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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류의 성지 신오쿠보 코리안타운은 지금
[르포] 한류의 성지 신오쿠보 코리안타운은 지금
베트남, 네팔 음식점 증가 속 제3차 한류 붐
  • 도쿄=최지희 기자
  • 승인 2018.06.2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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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의 신오쿠보 역사 안 모습. 일본인 뿐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북적인다. (사진=최지희기자)

베트남, 네팔 음식점 급증···다문화 격전지로

“3년 전엔 이곳은 한국 음식점이었습니다. 저희가 인수해서 지금은 네팔 요리하면 ‘이곳’으로 통할만큼 손님이 많이 찾아옵니다”

신오쿠보(新大久保) 역에서 나와 오오쿠보(大久保) 거리를 따라 3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네팔 음식점 ‘앙강(Aangan)’은 SNS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맛집이다. 이른 저녁 시간대인 오후 4시경 도착했지만 이미 자리의 대부분이 손님으로 찰 정도였다. 이곳의 매니저인 네팔 국적의 기리 씨는 “처음 오픈했을 땐 네팔 사람들이 많이 왔지만 지금은 일본인 네팔인 반반”이라며 “입소문을 타고 일본 손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미소를 보였다. 

신오쿠보의 인기 네팔 음식점 ‘앙강’. 이른 저녁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네팔인 및 일본인 손님들로 빈자리를 찾기 힘들다. (사진=최지희기자)

저녁 식사 시간대에 점차 가까워지자 가족 단위의 손님을 비롯해 네팔인 유학생과 직장인들이 본격적으로 몰려들었다. 기리 씨는 “신오쿠보의 일본인 학교에 다니는 네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최근엔 유학생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건물 4층에 위치한 ‘앙강’의 바로 아래층에는 베트남요리 전문점이 자리해 있다. 1층의 한국 음식점까지 합쳐 건물 하나에 3개국 음식점이 들어선 그야말로 ‘다국적’ 상가의 모습을 띄고 있다.  

가게를 나와 반대편 거리로 나가봤다. 오른편으로 이어진 수많은 골목들 중 한 곳으로 들어서자 작년 봄 문을 연 베트남 카페 ‘에그 커피(EGG COFFEE)’가 시선을 끌었다. 매장 안에는 베트남인 학생들이 모여 앉아 자국에서 유행중인 계란 커피(계란과 우유를 섞어 만든 부드러운 거품을 얹은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에그 커피’의 사장 드옹안둑 씨는 “작년 7월부터 베트남 사람들이 급속히 늘었다”며 “베트남 음식점은 많지만 베트남 카페는 여기가 1호점”이라고 설명했다.

신오쿠보에 작년 봄 처음 생긴 베트남 커피 전문 카페 ‘에그 카페’. 베트남 유학생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신주쿠(新宿) 구의 조사에 따르면 오쿠보 지구 인구의 약 28%가 외국인이다. 비교적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서비스업 및 요식업종이 몰려있으며 일본어 학교도 다수 위치하고 있어 도쿄에서도 외국인의 비율이 가장 높다. 신주쿠의 외국인 비율을 국적별로 살펴보면 중국인이 32%, 한국인이 23%, 베트남과 네팔인이 각각 8%의 순이다. 

일본 법무성의 자료에 따르면 도쿄도의 재외국민 수는 2017년 말을 기점으로 약 53만 8천 명으로, 39만 명 정도였던 2012년 말보다 37% 증가했다. 특히 2012년보다 베트남인이 6.5배, 네팔인이 2.9배 늘어나면서 이들 두 나라에서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되찾은 ‘코리안 타운’ 활기의 주역···‘치즈닭갈비’와 ‘핫도그’

