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 일기’처럼 주고 받으며 작품 제작…한일 갈등 속 누락된 ‘무언가’를 찾아 양국의 일상을 영상 일기로 

‘교환 일기’의 한국측 작가 임흥순 씨 (이미지: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캡쳐)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한국과 일본의 아티스트가 서로의 영상과 목소리를 ‘교환 일기’ 형식으로 주고 받으며 제작한 작품이 도쿄 시부야(渋谷)와 서울의 영화관에서 ‘긴급’ 상영됐다. 양국의 갈등 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국가 간 대립 속에서 누락된 ‘무언가’를 찾아 서로의 일상을 영상 일기로 담아낸 ‘교환 일기’는 현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두 명의 아티스트는 4년 전부터 스마트폰 등으로 주변을 촬영하면서 일상에서 느낀 점들을 자문자답 형식의 내레이션 등을 가미해 화면에 담아왔다. 영상을 사용해 작품을 제작하는 일본 현대미술가 모모세 아야(百瀬文) 씨는 2015년부터 1년간 도쿄 국립신미술관과 한국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는 전람회 참가 작가로 선발됐다. 한국의 현대미술가인 임흥순 씨도 같은 기획에 참가하고 있던 차에, 모모세 작가에게 함께 작품을 만들어 볼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상대의 언어를 알지 못하는 데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 조차도 원활하지 않았다. 두 작가는 그저 하루하루의 일상을 촬영한 영상을 서로에게 전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전달받은 쪽에서 이를 자유롭게 편집해 자신의 모국어로 내레이션을 추가해 다시 전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해서 ‘교환 일기’라는 제목의 작품은 그 시작을 열었다.

교환 작업은 계속해서 이어져, 지난 해까지 기록한 영상을 편집해 64분짜리 작품을 이달 초 상영하기에 이르렀다. 임 작가-모모세 작가의 순으로 서로에게 전해지는 ‘일기’는 소소하기 이를 데 없다.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작은 곤충부터 전철 안에서 내다 본 마을 풍경까지, 영상을 통해 흐르는 장면들은 소박하면서도 일상적인 풍경들의 연속이다. 이들 가운데 종종 배외주의적 사상을 가진 사람들의 데모, 성적소수자의 권리 향상을 요구하는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과 같은 현재의 정치 및 사회상이 반영된 풍경들도 뒤섞여 있다.

‘교환 일기’의 일본측 작가 모모세 아야 씨 (이미지: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캡쳐)

영상을 통해 전달되는 화면과 내레이션은 일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임 작가는 자연을 파괴하면서 살아가는 인간의 영위에 대해서, 모모세 작가는 외국어를 이해할 수 없는 데 대한 아쉬움과 전시(戦時)에 여성들이 짊어져야 했던 역할들에 대해 생각하며 이를 조용히 읊조린다.

모모세 작가는 이같은 기법에 대해 “국가 간의 싸움 속에서 생성되는 말들의 향연에서 누락되어 있던 것들에 대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상영은 임 작가 측에서 “양국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 작품을 알리고 싶다”고 제안해 와, 지난 9월 서울과 도쿄의 영화관에서 상영이 시작됐다. 도쿄 시부야의 상영관 ‘시어터이미지포럼’ 담당자는 아사히신문에 “명쾌한 해답만을 요구하는 시대이지만 이 작품에는 마음의 흔들림 등이 솔직하게 담겨져 있다”고 말했다.  

한일 갈등 상황이 정치와 경제, 안보 영역에까지 영향력을 미쳐가는 가운데서도, 예술과 문화의 힘으로 이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은 흔들림없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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