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30주년 ‘시마지로’의 인기비결

일본하면 ‘캐릭터’의 나라다. 건담으로 시작해 키티로 대표되는 산리오, 애니메이션의 거장 지브리 등이 매년 다양한 캐릭터를 생산한다. 어디 그뿐인가 최근에는 인공지능 아이돌 등 유튜브 등의 동영상계에서도 새로운 캐릭터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탄생되고 있다.

계절마다 다른 느낌의 영상과 그림책을 보는 것도 묘미다. (이미지 출처=시마지로 아이 챌린지 일본 홈페이지)
계절마다 다른 느낌의 영상과 그림책을 보는 것도 묘미다. (이미지 출처=시마지로 아이 챌린지 일본 홈페이지)

도치기현에 거주하는 이토 가즈오 씨(伊藤和夫, 72세)는 지난해 태어난 손자를 위해 ‘호비’ 동영상 시리즈를 선물했다. 호비는 정기학습지 ‘아이 챌린지’의 새끼호랑이 캐릭터로 올해로 탄생 30주년을 맞았다. 한국에서는 ‘호비’로 소개됐지만, 일본에서의 이름은 ‘시마지로(しまじろう)’다.

1988년, 베네세(당시 후쿠타케(福武)서점)의 통신강좌 ‘아이 챌린지’의 캐릭터로 태어난 시마지로는 이후 호빵맨과 양대산맥을 이루며, 만1세-만6세 유아들의 최고 인기 캐릭터로 성장해왔다.

1993년부터는 애니메이션 시리즈 속 주인공으로, 2012년부터는 아침 어린이 방송에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올여름에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프로그램 ‘모여라, 아마존 키즈, 시마지로와 놀자’의 주인공 캐릭터다. 학습지 캐릭터에서 벗어나 완벽하게 독립한 것이다. TV뿐만 아니라 유튜브나 아마존 등 다양한 채널로 시마지로를 접하게 되면서 과도한 시청에 대해 염려하는 부모들도 있지만, '학습'이라는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한 덕분에 '시마지로니까 괜찮다'라고 부모들사이에 퍼져있는 안심감도 시미지로의 강점이다.

현재 ‘아이 챌린지’의 회원은 약 79만명이다. 매년 여름경에 실시되는 관객참가형 콘서트에는 작년에 누계 52만명이 참가했다. 음악 정보 사이트 ‘라이브 팬스’가 집계한 아티스트별 콘서트 관객동원 랭킹을 보면, '시마지로'는 걸그룹 ‘노기자카 46’를 누르고 10위에 올랐다. 현재 적극적으로 아시아 시장을 개척중인데 중국에서의 통신강좌 회원수는 115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중국판 시마지로는 '짜오후'라고 불린다. 중국에서는 호빵맨보다 더 인기가 있는 캐릭터라고 한다. 유아용으로 개발되었지만 중국어를 배우는 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 (이미지 출처=시마지로 아이 챌린지 일본 홈페이지)
중국판 시마지로는 '짜오후'라고 불린다. 중국에서는 호빵맨보다 더 인기가 있는 캐릭터라고 한다. 유아용으로 개발되었지만 중국어를 배우는 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 (이미지 출처=시마지로 아이 챌린지 일본 홈페이지)

시마지로는 딱히 방송을 통해 선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통해서만 알려진 캐릭터다. 시마지로라는 캐릭터가 나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사물들의 이름을 알려주고, 인사법과 숫자를 익혀주는 무척 심플한 내용이다. 시마지로가 중요시 하는 것은 글자를 떼고 숫자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친구를 사귀고, 인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아이 챌린지’ 초대 편집장 미즈노 지로(水野次郎)전 세이토쿠(聖徳)대학 교수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마지로 시리즈의 원점을 ‘주입식 교육에 대한 반발’이라고 말한다. 80년대 당시 일본은 유아를 대상으로한 영어 및 음악을 가르치는 조기교육이 판을 쳤다. 이런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보다 아이들 스스로가 흥미를 가지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도록 하는 교재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하에 개발된 것이 ‘아이 챌린지’인 만큼 시마지로는 아이들과 함께 생각하는 친구 같은 역할을 맡기기 위해 창조된 캐릭터인 셈이다.

시마지로 인기에 힘입어 아마존 프라임이 시마지로를 전면에 내세운 오리지널 프로그램 '모여라, 아마존 키즈, 시마지로와 놀자!'를 2018년 6월 15일부터 시작했다. 영어, 과학, 표현, 인간관계 등 12번의 방송을 통해, 어린이들의 배우는 힘을 끌어내는 콘텐츠가 되겠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일본 홈페이지)
시마지로 인기에 힘입어 아마존 프라임이 시마지로를 전면에 내세운 오리지널 프로그램 '모여라, 아마존 키즈, 시마지로와 놀자!'를 2018년 6월 15일부터 시작했다. 영어, 과학, 표현, 인간관계 등 12번의 방송을 통해, 어린이들의 배우는 힘을 끌어내는 콘텐츠가 되겠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일본 홈페이지)

아사히 신문은 이 시리즈의 인기 비결을 등장인물의 변천에 있다고 강조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등장인물도 변하고 있다. 이를테면 시마지로는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4가족이지만, 2012년에 투입된 시마지로의 친구인 고양이 소녀 냣키는 어머니, 할머니, 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가 없으며, 어머니는 워킹맘이다. 이혼하는 가정이 늘고, 여성의 사회활동이 본격화되면서 냣키와 같은 가정의 이야기도 필수요소로 자리잡았다. 부모와 자녀의 4인가족 이외의 가정 형태에 대해서도 분량은 많지 않지만, 노출 횟수가 늘고 있는 추세다. 또 빵집 판다 소녀는 부모와 떨어져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향성이 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도쿄에 거주하는 호조 야스요(北条やす代)씨도 시마지로의 팬이다. 자신이 어릴 때 보던 ‘아이 챌린지’를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있다. “영상과 그림책이 함께 있어서 아이들도 좋아한다. 무엇보다도 배변 훈련 시리즈가 가장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와타나베 미오리(渡辺美織)씨는 “영상을 보고 공부를 하는 거의 유일한 시리즈 같다. 유튜브를 통해 아무거나 보는 것보다 ‘아이 챌린지'는 교육용 소프트이다 보니 안심이 된다"면서도 "시마지로 엄마만 앞치마를 두르고 가사일을 하는 동안, 아빠는 혼자 티비를 보는 모습이 여전한 걸 보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인다.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상에 대해선 개선해야할 점이 많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베네세 콘텐츠개발과장 우치야마 쇼코(内山昭子)씨는 “가족 형태의 다양화를 반영하고 있다. 적극적인 변화는 주지 못하고 있지만, 조금씩 더 변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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