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는 Z세대 남성 급증, 日화장품 시장이 뜨겁다

도쿄 시부야 전철역. 여성 모델과 함께 붉은 립스틱을 입술에 바른 남성이 등장하는 광고에 발길이 멈춘다. 16일부터 발매가 시작된 일본 화장품 브랜드 고세는 신 브랜드 광고모델로 트와이스 멤버 쯔위와 함께 배우 겸 가수로 활동 중인 남성 아이돌 요시노 호쿠토를 기용했다.

남성이 화장을 하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은 시대를 넘어, 화장품 브랜드들이 새로운 마켓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대상이 10~20대 남성 소비자다. 일본 국내 화장품 시장 전반에서 정체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활기를 보이는 곳이 바로 맨즈 코스메틱 시장이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17년에는 1,389억엔(1조 3,467억원)이었던 일본 내 맨즈 코스메틱 시장이 2022년에는 1,583억엔(1조 5,348억원), 2024년에는 1,655억엔(1조 6046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한국발 브랜드들이다. 일본 여성 소비자 뿐 아니라 남성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한국산은 세련된 이미지가 있다’는 이유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마케팅 운영회사 네오마케팅이 2022년 12월에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용중인 메이크업 용품의 브랜드’를 Z세대에게 물은 결과, 약 30%가 ‘한국계’라고 대답했다. 일본 및 다른 해외 브랜드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일본 화장품 기업들도 늘어나는 Z세대 남성들의 수요를 놓치지 않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전망이 밝은 남성 화장품 시장마저 한국발 브랜드에 내어 주지 않기 위해 움직임을 서두르고 있다.

‘가오’는 “여성들처럼 남성들도 화장하는 것이 보통이 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신입사원의 의견을 반영해 신 브랜드 ‘언릭스(UNLICS)’를 론칭했다. 여드름 등의 피부 트러블을 감추고 투명감을 내는 메이크업 베이스 상품을 내세웠다.

‘고세’는 야구 스타 오타니 쇼헤이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맨즈 코스메틱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코스메 드 코르테’ 시리즈 광고에 오타니가 전면 등장하면서 얻은 효과는 매출 뿐만이 아니다. 남성들도 외모 관리에 시간을 쓰고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자연스레 퍼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고세'의 색조 화장 브랜드 ‘비세(Visée)’의 모델로 발탁된 남성 아이돌 요시노 호쿠토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면서도 “남성으로서 ‘비세’의 뮤즈가 되어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시세이도’는 세계에서도 확장 추세인 남성 화장품 시장을 겨냥해 2022년 6월 새로운 맨즈 코스메틱 브랜드 ‘사이드킥’을 론칭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이 주된 타깃이다. 1995년 이후 태어난 ‘95후세대’의 취향에 맞춘 세안제와 스킨로션 등 10종의 상품을 개발했다. 시세이도 관계자는 “예상을 뛰어 넘는 기세를 보이며 매출이 오르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