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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로 살릴 수 있는데 혈액이 모자라···日반려견 수혈용 혈액 부족 심각
수술로 살릴 수 있는데 혈액이 모자라···日반려견 수혈용 혈액 부족 심각
전문가 “미국처럼 ‘혈액은행’ 시스템 구축해야” 
  • 도쿄=최지희 기자
  • 승인 2018.10.2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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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반려동물 선진국 일본에서 반려견·반려묘의 수혈용 혈액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의료 기술의 진보와 함께 수술을 통해 치료 가능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한편, 수혈용 혈액이 모자라 반려견 및 반려묘들이 생명을 잃는 사례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 의료 현장에서 혈액의 안정적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혈액은행’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는 해외 사례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8월 말, 가와사키(川崎)시에 위치한 일본동물고도의료센터 진료실에서 도너(기증자)로 등록된 라브라더 리트리버의 채혈이 이뤄졌다. 도너에 이름을 올린 반려 동물은 현재 약 30마리 정도다. 이들에게서 한 해 두 차례 정도 수혈을 하고 있지만 담당자는 “수술이 끊이지 않아 비축된 혈액량이 고갈되는 경우도 있다”며 “날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와사키시 일본동물고도의료센터의 진료 모습 (이미지: 일본동물고도의료센터 홈페이지)

일본동물고도의료센터는 마을의 동물병원에서 소개를 받아 찾아오는 반려동물들을 치료하는 2차 진료 시설로 암과 같이 증상이 무거운 병을 전문으로 치료하고 있다. 2017년에는 110건의 수술을 집도하면서 총 약 21만 리터를 수혈했다. 

센터측은 2007년부터 홈페이지 방문객을 비롯해 센터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도너 등록을 권유하고 있지만 수술 건수가 많은 반려견을 중심으로 수혈에 필요한 혈액량이 항상 모자란 상황이다. 담당자는 “시간을 다투는 긴급한 수술을 우선하는 식으로 해서 치료에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한 마리라도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선 많은 혈액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반려동물 혈액 부족 문제의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치료 기술의 고도화가 자리하고 있다. 수의사들로 이루어진 ‘일본수의수혈연구회’ 우치다 게이코(内田恵子) 회장은 “의료 기술의 발달로 치료할 수 있는 병의 종류가 늘어나면서 수혈용 혈액의 수요 역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방 동물 병원에서는 혈액이 부족해서 수술을 못 받고 생명을 잃는 동물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반려동물의 소형화 역시 혈액 부족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수의수혈연구회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는 도너 등록 조건은 ‘체중 25킬로그램 이상’, ‘만 1살에서 8살 사이’로 한정되어 있다. 우치다 회장은 “반려동물의 헌혈에 대한 인지도 자체가 낮은 상황이다. 대형견의 견주들이 도너 등록을 검토해주었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본수의수혈연구회 멤버인 가리야(苅谷) 동물병원에서 헌혈 및 수혈 세미나를 열고 있는 모습 (이미지: 일본수의수혈연구회 페이스북)

반려견의 경우 혈액형 종류는 10종 전후지만 수혈 시에는 완전히 일치할 필요가 없다. 특수한 적혈구를 가진 아키타(秋田)견 이외에는 다른 견종에 수혈해줄 수 있다. 때문에 헌혈이 가능한 ‘공혈견(供血犬)’을 따로 사육하는 병원도 있다. 

사이타마(埼玉)현 이루마(入間)시에 있는 사이타마동물의료센터에서는 평상시에는 소속 간호사가 반려동물로서 대형견을 기르다가 혈액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병원으로 데려와 채혈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세 마리 있던 공혈견 가운데 두 마리가 고령으로 은퇴하면서 현재는 단 한 마리만 남은 상황이다. 수혈 담당의는 “만성적으로 혈액이 부족한 상태다. 공혈견을 새롭게 사육하고 싶지만 병원 내에 공간도 없는 데다 대형견을 키울 수 있는 직원도 없다”며 어려움을 설명했다.

나라(奈良)시에 위치한 나카야마(中山)수의과병원의 나카야마 마사나리(中山正成) 회장에 따르면 미국 등 해외에서는 동물병원의 경우에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혈액은행’이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동물병원 간의 혈액 제공이 인정되지 않고 있어 병원마다 헌혈 봉사견을 모집해야 하는 실정이다. 견주들이 헌혈을 해줄 반려견들을 찾아 나서야 하는 등 개별 대응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나카야마 회장은 도너 등록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대책의 첫걸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현재는 각 병원이 따로 관리하고 있는 도너 정보를 집약해서 혈액을 제공할 의사가 있는 쪽과 필요로 하는 쪽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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