려 인터넷 및 편의점을 통한 판매 등 판매 루트 다각화에도 힘을 쏟는다. 상품의 질과 디자인에도 보다 공을 들여 최신 트랜드와 수요 변화를 빠르게 반영한 신상품을 계속해서 내놓을 계획이다. 순조롭게 간다면 2022년도 시장 규모가 1조엔을 돌파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코로나19 전보다 매장 800개 증가, 긴자에도 진출

도쿄 긴자의 명품 거리 모습 (사진=최지희 기자)
도쿄 긴자의 명품 거리 모습 (사진=최지희 기자)

적극적인 점포 전개도 실적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드러났다. 제국데이터뱅크가 대표 4개 기업의 점포수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도 말 시점에 7,687개였던 것에서 2022년 2월 말에는 약 8,400개로 2년간 약 800개의 점포가 늘었다.

이와 함께 명품 브랜드들이 즐비한 거리로 알려진 도쿄 긴자에도 100엔숍이 새롭게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긴자에서는 2010년 이후 저가격대 브랜드의 출점이 늘고 있는데, 오는 15일에는 '긴자 마로니에 게이트2'  6층에 100엔숍 ‘다이소’가 문을 열 예정이다.

긴자는 2020년 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인한 불경기를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곳이라 할 만큼 일본의 침체된 경기를 한 눈에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의 방역 정책으로 상업 빌딩 및 백화점의 영업 자제 및 단축 영업이 반복되었고, 해외로부터 들어오는 관광객의 발이 완전히 끊기면서 값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많은 수의 브랜드 매장들이 철수했다.

브랜드 매장이 철수한 자리에는 저가격 브랜드의 매장들이 하나 둘 씩 진출했다. 긴자에 매장을 입점시킬 만큼의 자금력을 가진 기업들은 다이소와 유니클로, 지유, 무인양품과 같은 저가격대 브랜드 기업 정도가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다.

 

물가 상승 불가피, 100엔숍 의존도 계속 커질 듯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장기 경제 침체로 성장이 거의 멈추다시피 한 일본에서 소비자들은 오랜 기간 오르지 않는 물가에 안주하며 지내왔다. 그러는 사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물가수준을 반영한 구매력평가(PPP) 지수 등 글로벌 순위도 계속해서 하락했고, 엔저까지 가세하면서 달러 환산 물가지수 조사에서 일본의 일부 생활 물가는 태국이나 스리랑카와 같은 개발도상국보다 싸다는 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당장 다이소의 경우만 해도 일본에서는 100엔 균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160엔, 뉴질랜드에서는 270엔, 태국에서는 210엔 등으로 훨씬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유와 곡물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엔저까지 심화되면서 일본의 물가 상승은 더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매일 식탁에 오르는 각종 식자재와 조미료, 일용품을 비롯한 생필품의 연이은 가격 상승 소식이 매일같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5일에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유, 곡물 등 물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한 첫 관계 각료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100엔숍이 승승장구하는 배경에는 일본 소비자의 강한 절약 습관과 코스트 퍼포먼스가 높은 상품에 대한 지지가 깔려 있다. 다만 해외에 제조공장을 다수 두고 있어 엔저 및 연료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에 영향을 크게 받기 쉽다. 일본 국내적으로도 일손 부족에 따른 직원의 임금 상승 등 코스트업 요인이 산재해 있어 균일가를 유지하면서도 수익을 확대해 나가는 비즈니스 모델이 장기적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불황으로 가격 상승에 민감한 일본 소비자들의 100엔숍 의존도는 물가 급등 위협이 불어 닥친 가운데 계속해서 올라 갈 것으로 전망된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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