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휴폐업 매장 100건으로 사상 최다…유명 커피 체인은 명암 엇갈려

도쿄 시부야(渋谷)의 한 킷사텐 (사진=최지희 기자)
도쿄 시부야(渋谷)의 한 킷사텐 (사진=최지희 기자)

어두운 조명에 자욱한 담배연기, 블랙커피에 토스트. 때로는 초록색 멜론 소다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시간을 들여 내린 진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레트로 멋을 즐길 수 있었던 일본의 킷사텐(喫茶店)이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2021년에는 폐업한 킷사텐의 수가 처음으로 100곳을 넘어섰다. 올해는 폐업 뿐만이 아니라 도산에 이르는 곳들도 늘어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일본의 킷사텐은 오랜 역사를 갖는다. 19세기 초반, 브라질과의 교류를 통해 대량의 원두를 무상으로 제공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킷사텐 문화는 전후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킷사텐 붐’을 일으키며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커피와 같은 음료 뿐 아니라 출출한 배를 달래 줄 오므라이스, 샌드위치, 나폴리탄과 같은 다양한 식사 메뉴도 갖추면서 많은 이들의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아 왔다.

도쿄상공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킷사텐의 휴업 및 폐업 건수는 전년 대비 26.5% 증가한 100건이었다.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이전 최다 기록이었던 2018년의 84건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도산 건수는 61건으로 전년 대비 8.9% 감소했다. 코로나19 관련 휴업 보조금 및 급부금과 함께 기업자금조달 지원책 등이 실시된 영향이다.

한편 유명 커피 체인의 상황은 제각각이다. 일본 푸드서비스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카페수는 2021년 11월에 전년 대비 87.3% 감소하는 등 체인점을 포함한 전체 점포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매장 전개 지역 등과 같은 영업 전략에 따라 명암이 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고메다 커피’를 전개하는 ‘고메다 홀딩스’는 2021년 3~11월 연결영업이익에서 전년 동기 대비 36.8% 증가한 58억 4,700만엔(약 613억 2천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도토루 커피’를 운영하는 ‘도토루 니치레스 레스홀딩스’의 경우 2021년 3~11월 연결영업이익에서 9억 2,100만엔(약 96억 4천만원)의 적자를 냈다. 또한 ‘산마르크 카페’ 등을 운영하는 ‘산마르크홀딩스’의 2021년 4~9월 연결영업이익은 27억 900만엔(약 283억 7천만원) 적자였다.

유통애널리스트이자 주식회사 나카자 랩(nakaja lab) 대표 나카이 아키히토(中井彰人) 씨는 “체인점을 동향을 보면 도토루와 산마르크처럼 도시의 번화가를 중심으로 영업하고 있는 체인의 점포수는 줄었지만 고메다와 같은 교외형 카페는 오히려 점포가 늘어났다”고 짚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도시부에서는 외출 자제 등으로 인구 이동이 감소했지만, 대신 인구의 교외 이동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나카이 씨는 “많은 수의 외식업체나 편의점 등이 교외로 출점 영역을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개인이 운영하는 킷사텐의 경우 쉽게 이전을 하기 어려워 폐업에 이르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경영하던 킷사텐의 문을 닫은 80대 남성 A씨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가게를 이을 후계자를 찾지 못해 영업을 정리하려고 마음을 먹어왔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결심을 굳히고 40년 이상 이어온 가게를 접었다. 그는 “ ‘딸랑’ 하는 종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오던 단골들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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