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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남자'···고정관념마저 바꿔버린 일본의 살인더위
'양산남자'···고정관념마저 바꿔버린 일본의 살인더위
양산 든 남성 증가···지자체도 양산 사용 독려
  • 도쿄=최지희 기자
  • 승인 2018.07.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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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을 든 남성들. 사이타마현은 현 차원에서 남성들도 양산 쓰기를 장려하고 나섰다. (출처=트위터 ‘사이타마 양산 2018’ )

“목숨 걸고 외출했다”

요즘 일본의 각 방송사 아침 정보 프로그램에서는 ‘열사병 사망’, ‘더위 대책’ 등 연일 이어지는 ‘폭염’이 주요 뉴스로 다뤄지고 있다. 한 정보방송의 인터뷰에 응한 70대 후반 남성은 “이런 날씨에 외출하려면 목숨을 걸고 외출해야할 정도”라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에 고연령층 및 영유아의 열사병 사망이 속출하면서 일본 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이달 9~15일 사이에 전국에서 열사병으로 병원에 응급 수송된 환자는 9,956명에 이른다. 올해 여름(6~8월) 평균 기온은 평년에 비해 북일본(홋카이도·도호쿠)에서 2.2도, 동일본에서 1.5도 상승하여 1946년 이후 가장 무더운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도 최고 기온이 높은 해에는 사망자가 많았다. 고치(高知)현이 역대 최고인 41.0도를 기록한 2013년에는 전국에서 1077명이 무더위로 사망한 바 있다. 올해는 일부지역에서 7월 중순부터 40도를 넘어서는 등 살인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철저한 대비를 당부하고 나섰다. 

이러한 가운데 ‘폭염과의 전쟁’을 선언한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 양산을 들고 외출한 뒤 이를 SNS 상으로 보고하기 시작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실제 트위터상에서 ‘양산남자(日傘男子)’로 검색하면 “너무 더워서 결국 양산을 사고 말았다”, “양산 쓴 20대 남자 3명을 봤다”, “실제 봤는데 그다지 어색하지 않네. 나도 살까”등의 반응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남성 회사원은 “점심시간에 산 양산. 오늘아침부터 쓰기 시작했다. 전혀 위화감 없다. 첫 양산은 우산양산 겸용. 2~3천 엔이 주류”라는 설명과 함께 트위터에 사진을 올렸다. (출처=트위터 ‘사이타마 양산 2018’ )

사이타마(埼玉)현에서는 아예 지자체 차원에서 ‘남녀 불문 양산 쓰기 캠페인’을 실시 중이다. 7월부터 9월 사이의 ‘기간 한정 양산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양산 쓰기를 장려하고 나선 것이다. 사이타마현은 일본 내에서도 무덥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현에 따르면 그간 열사병으로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의 70%가 남성이었다. 현은 트위터를 통해 “양산은 직사광선을 피하게 하여 체온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남성들도 거리낌 없이 양산을 쓸 수 있길 바란다. 양산 든 남자, 응원합니다!” 등의 멘트를 적극 발신 중이다. 

도쿄도내 대형 백화점들도 남성용 양산을 찾는 발길이 증가하면서 예년보다 물량을 늘려 대응중이다. 시부야(渋谷)의 도큐백화점 양산 판매 코너에는 오전 시간대부터 사람들이 몰렸다. 직원은 “무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작년 이맘때보다 양산 판매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용 양산이 얼마나 팔리는지 묻자 “올해는 꽤 많다. 양산 없이는 못 다니겠다며 신사분들도 사러 오신다”고 답했다. 남성용 양산을 찾는 고객들이 지난해 보다 2~30% 가량 늘어나 물량이 달릴 정도라는 게 백화점 측 설명이다. 남성들은 주로 우산과 양산을 겸하면서 디자인이 심플한 무채색 계열을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양산 남자(日傘男子)’는 이미 5년 전 한해를 풍미한 단어를 선정해 수상하는 ‘신어(新語)·유행어 대상’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양산을 쓰고 다니는 남성을 거리에서 보기는 쉽지 않았다. “자고로 남자는 까무잡잡해야”, “양산은 여성들이 사용하는 것” 등의 고정된 인식이 여전히 강했던 것이다. 이처럼 양산은 오랜 기간 여성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왔지만, 연일 이어지는 살인적인 무더위에 지친 남성들이 저마다 양산을 손에 든 광경을 쉽게 볼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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