이처럼 코리안 타운에 베트남 및 네팔 등 다국적 음식점들이 속속 들어선 반면, 신오쿠보 역을 나와 거리를 조금만 걸어도 작년 이맘때와는 다른 확연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치즈 닭갈비 가게에 늘어선 긴 줄, 핫도그를 손에 들고 ‘인증샷’을 찍느라 여념이 없는 중고등학생들. 되돌아온 ‘코리안 타운’의 활기를 가장 먼저 알리는 풍경들이다. 한 때는 손님이 없어 한적하던 케이팝 전문 매장들도 가게마다 책가방을 맨 일본의 중고교 여학생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신오쿠보의 치즈 닭갈비 점포. 비가 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긴 줄이 늘어서있다. (사진=최지희기자)

재일한국인연합회의 홍보담당자는 이와 관련해 “작년부터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한류가 다시 인기를 끌면서 하라주쿠(原宿)에서부터 시작된 제3차 한류 붐이 신오쿠보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담당자는 “베트남 및 네팔계 가게들도 많이 생겨나긴 했지만 금방 사라지는 곳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재일본상인연합회에 따르면 2017년 신오쿠보의 한국계 음식점은 199점포로 2013년의 284점포에 비해 많이 줄어든 수치를 보였다. 상인연합회 정재욱 국장은 “동일본 대지진이 있고난 뒤부터 가게들이 꾸준히 준 데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고 헤이트스피치 등이 문제가 되면서 급속히 숫자가 줄어든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던 것이 작년 초부터 점점 경기가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급반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국장은 “치즈닭갈비가 꾸준히 유행하는 데다 올해에는 핫도그가 중고생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신오쿠보 코리안 타운이 다시 활기를 되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수치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작년에 비해 유동 인구수는 2배, 점포수는 약 15-20% 늘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제3차 한류붐 도래···방탄소년단, 트와이스의 폭발적 인기

신오쿠보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한류백화점’. 케이팝 관련 상품들을 사기 위해 찾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신오쿠보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한류백화점’. 케이팝 관련 상품들을 사기 위해 찾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신오쿠보 코리안 타운의 활기를 이끌고 있는 것은 비단 먹거리뿐만이 아니다. ‘한류백화점’ 매장 안에서 화장품 점포를 운영하는 김보라 씨는 “3년 전과 비교하면 말할 수 없이 분위기가 좋아졌다”며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가 그 주역”이라고 웃었다. 실제 주말 오후의 매장 내부는 남녀 중고등학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그는 “작년부터 일본 손님들이 급속하게 늘어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003년 ‘겨울연가’를 시작으로 일본을 휩쓴 한류 붐의 주된 소비층은 중년 여성층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케이팝을 중심으로 일본에서 또 한 번의 한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제3차 한류 붐’으로 일컬어지는 현재의 한류의 특징은 ‘중고교 여학생’과 ‘SNS’라는 키워드로 대표된다. 

신오쿠보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한류백화점’. 케이팝 관련 상품들을 사기 위해 찾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최지희기자)<br>
신오쿠보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한류백화점’. 케이팝 관련 상품들을 사기 위해 찾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케이팝 팬으로 보이는 일본 여학생의 책가방. 트와이스의 멤버 이름이 새겨진 명찰을 달았다. (사진=최지희기자)<br>
케이팝 팬으로 보이는 일본 여학생의 책가방. 트와이스의 멤버 이름이 새겨진 명찰을 달았다. (사진=최지희기자)

이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한국의 인기 가수와 패션, 음식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입수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좋아하는 한국 아이돌그룹을 응원하거나, 화려한 비쥬얼의 치즈닭갈비와 핫도그를 사먹고 이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SNS에 업로드하는 등 적극적으로 정보를 발신한다.

지난 5월 아시아권 가수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종합 앨범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방탄소년단의 쾌거 역시 SNS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일본의 여학생 팬들 역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남기는 SNS를 매일같이 체크하며 한국의 팬들과 다를 바 없는 팬 활동을 즐긴다. 방탄소년단의 팬인 한 여중생은 “일본 아이돌과는 달리 일상생활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고 신선하다. (한국과 일본의) 거리는 멀지만 가까이 있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신오쿠보 코리안 타운은 지금, 한국의 먹거리와 케이팝이 인기를 끌며 지난 수년간 잃었던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러한 ‘제3의 한류 붐’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접어두고서라도, 이전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을 가깝게 느끼는 일본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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