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경험 없어 약점으로…아베 정권 계승 의지 표명, 국가관 및 역사관은 불투명

취재진에 둘러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자민당 총재. 스가 총재는 16일 일본 제99대 총리로 선출됐다. (이미지: 스가 요시히데 트위터)
취재진에 둘러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자민당 총재. 스가 총재는 16일 일본 제99대 총리로 선출됐다. (이미지: 스가 요시히데 트위터)

일본의 제99대 총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재의 외교 정책을 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연장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스가 시대의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스가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외교 노선을 계승하겠다고 밝히면서 한일 관계에서도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보다는 위기를 관리하며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우선 스가 총리는 외교 및 안전보장정책을 다룬 경험이 없어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점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으며, 스가 역시 이 점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밀월’이라 불리는 개인적인 관계를 쌓으며 안정적인 미일동맹을 기축으로 외교 정책을 전개해왔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 스가 총리는 지난 12일 토론회에서 “아베 총리의 수상외교는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은 나는 할 수 없다”고 털어놓는 등 낮은 자세를 보였다. 동시에 “ ‘자기형’ 외교 자세를 관철해 나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지만 ‘자기형’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나타내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스가 총리는 국가관이나 역사관에 있어서 아베 전 총리만큼 확고한 방향성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나카지마 다케시(中島岳志) 도쿄공업대 교수는 그의 저서 ‘자민당, 가치와 리스크의 매트릭스’에서 스가가 아베 전 총리가 지향하는 ‘강한 일본’과 같은 국가관을 지닌 인물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한 적은 있으나 각료의 신분으로 참배한 적은 없으며, 2013년에는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려고 하자 만류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스가 총리는 아베 정권의 숙원이기도 했던 ‘헌법개정’과 관련해서는 14일 회견에서 “(현 헌법제정으로부터) 70년 이상이 지나 현실에 맞지않는 부분이 많다. 총재로서 도전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총재 선출 전에 이뤄진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스케쥴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9월 8일 자민당 총재선을 앞두고 TV 아사히 뉴스 프로그램 ‘보도스테이션’에 출연한 스가 총리
지난 9월 8일 자민당 총재선을 앞두고 TV 아사히 뉴스 프로그램 ‘보도스테이션’에 출연한 스가 총리

한일간 역사문제에 있어서 스가 총리는 지난 7년 8개월간 아베 정권의 정부 대변인으로서 한국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스스로가 공언했듯 외교 정책 추진에 있어 아베 정권의 계승을 표방하며 아베에게 조언을 구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바꾸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7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한일 관계에 있어서는 국제법 위반에 대해 철저히 대응해 가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스가 총리는 9일 자민당 총재 선거 ‘소견 발표 연설회’에서 외교 정책에 대해 밝히면서 ‘한국’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12일 일본기자클럽 주최 자민당 총재 후보 토론회에서는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구축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한국’과도 의사소통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한국에서 개최를 저울질하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의 한일 두 정상의 만남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양국의 입장이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상황에서 두 정상이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분위기 반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이에 대해 외교소식통은 프레스맨에 “적어도 현재로서는 일본 쪽에서 코로나 확산 등을 이유로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에) 소극적인 상황”이라며 앞으로의 상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스가 외교’는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정상 외교를 펼쳐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원래대로라면 이달 말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외교 무대에 데뷔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겠지만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 증가 추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올해는 상황이 어렵게 됐다.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들의 연설도 사전 녹화 형식으로 이뤄지게 된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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