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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에서 ‘재미’로···‘헬로 키티 신칸센’ 
‘속도’에서 ‘재미’로···‘헬로 키티 신칸센’ 
日 500계 신칸센 가운데 세 번째 ‘콜라보 신칸센’, 예약 쇄도 
  • 도쿄=최지희 기자
  • 승인 2018.07.0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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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인기 캐릭터 ‘헬로 키티’로 꾸며진 JR산요신칸센(山陽新幹線) ‘고다마’가 운행을 시작했다. 헬로 키티 신칸센은 5월 30일 지정석권이 판매되자 예약이 쇄도하면서 운행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정석인 4호차에서 6호차까지 총 216석을 미도리 창구(JR그룹 전 노선의 승차권을 담당하는 매표소)와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자 순식간에 전석이 매진됐다. 당시 JR니시니혼(西日本)이 “자유석은 남아 있지만 혼잡이 예상된다. 매너를 지켜 열차 여행을 즐기면 좋겠다”는 입장을 내놓을 정도였다.

헬로 키티 신칸센은 핑크 리본을 기본 컨셉으로 한 화려한 외장을 자랑한다. (출처: JR니시니혼 홈페이지)
헬로 키티 신칸센의 좌석 (출처: JR니시니혼 홈페이지)

헬로 키티 신칸센은 8량 편성으로 하카타(博多)-신오사카(新大阪) 구간을 하루 한번 왕복하게 된다. 핑크 리본을 기본 컨셉으로 한 외장에다, 내부 역시 헬로 키티 캐릭터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꾸며졌다. 헬로 키티와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차량과 니시니혼 각지의 특산품 등을 헬로 키티가 기간 한정으로 소개 및 판매하는 차량도 마련했다. 

인기 만화 캐릭터 등과 합작한 이른바 ‘콜라보 열차’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헬로 키티 신칸센은 JR니시니혼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열차를 목표로 독자 개발한 ‘500계’ 열차 가운데 ‘콜라보 열차’로는 세 번째다. 2014년 열차 모형인 ‘프라레일’을 차량 안에서 즐길 수 있는 ‘프라레일카’, 2015년 인기 애니매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모티브로 꾸며진 ‘에바 신칸센’의 뒤를 이은 3대 콜라보 열차다.

헬로 키티 신칸센의 내부 모습. 니시니혼 각지의 특산품 등을 헬로 키티가 기간 한정으로 소개 및 판매하는 차량도 마련했다. (출처: JR니시니혼 홈페이지)
헬로 키티와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차량의 모습 (출처: JR니시니혼 홈페이지)

사실 JR니시니혼이 세계 최고속 신칸센으로 야심차게 내어놓은 ‘500계’ 열차가 ‘콜라보’ 열차로 변신한 데는 이유가 있다. ‘속도’보다는 ‘재미’로 사명(使命)을 바꾼 500계 열차는 1997년 3월, 일본의 신칸센 가운데 가장 빠른 특급 열차인 ‘노조미’로 데뷔했다. 당시 세계 최고속 열차의 기록인 시속 300킬로미터와 같은 속도를 자랑하면서 산요(山陽) 구간 비행기 탑승 승객을 신칸센으로 끌어 모으면서 명성을 높였다.

97년 11월에는 도카이도(東海道) 구간까지 운행을 확장했다. 도쿄와 하카타 사이의 소요 시간을 4시간 49분까지 단축시키면서 ‘5시간 벽’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98년에는 동 구간을 하루에 7번씩 왕복하기도 했지만 이후 더 이상 운행이 늘지 않으면서 2010년 2월 ‘노조미’로서의 운행이 종료됐다. 현재는 최고 속도를 285킬로미터로 줄여 산요 구간을 ‘노조미’보다 느린 속도의 ‘고다마’로 달리고 있다. 

‘500계’는 이처럼 화려하게 데뷔한 것 치고는 도카이도 구간을 ‘13년’이라는 짧은 기간 밖에 달릴 수 없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신칸센의 시초인 ‘0계’ 및 ‘300계’ 등 역대 차량과 비교해도 가장 짧은 기간이었다. 

이유는 ‘500계’ 열차가 갖고 있던 치명적인 약점 때문이었다. 500계는 전투기처럼 차량 맨 앞부분이 길쭉한 ‘롱 노우즈(long nose)’ 형태를 띤 것이 특징이다. 초고속 주행 시 공기의 저항을 최대한 적게 받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설계가 역효과를 불러왔다.

먼저 ‘정원수’의 문제다. ‘500계’는 ‘300계’ 및 ‘700계’와는 정원수가 다르다. JR도카이(東海)는 비상시를 대비해 차량을 긴급 교환할 수 있도록 각 신칸센의 좌석과 속도를 똑같이 맞추어 두었다. 이런 점에서 500계는 신칸센 계의 ‘이단아’였다. 

또한 선두 차량의 출입문 숫자가 적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다른 차량이 들어올 때와 같이 홈의 선두 부근에 서서 기다리던 승객들이 제한된 시간 내에 모두 탑승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500계의 특징 중 하나인 ‘원통형’ 차체도 걸림돌이 됐다. 창가 좌석에 앉은 승객들이 압박감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이뿐 아니라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전 차량에 장착한 모터는 많은 전력 소비를 가져왔다. 

500계의 개발에 관여한 전 JR니시니혼 사원은 아사히에 “20세기 인류가 만든 철도 차량 가운데 가장 역사에 남을 만한 차량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직까지도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세계 각지에서 강연과 취재 의뢰가 오기도 한다고 밝혔다. 

500계는 이제 빠른 속도를 자랑하던 것에서 ‘재미’로 컨셉을 바꿔 ‘고다마’로 운행되고 있다. 2015년 에반게리온을 컨셉으로 등장한 ‘에바 신칸센’은 운행 기한을 1년 더 연장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마지막 운행일이었던 올해 5월 13일에는 많은 팬들이 정차역으로 몰려들어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JR니시니혼의 기지마 다츠오(来島達夫) 사장은 새로운 콜라보 열차인 헬로 키티 열차의 운행과 관련해 “캐릭터의 이미지와 함께 신칸센의 장점을 새롭게 체험해 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고다마로 달리는 500계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활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속도’를 포기한 500계 신칸센이 본격적으로 ‘재미’에 승부를 건 셈이다.
     
*신칸센 500계 전동차(新幹線500系電車): JR 니시니혼(서일본 여객철도)의 신칸센용 전기동차. 16량 편성(W편성)의 9편성 144량이 제작되었다. 자사 구간인 산요 신칸센 구간에서 한 단계 높은 고속화를 목적으로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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