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확진자 사망···도쿄올림픽으로 경제 회생 노린 아베, 벚꽃스캔들에 코로나19 대응 부실로 사면초가

지난 1월 새단장을 통해 새 역사의 운용이 시작된 도쿄메트로 긴자선 시부야(渋谷)역. 평소라면 방일 외국인으로 붐볐을 아사쿠사(浅草)행 열차에도 사람이 뜸하다. (사진=최지희 기자)
지난 1월 새단장을 통해 새 역사의 운용이 시작된 도쿄메트로 긴자선 시부야(渋谷)역. 평소라면 방일 외국인으로 붐볐을 아사쿠사(浅草)행 열차에도 사람이 뜸하다. (사진=최지희 기자)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진 환자가 20일 현재 3명으로 늘어나면서 일본 사회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요코하마(横浜)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탑승해 확진 판정을 받은 80대 남녀 일본인 2명의 사망이 확인된 것이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 중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 가운데 코로나 19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없으며 음성 판정을 받은 이들의 하선은 19일부터 시작됐지만, 그 외의 승객들은 앞으로 2주 동안 배 안에 갇힌 생활을 계속 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는 매일 같이 수십명의 새로운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18일에는 일본 후생노동성 재해파견 의료팀의 일원으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승선 중인 이와타 겐타로(岩田健太郞) 고베(神戸)대학병원 감염증 내과 교수가 “비참한 상황”이라며 내부 상황을 폭로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실어 파문을 일으켰다. 그런데 20일 오후에는 이와타 교수 스스로 해당 동영상을 삭제하면서 ‘외압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타 교수는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와이드쇼 등 뉴스 방송을 통해 일본 정부의 부실한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20년 이상 감염병 연구를 하며 에볼라, 사스 확산 현장을 방문해왔고, 그때마다 나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두려울 게 없었다. 하지만 이 곳(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는 나도 감염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본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하선 승객의 증언을 살펴보면 감염자와 비감염자의 격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접할 수 있다. 이들은 “감염될 게 뻔하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국경에서 감염자의 입국을 차단하는데 집중한 나머지 “선내 감염 상황을 우습게 본 감이 있다”고 비판했다. 아베 내각의 입장을 대변하는 논조를 보이는 산케이신문마저 지난 18일 칼럼을 통해 2011년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폭발 사고를 야기한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당시 민주당 정권이 몰락했다고 할 수 있다며 “지금은 아베 정부가 문재인 정부로부터 배워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요미우리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2%가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충분치 않다고 답했고 아사히신문의 조사에서는 85%가 일본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나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교도통신의 조사에서 8.3% 포인트, 요미우리신문에서 5% 포인트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코로나19에 대한 대응만큼 비판 받고 있는 것이 아베 총리의 국회에서의 거짓 답변 의혹이다. 일본 정부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행사 전날 열린 호텔 전야제 비용 문제를 놓고 호텔측과 아베 총리의 답변이 일치하지 않으면서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 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2011년 여당인 ‘민주당’ 시절 동일본대지진 대응으로 도마에 올랐던 탓인지 코로나19와 관련한 문제보다는 아베 총리의 ‘벚꽃 스캔들’ 추궁에 집중해왔다. 

여기에 작년 4분기 일본의 실질 GDP가 전분기보다 1.6% 감소해 5분기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아베 내각이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직면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월에 있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야심차게 내세웠던 ‘방일 외국인 4000만 달성’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예정대로 올림픽이 열리더라도 기대만큼의 경제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성공적인 퇴임을 꿈꾸던 아베 총리의 장밋빛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예상보다 빨리 레임덕이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언론의 한 관계자는 “그나마 아베 정권이 내세울 만한 것이 ‘경제’였는데,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경제도 내세우지 못하게 됐다. 구심력 저하는 불 보듯 뻔하다”고 내다봤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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