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 격상에 설명회·공채 일정도 줄연기…취준생 '울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도 방역에 적극 나서고 있다. 외부인들의 사옥 출입을 사실상 봉쇄하고, 직원들의 출근 시간을 늦추는 등 방역 수위를 한층 높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 23일 코로나19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한 바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서울 양재 본사 사옥의 방역을 강화하고 외부인 출입을 제한했다. 직원들이 출입할 때에는 체온 확인과 함께 사원증 검사를 병행한다. 중요 회의는 연기하거나 화상으로 대체하는 등 개별 직원 간 접촉도 최소화하고 있다.

양재 사옥에 입장하는 사원들은 체온을 측정해 37도 이상일 경우 3분 후 재측정, 37.5도 이상 시 귀가해야 한다. 사옥 내 직원식당은 1·2부로 나눠 이용토록 하고, 도시락 배달 수량을 늘렸다. 직원 다수가 접촉할 기회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은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 이후로 1시간 늦췄다. 대중교통 등을 이용하다 감염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서울 종로구 서린 사옥에서 운영 중인 '공유좌석제'도 사실상 중단했다.

당초 같은 층에 3일 이상 예약할 수 없도록 했던 설정을 바꿔 당분간은 가급적 같은 층에 앉도록 했다는 게 SK관계자의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사옥 입장 체온 측정 방식도 기존 열화상 카메라 감지 방식에서 직접 체온을 측정하는 방식을 추가했다.

롯데그룹의 경우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나 소공동의 소공타운 등을 대상으로 복합건물 내 입주 계열사 간 이동 자제령을 내렸다. 같은 건물 내에서라도 가급적 다른 층 계열사 방문은 자제하라는 뜻이다.

2인 이상 회의는 가급적 유선 통화 등으로 대체하고, 불가피한 경우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라는 게 사측 지침이다. 외근 뒤에는 사무실로 복귀하기보다 현지에서 직접 퇴근하는 걸 권장한다. 사내 회식이나 술자리를 동반한 외부 만남은 최소화하도록 했다.

포스코는 포항뿐 아니라 경북지역 거주자와 방문자의 동선이 확진자와 일치하면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이외 인원은 관리대상으로 관찰 조치한다. 포스코 측은 직원들이 본인의 동선과 상황을 회사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공유할 수 있도록 안내 중이다.

외국계 기업들도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거나, 아예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다. 필립스코리아는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까지로 미뤘다.

삼성전자는 구미사업장 무선사업부 소속 직원이 지난 2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일시 폐쇄됐다. 삼성측은 확진자와 접촉한 동료를 자가 격리 조치하고 사업장 전 직원을 귀가시킨 뒤 정밀 방역을 했다.

24일 오후부터 구미사업장은 재가동 예정이지만, 확진자가 근무한 층은 25일 오전까지 폐쇄된다. 대기업 국내 생산라인 근무인력 중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구미뿐 아니라 서울 서초와 경기 화성 일부 사업장에서도 의심자가 발생하며 방역이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대응하고 있다. 국내외 출장 자제와 다중 집결 취소, 구미-수원 사업장 간 셔틀버스 운행 중단 조처를 내리는 등 사태 확산 방지를 위해 가능한 조치는 모두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구미사업장에 추가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다시 폐쇄될 가능성도 있다.

SK하이닉스에도 의심환자가 발생했다. 지난 20일 신입사원 중 한 명이 대구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천캠퍼스 임직원 800여 명을 자가 격리 조치했다. 다른 한 명도 폐렴 증세를 보였지만 두 사원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각 기업들의 피해도 가시화된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중국 공장이 멈추면서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 중국 조달 부품인 ‘와이어링 하니스’ 등이 공급되지 않았던 탓에 생산라인이 멈춘 것. 아직도 해당 부품의 공급은 불안정해 생산라인 가동률이 70%를 밑도는 상황이다.

대구·경북 지역 하청업체들의 생산 차질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대차는 대구 지역 6개 병원을 방문하거나 코로나19 발병 국가를 다녀온 임직원에게 무조건 2주 무급 휴가를 주는 등 강도높게 대응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 일정에도 적신호가 들어왔다. 대규모로 인원이 몰리는 것을 우려해 대기업의 채용계획이 연기되거나 일정이 유보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0 상반기 채용과 관련된 각 사업부문 대학별 채용설명회 일정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삼성은 통상 매년 2월 말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서류접수 시작 전 대학별로 설명회 일정을 발표한 후 3월에 설명회를 진행해 왔다.

LG전자는 올해 신입직원 공개채용 일정을 4월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국 대학의 90% 이상이 개강을 2~4주 연기하는 등 학사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부득이하게 4월 이후로 채용 시기를 다소 늦춰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생활가전 사업부문에서 진행하는 고졸 기능직(생산직) 공개채용 일정도 한달 가량 연기하기로 했다. 당초 LG전자는 지난 11일까지 H&A사업본부 소속 신입 기능직 서류접수를 완료하고 인적성검사 및 면접을 진행할 방침이었다.

SK그룹 또한 올해 상반기 공채 일정을 다음달 중순으로 작년보다 2주가량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상황을 살펴 매년 4월 말쯤 치러지던 공채 필기시험도 연기하거나 이를 대체하는 다른 평가 방안을 검토 중이다.

GS는 계열사마다 상반기 채용 일정을 연기하거나 재고하고 있고, 포스코와 한화그룹 또한 채용 일정을 변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예상보다 확대일로를 걷다 보니 확산 여부를 지켜보고 일정을 미루거나 설명회 등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취업 사이트 잡코리아가 취업준비생 17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63.5%가 이번 코로나19가 '취업준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기업들이 채용을 취소하거나 축소할까 우려된다' 항목이 응답률 57.3%로 가장 많았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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