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아베 총리 초중고 휴교 요청 이후 일본 사회 동요···사재기 현상 벌어져

아베 총리의 초중고 임시 휴교 요청이 있었던 지난 달 28일 도쿄 소재의 마트의 라면 코너 모습. 인스턴트 라면 및 우동이 모두 동이 나 있다. (사진=최지희 기자)
아베 총리의 초중고 임시 휴교 요청이 있었던 지난 달 28일 도쿄 소재의 마트의 라면 코너 모습. 인스턴트 라면 및 우동이 모두 동이 나 있다. (사진=최지희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 초중고의 3월 한달간 일률적인 임시 휴교를 요청한 이후 일본에서는 매서운 후폭풍이 불고 있다. 갑작스런 강경책에 졸업과 입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혼란을 안긴 것 뿐 아니라 맞벌이 학부모 가정을 중심으로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아베 총리의 측근이자 해당 정책을 담당하는 문부과학성 수장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가 이같은 독단적인 결정에 반기를 들었으나 아베 총리는 “내가 책임진다”며 사안을 밀어부쳤다. 전면 휴교 조치를 내릴 경우 학부모가 일을 쉴 수 밖에 없어 휴업 보상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등 고려 사항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대책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만회하기에 급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성급한 정책의 여파는 곧바로 시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대형 마트 체인 ‘도큐스토어’에서는 인스턴트 라면, 카레, 즉석밥, 스낵 과자 등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식료품들이 죄다 동이 났다. 마트 점원에게 사정을 묻자 “학교가 전면 휴교에 들어간다는 발표 때문인 듯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지내게 된 자녀들의 식사를 챙겨줄 수 없게 되자 궁여지책으로 인스턴트 음식들을 사재기해두는 가정이 늘고 있는 것이다.

3월 3일 오전, 도쿄 메구로구에 위치한 대형 마트 체인 도큐스토어의 휴지 판매대. 일본에서는 마스크 뿐만 이날 두루마리 휴지, 기저귀 등 제지류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최지희 기자)
3월 3일 오전, 도쿄 메구로구에 위치한 대형 마트 체인 도큐스토어의 휴지 판매대. 일본에서는 마스크 뿐만 이날 두루마리 휴지, 기저귀 등 제지류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최지희 기자)

도쿄(東京)를 중심으로 점포를 전개하고 있는 또다른 대형 마트 체인인 ‘서미트’에서도 지난 주말부터 파스타면 및 라면, 냉동식품이 상품을 들여놓기가 무섭게 바닥나고 있다. 소비량이 줄고 있는 쌀도 이전에 비해 높은 매출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사재기 현상은 식료품 뿐 아니라 휴지, 기저귀, 생리대 등 제지류에도 번져가고 있다. 발단은 SNS상에 떠도는 “마스크 재료가 종이로 쓰이고 있어 종이 원료인 휴지가 부족해 질 것”, “중국에서 원재료 수입이 안될 것” 이라는 루머 때문이다. 관련 업계들이 ‘사실 무근’임을 밝히고 있지만 ‘마스크 대란처럼 언제 또 살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일단 사 놓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마스크 구입은 하늘에 별 따기가 됐다. 최근에는 마스크 구입에 실패한 손님들을 응대하며 반복적으로 사과를 해야 하는 약국 점원들이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현재 드럭스토어 및 약국, 마트 등에서는 마스크 부족 사태가 한 달 이상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제조 업체들은 24시간 체제로 증산에 매달리고 있으며 위기감을 느낀 일본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대형 지진 등 자연재해에 익숙한 일본 국민들마저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막연한 공포 앞에서는 속수 무책인 모습이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데다 아베 총리의 갑작스런 휴교 요청이 국민들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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