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보기도 바쁜 의사가 팩스로 보건소에 확진자 보고…65세 이상 고령자도 접종권 못 받은 지자체 수두룩

지난 5일 오후 도쿄 시부야(渋谷) 스크램블 교차로 모습. 이날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10만명을 돌파했다. (사진=최지희 기자)
지난 5일 오후 도쿄 시부야(渋谷) 스크램블 교차로 모습. 이날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10만명을 돌파했다. (사진=최지희 기자)

1분 1초가 급한 의료 현장에서의 팩스 사용, 백신 예약을 위해 목을 빼고 배달을 기다려야 하는 접종권….

일본의 뒤처진 디지털화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처음 시작된 2020년 초부터 지적되어 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및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가 코로나 방역 실패의 책임 등을 떠안고 물러났을 당시에도 정책 실패의 주요인으로 디지털화의 후진성이 지목된 바 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종이 주류가 되어 백신 접종만이 유일한 대응책이 된 현재까지도 이같은 문제가 일본의 코로나19 방역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본에서는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가 코로나19 신규확진자로 판명된 경우, 감염자 발생신고서를 의사가 손으로 직접 쓰고 날인을 하여 보건소에 팩스로 송신하는 아날로그식 시스템이 여전히 적용 중이다. 폭발적인 확진자수에 가뜩이나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보건소에서 팩스 종이에 적힌 데이터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집계하는 작업을 반복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팩스를 통한 신고서 제출로 인해 집계 오류 문제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 오사카(大阪)시의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감염자수의 집계가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1월 하순 이후 1만 2천명이 넘는 확진자 통계가 반영되지 못한 사실이 최근 밝혀져 파문을 일으켰다. 팩스를 받은 보건소 직원은 정부의 정보 공유 시스템 ‘HER-SYS (하시스)’에 재차 데이터를 입력해야 하는데, 한정된 시간과 인력으로 다량의 신고서를 일일이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여기에 팩스 종이에 적힌 숫자와 글자들이 육안으로 쉽게 판별하기 어려운 형태로 전송되는 경우도 많아 처리 속도를 더욱 늦추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보건소 직원이 팩스 송신처로 전화를 걸어 일일이 대조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팩스 한 장을 시스템에 입력하는데만 약 10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 정부가 감염 발생을 입력하기 위해 구축한 시스템인 ‘하시스’에도 결함이 발견되고 있다. 의료기관 가운데는 팩스 사용 대신 의사가 직접 하시스에 코로나 확진자 정보를 입력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접속이 느리거나 지나치게 많은 정보 입력이 요구되는 탓에 ‘하시스’가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도쿄(東京) 세타가(世田谷)구의 60대 의료기관 원장은 “평일 낮에는 접속이 몰려 시스템에 접근하는데도 한참 걸린다”며 하소연을 했다. 그는 “먹통인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에 환자 한 명이라도 더 받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는가”하고 반문했다. 고령의 의사들 가운데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보다 팩스 사용을 익숙하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가 감염증법상 위험도에 따른 5단계 구분 가운데 2번째로 높은 ‘2류’에 분류되어 있다. 2류에는 결핵이나 사스(SARS)와 같은 증상이 엄중한 감염병이 속해 있다. 따라서 2류 감염병에 해당하는 환자가 발생할 경우, 의료기관의 신고서 제출이 의무화되어 있다.

한편 일본 총리관저에 따르면 4일 기준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률은 4.8%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7일, ‘하루에 100만 회 접종’을 목표로 할 것을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특히 보육 시설 및 학교에서의 감염 확산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보육사와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접종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태세다.

해당 기사가 포털 사이트 등에 게재되자, “맞고 싶어도 접종권이 오지 않아서 예약조차 못한다”, “모더나 백신이라도 접종권만 있으면 당장 맞겠다”, “일본의 백신 접종률이 낮은 것은 접종권 때문”이라는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3차 접종 시기 기준을 기본적으로 ‘2차 접종 후 6개월 후’로 정해 놓고 있어, 2차 백신 후 6개월 이상이 지나야 연령순으로 접종권을 받아볼 수 있다. 

실제 요코하마(横浜)시의 경우, 6일 기준 접종권 발송 대상자를 ‘65세 이상’ 이면서 ‘지난해 7월 2일까지 2차 접종을 완료한 자’로 제한하고 있다. 65세 이상의 고령자인 경우라도 7월 3일 이후에 2차 접종을 한 주민들에게는 접종권이 발송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사카시는 ‘65세 이상’의 코로나 백신 접종 간격을 자체적으로 ‘7개월 이상’으로 정해 놓고 있다. 2차 접종을 지난해 7월 13일까지 완료한 65세 이상만이 백신 예약에 필요한 접종권을 받은 상황이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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