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노동성, “비정규직이라 부르지말라” 내부 지침 하달···관계자 및 야당에선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 흐리려는 의도” 비판도

일본 후생노동성 청사 (이미지: 후생노동성 페이스북)
일본 후생노동성 청사 (이미지: 후생노동성 페이스북)

[프레스맨] 일본 후생노동성이 파트타임 및 파견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부르지 말도록 부처 내에 알리는 작업을 시행 중이다. ‘비정규’라는 용어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정작 실태를 들여다보면 일본 내 비정규 고용은 점차 증가 추세로, 전체 노동 인구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이 40% 가까이 달해 있는 상황이다. 관계자들 사이에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가 있는게 아니냐”며 비판 섞인 목소리가나오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해 보이는 상황이다.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후생노동성 고용환경·균형국이 지난 8월, 국회답변 및 자료 등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파트타임노동자’, ‘유기고용노동자’, ‘파견노동자’와 같이 고용 형태에 따른 호칭으로 부를 것을 부처 내에 하달했다.

문서 형식으로 하달한 지침에서는 그에 대한 이유로 “원하는 시간 및 체력에 맞게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규직을 희망하지만 이루지 못한 사람도 있는 등 실태가 다양하기 때문”이라고 적시했다.

후생노동성 담당자는 “단순히 ‘비정규’라고 부르는 것만으로 마이너스 이미지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비정규’는 고용 방법과 관련된 단어라고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도쿄(東京) 시부야(渋谷) 전철역 내에 비치된 구인 잡지(사진촬영=최지희 기자)
도쿄(東京) 시부야(渋谷) 전철역 내에 비치된 구인 잡지(사진촬영=최지희 기자)

물론 일본 내에서 ‘비정규’라는 용어를 둘러싼 논의는 지금까지도 이뤄져왔다. 2011년에 열린 후생노동성 전문가간담회에서는 ‘정규·비정규’라는 식의 이분법 분류는 더이상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고용 형태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금지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강화될 예정인 가운데, 담당과에서는 이번 지침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및 취업 빙하기 세대에 대한 지원 강화를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그렇다고는 하지만 지금 시기에 ‘비정규’라는 말을 쓰지 않도록 내부 지침까지 내려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아베신조(安倍晋三)총리가 국회 답변에서 “비정규라는 말을 이 나라에서 없애 버리겠다”라고 반복적으로 답변해 온 것에서 찾았다.

2012년말 제2기 아베 내각 출범 이후 비정규고용자수는 약 300만명 늘어난 약 2,100만명에 달한다. SNS에서는 총리의 발언을 두고 “용어만 근절하느냐”며 비꼬는 반응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야당에서도 “비정규직 문제 자체를 없는 것으로 치부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등, ‘비정규’라 부르지 말 것을 대대적으로 선도하고 나선 정부의 방침을 두고 그 의도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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