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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피난 훈련 콘서트, 직접 참여해보니
日 피난 훈련 콘서트, 직접 참여해보니
열렸다 하면 만원사례... 언제 가상 지진이 발생할지는 비밀
  • 도쿄=최지희 기자
  • 승인 2018.01.12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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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잉,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관객 여러분들은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대피해 주시길 바랍니다.”

경시청 음악대의 화려한 연주가 진행되던 메구로(目黒) 퍼시몬 홀 콘서트장의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낮고 묵직한 지진 효과음이 흘러나왔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의 관객들은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제자리에서 안내원의 지시를 차분히 기다렸다. 객석 통로에 서 있던 콘서트 진행 요원들이 이번에는 피난 유도 요원이 되어 관객들을 향해 외치기 시작했다. 

콘서트가 진행 중인 무대(좌)와 피난 훈련 시작 후 무대 모습 <사진=최지희 기자>
긴급 상황을 알리는 안내 방송 직후 객석의 모습 <사진=최지희 기자>

“계단에 주의하셔서 비상구로 이동해 주시길 바랍니다.”
“집합 장소는 건물 밖 초록색 깃발이 있는 곳입니다.”
요원들의 안내에 따라 아이의 손을 잡은 부모들이 콘서트 홀 밖으로 줄지어 빠져나갔다.

“모두 다 빠져나갈 수 있으니까 앞서서 뛰어나가지 않아도 돼”
딸의 손을 꼭 잡은 어머니가 대피 요령을 설명하며 사람들의 뒤를 따랐다. 부모들은 어린 자녀에게 나 홀로 대피가 아닌, 함께 안전하게 대피하는 방재 문화를 익히게끔 도왔다. 

약 600여명의 관객이 앉아있던 자리에서 건물 밖 집합 장소까지 모이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벌써 6번째 훈련인 만큼, 홀 직원들의 대응은 재빠르고 익숙해보였다. 경시청 관계자의 설명과 인사를 끝으로 훈련을 마친 관객들은 다시 건물 안으로 이동해 콘서트의 재시작을 기다렸다. 그 사이 입장 시 배부된 설문지를 펼쳐 항목들에 체크하고 간단한 소감을 적었다. 곧 훈련 전보다 경쾌하고 힘찬 연주소리가 콘서트장내에 울려 퍼졌다.

콘서트홀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관객들 <사진=최지희 기자>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다음 해부터 열린 메구로 퍼시몬 홀 피난훈련 콘서트는 개최 공지와 함께 표가 매진될 만큼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입장료는 무료. 콘서트 이름 자체가 ‘피난 훈련 콘서트’인 만큼, 모두가 공연 도중 지진을 대비한 피난 훈련이 있을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 갑자기 가상 지진이 발생할 지는 관객에게 비밀로 하기에, 묘한 긴장감도 일었다. 관객의 대부분이 부모와 함께 참여한 유치원생 및 초등학생들로, 언제 울릴지 모를 안내 방송을 은근히 기다리는 눈치였다. 피난 훈련과 함께 콘서트를 즐긴 시민들은 로비에 마련된 사탕과 건빵을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건물 밖 ‘피난 장소’라고 쓰인 깃발을 중심으로 모인 관객들 <사진=최지희 기자>

지진이 일상적인 일본은 방재 행동 매뉴얼을 각 가정에 매해 배포하고, 학교 및 직장에서 지진 및 재해 대피 훈련을 철저히 시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후, 방재센터뿐 아니라 일상 속의 다양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정한 모의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왔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전국의 콘서트홀과 극장 등에서 실시하는 피난훈련 콘서트이다. 

2012년 도입된 '극장・음악당 등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극장법)' 시행 후 일본 문화청에서는 예술진흥에 공헌한 관련시설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피난훈련콘서트는 이러한 특별지원사업 시설로 채택된 극장과 음악당이 문화청의 후원을 받아, 지자체 관할 소방음악대나 경시청 음악대, 학교 등과 협업하여 무료로 실시되고 있다. 시민들의 호평으로 피난 훈련 콘서트를 실시하는 시설은 매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처음에는 이러한 가상훈련에 대한 거부감도 없지 않았다. ‘재난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짜여진 각본대로 하는 훈련에는 한계가 있다’ 등등의 이유에서였다. 이에 횟수를 거듭하며 설문 조사 등을 통해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 문제로 지적된 부분들을 조금씩 보완해 나갔다. 각 시설에 알맞은 피난 대책을 관객들과 함께 세워봄으로써 실제 상황에서 모두가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 보자는 것이다. 함께 대피하고, 함께 대책을 세워나가는 방재 문화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본 기사는 2017년 8월 27일 실시된 피난 훈련 콘서트에 참가한 경험에 의거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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