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수장 “긴급사태선언 재발령 상황 아니다”  
코로나19 감염자 최고치 경신···'고 투 트래블' 강행 추진

아베 수상은 ‘고 투 트래블’ 시행 첫 날인 22일, 국민의 협력 위에 신중하게 경제활동을 재개해 나갈 뜻을 표명했다(이미지: ANN뉴스 화면 캡처)
아베 수상은 ‘고 투 트래블’ 시행 첫 날인 22일, 국민의 협력 위에 신중하게 경제활동을 재개해 나갈 뜻을 표명했다(이미지: ANN뉴스 화면 캡처)

일본의 수도 도쿄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300명을 넘어서고 오사카부, 교토부, 아이치현 등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도 연일 확진자가 급증하며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일본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수상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긴급사태선언 재발령 가능성을 일축하는 한편,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22일부터 관광산업을 살리겠다는 취지의 '고 투 캠페인' 사업을 강행하고 나서는 등 여론과는 동떨어진 정부차원의 경기회복 성과 내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현재 긴급사태선언 재발령과 관련해 일본 국민의 여론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언론사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교토통신이 19일 발표한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긴급사태선언 재발령에 찬성하는 여론은 66.4%였고, 재발령이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은 27.7%에 머물렀다. 반면 20일 보도된 니혼게이자이신문과 테레비도쿄의 공동여론조사에서는 긴급사태선언 재발령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답변이 62%로 나와 ‘신속히 실시해야 한다’고 답한 33%를 크게 웃돌았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동시에, 지난 4월 이후 한달 넘게 이어진 긴급사태선언 발령 하에서 전국적인 휴업과 외출 자제로 인해 경제적인 타격을 입었던 경험이 이와 같은 상반된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지방 정부에서 긴급사태선언 재발령을 주장하는 의견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마루야마 다쓰야(丸山達也) 시마네현(島根県) 지사는 지난 19일, 코로나19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일본 전국 지사 인터넷 회의 참석 직후 기자회견에서 “필요한 도도부현에 긴급사태선언을 발령하지 않으면 적재적소의 대책은 불가능하다”며 긴급사태선언 재발령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대상 지역에 대해 “적어도 도쿄는 (재발령이) 필요하다”고 말해 최근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는 도쿄도를 직접 거론하고 나섰다. 

앞서 정부의 ‘고 투 캠페인’ 사업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는 마루야마 지사의 긴급사태 재발령 필요성 언급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와 아베 신조 수상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일본 언론이 마루야마 지사의 발언을 비중있게 보도한 사실을 비춰볼 때, 언론들도 마루야마 지사가 지방의 불만을 어느 정도 대변하고 있다고 풀이한 듯 하다.   

이에 대해 아베 수상은 지난 21일 참석한 자민당 간부회의를 통해 "긴급사태선언을 발령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도쿄도에서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중증환자 수가 낮은 수준으로 억제되고 있고 병상 확보 등 의료시스템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어 긴급사태선언과 같은 강력한 대응책을 검토하기 보단 현상 유지에 중점을 두고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다.

아베 수상이 집권 여당 자민당의 간부회의에서 이같은 방침을 직접 밝힌 배경에는 정부 뿐만 아니라 자민당 내부에서 제기될 수 있는 긴급사태선언 재발령 논의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긴급사태선언을 둘러싼 논의는 적어도 정부·여당 차원에서는 일단 봉합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아베 수상의 방침에 여론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자가격리 및 입원대기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어 차칫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의료상황에만 국한돼 정부 방침을 정하는 아베 수상의 현실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22일부터 시행된 '코 투 캠페인' 정책의 하나인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 사업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오늘부터 시작된 나흘간의 연휴가 여름휴가와 맞물리면서 사람들의 장거리 이동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여행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이번 사업이 대도시에서 지방으로의 코로나19 확산세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이 각 도도부현의 자료를 토대로 22일 보도한 최근 1주간(15-21일)의 통계에 따르면, 신규 감염자가 인구 10만명당 0.5명을 넘어선 도도부현은 24곳에 달했다. 7월 들어 1-7일에 8곳, 8-14일에 17곳에 이어 전국적인 확산에 가속도가 붙은 형국이다.  

특히 감염자 수가 가장 많은 도쿄도에서 최근 1주간 신규 감염자는 인구 10만명당 11.69명이었다. 이밖에 오사카부 5.40명, 교토부 4.57명, 후쿠오카현 3.62명, 아이치현 2.33명 등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높은 수치을 기록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5월 25일 긴급사태선언 전면 해제 당시 ‘최근 1주간 신규 감염자가 인구 10만명당 0.5명 이하’를 기준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앞서 4월 7일에 긴급사태선언을 발령할 때에는 ‘최근 1주간 신규 감염자가 인구 10만명당 5명 이상’이 기준에 포함되어 있었다. 최근 1주간의 일본 국내 확진자 증가 추세를 인구 10만명당 신규 감염자 수를 기준으로 볼 때, 이미 이전의 긴급사태선언 발령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다만 일본 정부는 긴급사태선언 재발령과 관련해 어떠한 신규 기준도 제시한 적이 없다. 긴급사태선언을 코로나19 정책 카드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편, 긴급사태선언 재발령 가능성을 일축했던 아베 수상은 22일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 여러분의 협력 위에 신중하게 경제활동을 재개해 나가겠다"며 ‘고 투 트래블’ 사업 강행의사를 밝혔다. 코로나19 방지와 경기회복 정책을 예정대로 병행할 뜻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관광산업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여행 비용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고투 트래블’ 정책은 예산 1조3500억엔(약 15조원)을 투입해 일본 국내 여행자에게 1박 기준 1회에 한해 최대 2만엔을 지원한다. 다만 여론의 반대에 못이겨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도쿄도는 이번 시행에서 제외됐다.

여론의 뭇매 속에서도 일본 정부는 외식비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고 투 잇(Go To Eat)’을 시행하기 위해 사무위탁업체 공모를 시작하는 등 '고 투 캠페인'에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경제 회생의 기회로 삼았던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는 등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와 코로나19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으로 이탈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고 투 캠페인'을 비롯한 일련의 경기회복 정책 성공 여부는 아베 정권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긴급사태선언 재발령이라는 경기회복을 가로막는 극단적인 조치를 피하면서 코로나19 확산세를 잠재워 보려는 아베 정부의 외줄타기가 아슬아슬해 보인다. [프레스맨]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