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도입했지만 이용자 수 적어 대부분이 공항에서 현장 검역 절차 거쳐…나리타 공항, 입국자 수 늘었지만 직원 수는 오히려 줄어든 모습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 몇 걸음을 떼자마자 바로 검역을 위한 대기에 들어가야 한다. 이 날(4월 1일)은 사진의 의자에서 약 한시간 반 이상을 대기했다.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 몇 걸음을 떼자마자 바로 검역을 위한 대기에 들어가야 한다. 이 날(4월 1일)은 사진의 의자에서 약 한시간 반 이상을 대기했다.

“나리타 검역 통과 시간이 전 보다 훨씬 오래 걸리네요”

“입국자 수가 늘어서요”

“입국자 수를 늘렸으면 공항 직원 수도 늘려야 하지 않나요? 더 줄어 든 것 같은데요?”

“하하, 그러게나 말예요”

일본 나리타 공항으로 들어오는 입국자의 검역 절차를 돕는 직원에게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자포자기식의 대답은 더 이상의 말을 할 수도 없게 만들었다. 현재 하루 입국자 7천명으로 상한선을 확대한 일본의 나리타 공항 상황은 혼란 그 자체였다.

1일, 인천발 나리타행 비행기를 타고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기내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일본 당국의 요청으로 인해 기내에서 한동안 대기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기내에서 약 십 오분 정도 기다린 후 공항에 발을 내딛자 마자 마주한 것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늘어진 행렬이었다. 일본 정부는 3월 9일부터 해외로부터의 입국자에게 공항 검역에서 실시하고 있는 수속의 일부를 사전에 웹상으로 끝낼 수 있는 ‘패스트트랙’을 실시 중이다.

하지만 정작 패스트트랙을 이용하는 입국자는 기자가 탑승한 비행기 승객들 중 많아야 5명 가량이었다. 공항 관계자가 목청을 높여 “녹색 화면(사전 절차 완료 확인 화면) 갖고 계신 분 앞쪽으로 나와주세요!”라고 소리쳤지만 대부분이 어리둥절해 하며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패스트트랙에 대한 제대로 된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 커 보였다.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던 한 한국인 출장자는 일본인 직원에게 “지금이라도 패스트트랙을 이용할 수 없는지” 물었지만 불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본 도착 16시간 전에 사전 신청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었다.

1시간 반에 걸친 ‘의자 대기’ 후 바로 마주하는 광경. 본격적인 검역 절차를 위한 지루한 대기가 이어진다.
1시간 반에 걸친 ‘의자 대기’ 후 바로 마주하는 광경. 본격적인 검역 절차를 위한 지루한 대기가 이어진다.

비행기에서 내린 대부분의 승객들은 현장에서의 검역 절차를 거쳤다.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는 대신 공항 검역 절차에 관여하는 직원 수를 늘리지 않은 탓에 차에 대기 시간은 지난 해 여름 입국 당시 보다 체감상 두 배 이상 걸리는 듯 했다.

질문표, 서약서, 건강관리 확인 앱(MY SOS)의 설치와 로그인, 백신 접종 증명서 확인, 코로나19 음성 증명서 확인 등을 끝내는 데 약 네 시간이 소요됐다. 코로나19 검역의 마지막 절차인 타액을 활용한 항원 검사 결과 확인에도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오후 1시 반 비행기로 도착한 승객들이 최종 관문인 입국 심사를 끝내고 짐을 찾는데 까지 든 시간은 약 5시간.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인 오후 6시가 넘어서야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날은 일본 정부가 10일부터 하루 입국자 수 상한을 1만명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날이기도 했다. 지난 달 14일부터 하루 입국자 상한을 5천명에서 7천명으로 확대했는데 이를 다시 늘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패닉 상태인 나리타 공항이 얼마나 더 심각해 질지 불 보듯 뻔해 보였다.

기자는 사전에 패스트트랙의 존재는 인지했지만 일본의 행정 처리 속도를 만만하게(?) 본 탓에 이를 이용하지 않아 금쪽같은 시간을 공항에 버려야만 했다. 약 한 달 전 나리타 공항에서 8시간을 대기했다던 산케이신문 기자의 체험기를 읽으며 위안할 수 밖에 없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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