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와 같은 단체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난 받아
“사회적 불신 초래할 뿐 코로나 사태극복 도움 안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나가오 노리아키(長尾教明) 덴리대학 학장(이미지:나라TV 캡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나가오 노리아키(長尾教明) 덴리대학 학장(이미지:나라TV 캡처)

일본 나라현 덴리시(奈良県天理市)에 위치한 덴리대학의 럭비부 소속 학생들에게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이어지자 이들에 대한 비난 여론은 물론 이와는 무관한 재학생과 가족들에게까지 “직장에 나오지 말라”라는 등 차별적인 발언과 함께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급기야 학장까지 기자회견을 자청해 확진자와 무관한 재학생 및 그 가족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나 차별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나라TV’에 따르면 덴리대학에서는20일까지 럭비부 소속 재학생 5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럭비부 부원들이 기숙사에서 공동생활을 한 것이 집단감염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고, 대학 측의 설명대로 대책이 충분치 못한 탓일 뿐 학생들의 잘못이 아니지만, 감염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나라현에서 발생한 첫 감염사례였던 만큼 지역 언론에 집중 조명되면서부터 이들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비난이 점점 그 수위를 더해 단지 덴리대학에 다닌다는 이유로 차별대우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 측에 따르면, 재학생 중에는 교생실습을 가기로 예정된 학교로부터 갑자기 취소 통보를 받거나, 당분간 아르바이트에 나오지 말라는 연락을 받는 등 사례도 다양하다. 덴리대학에 재학중인 자녀를 둔 부모의 경우에는 진료 차 병원에 갔다가PCR검사를 먼저 받아야만 진료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는가 하면 회사로부터 재택근무를 강요 받은 사례도 있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나미카와 겐(並河建) 덴리시장은 “덴리대학 전체를 하나의 위험단체로 간주할 만한 근거가 없는데도 배격하는 것은 부당하며, 이는 지역사회의 분단만을 초래할 뿐”이라며 지역사회의 냉정한 대응을 당부했다. 

앞서 지난 3월, 재학생의 집단감염이 확인된 교토산업대학에서도 확진자와 관계가 없는 재학생과 대학당국을 비방하는 여론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된 바 있어 앞으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차별 행위가 언론을 통해 종종 보도되고 있는데 이달 중순에는 일본 명절인 오봉(お盆) 연휴를 맞아 도쿄에서 아오모리현(青森県)으로 귀성한 사람의 고향집에 누군가가 “민폐를 끼치지 말고 어서 도쿄로 돌아가라”는 쪽지를 던져 놓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이후 연일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코로나 차별’로 불리는 부당한 차별이나 비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정 조직이나 거주지 구성원의 일부가 감염된 것을 두고 전체 구성원 및 그 관계자를 이유없이 차별하고 비난하는 행위는 사회적 불신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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