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 낮은 처우, 학생 및 학부모로 인한 스트레스 노출로 기피 심각…일부 지자체, 교원 자격 없어도 채용 시험 응시 가능토록 개방

일본 도쿄의 초등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 (사진=최지희 기자)
일본 도쿄의 초등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 (사진=최지희 기자)

일본 사이타마현에 거주하는 남성 A씨는 40대에 초등학교에서 교감을 맡고 있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교감직을 맡게 된 데는 A씨의 교육자로서의 능력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A씨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다. 그가 초교 교사로서 갓 발을 내딛은 2002년경이었다. 학부모들의 도를 넘은 요구와 간섭으로 인해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게 되면서 새내기 교사였던 A씨는 2년간 휴직을 해야만 했다.

A씨가 임용된 2000년 초반은 교권 추락과 함께 학교 붕괴가 일어나기 시작한 시기였다. 2006년에는 도쿄 신주쿠 구립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당시 23세 여성이 과중한 업무와 극성 학부모들의 갑질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교감으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A씨가 최근 가장 걱정하는 것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출산 등으로 자리를 비운 선생님을 대체하는 단기 채용 교사를 구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라고 전했다.

실제 최근 일본에서는 교육현장에서의 교사 부족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과도한 업무는 물론 학생 및 학부모들로 인한 스트레스에 장시간 노출되어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처우는 받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일본 공립 초등학교 교사 임용 경쟁률은 2000년에 12.5대 1이었지만 2022년에는 2.5대 1까지 떨어졌다. 1979년 조사 이래 최저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오랜 기간 교사는 선망의 직업이었지만 현재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A씨는 교사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최근에는 교원 자격이 없어도 교원 채용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A씨의 말처럼 교원 자격이 없는 사회인이나 대학교 3학년생에게도 교원 채용시험 응시 자격을 부여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18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사이타마현과 와카야마현, 야마구치현, 후쿠오카현은 교원 자격이 없는 대학 졸업자도 교원 채용 시험을 볼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도쿄도를 비롯해 지바현, 가나가와현 등은 대학교 3학년생들도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도 출산 및 질병으로 자리를 비운 교사를 대체할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한 학급의 정원을 늘리거나 교장 및 교감이 임시 담임을 맡는 경우도 많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중학교 강사가 초등학교 담임을 맡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저출산 상황이지만 필요한 교원 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각 지역에서 교원 지원자를 두고 경쟁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6월 국정 기본 방침을 발표하면서 교원 급여와 관련한 법안 개정의 검토 등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장시간 노동과 처우 문제 뿐 아니라 학생의 교사 폭행, 학부모 갑질과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 문제 해결까지는 손이 닿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레스맨]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