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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와, 고양이를 부탁해~"
"오카와, 고양이를 부탁해~"
470년 역사 가구마을, 전통 이을 젊은 세대 없어 고민
약 600개소에 달하던 목공소, 현재는 100개 이하로 뚝
  • 도쿄=김민정 기자
  • 승인 2018.06.0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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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한 장의 사진. 미니어처 침대 위에서 두 눈을 꼭 감고 누워있는 고양이. 곤히 잠든 고양이는 마치 꿈이라도 꾸고 있는 듯 하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주인이 애묘를 위해 만든 침대일까? 침대 옆에는 고양이 사이즈의 앙증맞은 사이드 테이블까지 놓여 있다.

침대와 테이블로 유명한 다테노 목재점은 고양이를 위한 침대를 제작했다. (오카와 시청 인테리어과 제공)

이 고양이 가구는 일본 최대의 가구 생산지 ‘오카와 시(大川市)’와 오카와 시의 장인들이 힘을 모아 제작한 작품이다. 침대에 이어 최근에는 소파가 공개되었다. 오카와 가구의 편안함을 알리기 위해 제작한 고양이 가구는 인터넷에 공개되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켜, 전세계로부터 취재가 쇄도하고 있다.

세련됨으로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 잡아온 히로마쓰 목공 주식회사의 고양이 소파. 미국 서해안을 테마로 제작한 사람용 소파 '산타페'의 축소판이다. 수작업을 통해 부드럽고 따뜻한 인상을 줄 수 있도록 나무를 깎아 조립했다.  (오카와 시청 인테리어과 제공)

후쿠오카 현(福岡県) 오카와 시. 인구 4만명의 작은 지방 도시인 이 곳은 일본 최대의 가구 생산지이며,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의 주인공 노다메의 고향으로 알려진 장소다. 아소산(阿蘇山)을 수원으로 하는 규슈 지역 최대의 강인 치쿠고 강(筑後川)이 흐르고 있다. 치쿠고 강 하류에 위치하는 오카와 시는 오이타 현 히다에서 치쿠고 강 위로 떠내려 보낸 각종 목재들이 집약하는 곳으로, 예로부터 가구의 마을로 이름을 떨쳤다. 

1536년 에노키즈 구메노스케(榎津久米之介)가 배를 제작하는 목공 기술을 살려, 가구 제작을 시작했고 그후 약 470년간 가구의 마을로 그 명맥을 이어왔다. 고양이 가구의 선전을 담당하는 오카와 시청 인테리어과의 쓰무라 켄토 씨에 따르면 “오카와 시는 치쿠고 강을 이용해 목재들을 운반했고, 원래는 조선업을 해오다가 가구까지 만들게 됐다”고 설명한다. 

오카와를 상징하는 치쿠고 강 승개교. 이 치쿠고 강의 흐름을 타고 목재들이 운반되어 왔다.  (오카와 시청 인테리어과 제공)

그러나, 가구 장인의 마을 오카와 시의 고민은 장인의 기술을 이어갈 젊은 세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쓰무라 씨에 따르면 가구 장인은 매년 급격히 감소 중이다. 오카와 인테리어 진흥 센터에 따르면, 가구제조 목공소는 1993년 약 600개소에서 2014년 100개소 이하로 감소했다. 저렴한 가구들이 세계 각지에서 몰려 들면서 대부분의 목공소가 폐업하거나 기계를 도입했다. 현재는 손으로만 가구를 만드는 목공소는 거의 없다. 다만 최고의 품질이란 자부심을 잇기 위해 일부는 기계로 제작하고, 일부는 장인의 손을 빌려 완성하고 있다. 점점 줄어드는 가구 목공소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 고양이 가구다.

규슈 지역을 일주하는 고급 열차 '나나쓰 보시' 내부 인테리어에 사용된 오카와 시 목공소가 제작한 문살  (오카와 시청 인테리어과 제공)

“오카와 시에는 다양한 가구를 만드는 목공소가 있다. 가구라면 무엇이든 제작할 수 있다. 제작이 가능한 장인도 존재한다. 그런 오카와 가구의 매력을 더 알리고 싶어서 생각해낸 것이 고양이 가구인데, 변덕스럽고, 편안한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마저 좋아하는 가구를 만들면 오카와 시에서 생산된 가구의 편안함을 알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선전용으로 제작했다.” 최고급 가구로 각광을 받아온 오카와 가구의 편안한 사용감을 선전하기 위해 장인들의 손을 빌려 고양이 가구를 제작했다고 쓰무라 씨는 고백한다.

사람은 물론이고 고양이의 편안함까지 고려한 오카와 가구. ‘고양이 침대’는 테이블과 침대로 유명한 다테노 목재점(1949년 설립)이 손으로 하나하나 제작했다. 가격은 11만엔, 사이드 테이블은 1만4천엔에 판매 중이다. 히로마쓰 목공 주식회사가 만든 고양이 소파도 10만엔 대의 가격을 자랑한다. 결코 저렴하지 않는 가격이지만, 그만큼 본격적으로 제작한 완벽한 편안함을 추구한 가구다. 급할 때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린다’고 한다. 고양이 가구가 오카와 가구에 새로운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전세계에 오카와 가구를 알리는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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