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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내 개는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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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일본, 반려묘가 반려견 처음으로 웃돌아
  • 도쿄=최지희 기자
  • 승인 2018.01.02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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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의 마지막 날 도쿄 아사쿠사 나카미세(東京浅草仲見世) 상점가. 센소지(浅草寺)로 향하는 관광객과 참배객들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데 여념이 없었다. 북적이는 분위기를 한층 돋우고 있는 것은 큰 나무판에 그려진 앙증스러운 강아지 그림이었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를 맞이해 상점가 상인회가 센소지에 봉납한 각양각색의 에마(絵馬 -기원・감사의 표시로 신사나 절에 봉납하는 나무 그림판) 중에서도, 강아지 그림의 에마는 단연 인기였다.     

2017년 12월 31일 도쿄 아사쿠사 나카미세 상점가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들을 강아지 그림의 에마(絵馬)가 반기고 있다. <사진=최지희 기자>

무술년 개띠 해를 맞아 일본에서도 반려 동물 산업이 한층 더 활기를 띨 전망인 가운데, 일본 펫 푸드 메이커 업계 단체인 ‘일반사단법인 펫 푸드 협회’(도쿄)가 작년 12월 발표한 수치가 관심을 끌고 있다. 전국의 반려견 및 반려묘 수를 조사한 결과, 고양이가 953만 마리(전년 대비 2.3% 증가), 개가 892만 마리(전년 대비 4.7% 감소)로, 1994년 조사 시작 이래 처음으로 고양이의 수가 개를 넘어선 것이다. 

흔히 일본 반려동물의 대표로 고양이를 떠올리지만, 실상은 개의 수가 고양이에 비해 꾸준히 높아왔다. 그러던 것이 차츰 그 차이를 좁혀오다, 개의 수가 3년 연속 하락하는 반면 고양이 수는 2년 연속 증가하면서, 결국 일본의 반려동물 1위 자리를 고양이에게 내어주게 된 것이다.  

고양이 수의 주요 증가 원인은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일본의 상황과 깊이 맞물려 있다. 90년 후반 이후 소형견이 인기를 끌면서 이 시기에 태어난 많은 수의 개들이 수명을 다해감과 동시에, 견주인 사람 역시 차츰 고령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들이 사라진 개의 허전한 자리를 메우기 위해 찾은 것이 다름 아닌 키우기 쉽다는 고양이였다. 매일 산책을 시키거나 훈련을 시킬 필요가 없는 등 부담이 적다는 이유에서, 고령자들 사이에서 고양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반려견의 인기를 무시할 수 없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고령자가 개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초고령화 사회 속 남은 생을 함께 할 반려견의 필요성 역시 높아지면서, ‘키우고는 싶지만 감당할 수 있을까’, ‘죽을 때까지 돌볼 수 있을까’라는 커다란 문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도쿄 세타가야구 고마자와 올림픽 공원에 위치한 개 운동장 모습<사진=최지희 기자>

도쿄 세타가야구(世田谷区)에 위치한 고마자와(駒沢) 올림픽 공원은 연일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무료 개 운동장등 편의 시설도 갖추고 있어, 주말에는 인근 주민 뿐 아니라 교외에서도 개와 함께 외출한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나 고령의 개 주인들이었다. 공원을 산책하는 이들 중 어림잡아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머리가 희끗한 노인이다.  

가나가와현(神奈川県) 동물 애호 협회는 1958년 설립 이래, 많은 수의 동물들을 보호해 오고 있다. 이곳으로 걸려오는 전화의 상당수는 ‘고령으로 개를 키울 수 없게 됐다’는 상담 요청이다. 한 때는 고령자들에게도 보호 중인 개를 양도했지만, 결국 키울 수 없다며 돌려보내는 경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대책으로 최근에는 한 살 이하 강아지의 양도는 55세가 넘지 않는 사람에게만 허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약 20가지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양도가 성립되지 않는 등, 까다로운 양도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 때문에 비판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협회는 오히려 너무도 손쉽게 개를 판매하는 시중의 펫 숍에 문제를 제기한다. 70,80대의 고령자에게도 강아지를 떠안기는 현재의 상황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는 협회 회장 야마다(山田)씨는 1월 1일 신년 인사를 통해 ‘올해는 동물수호법개정이 예정되는 중요한 해’라고 강조하며, ‘일본의 동물수호법은 아직 동물들을 지키기에 불충분’하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이처럼 개띠 해를 맞이한 일본에서는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함께 수반될 다양한 현안들 가운데서도, ‘반려견과의 여생을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나가와현 동물 애호협회의 60주년 기념 연하장 <출처: 협회 블로그>

메구로구(目黒区) K동물 병원 원장(63)은 개를 키우길 희망하거나 현재 키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건네는 조언이 있다. 우선 자신의 체력을 제일 먼저 잘 파악하라는 것이다. 중형견 이상은 매일 산책을 시켜야하기 때문에, 체력에 자신이 없으면 소형견이나 고양이를 키우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알맞은 반려견을 선택한 후, 다음으로 고령의 애완견을 돌봐주는 ‘노견 홈’과 계약을 해 두거나, 가족이나 신뢰할 수 있는 지인에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사전에 부탁을 해 두는 등의 계획성이 필요하다. 또한 반려견을 키우는데 드는 비용을 어느 정도 남겨놓는 등이 현실적인 대책도 세워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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