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특유 식도락 문화 에키벤,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우리의 추석에 해당하는 일본 최대의 명절 오봉(お盆). 모처럼만의 긴 명절 연휴에 열차를 타고 그리운 얼굴들을 만나기 위해 고향을 찾는 모습은 우리네와 별반 다를 바 없다. 다만 한 가지, 일본의 귀성길에서 유독 시선을 끄는 것이 바로 둘 중 한 명은 열차 안에서 까먹는 역 도시락 ‘에키벤(駅弁)’이다. 맥주 한 모금과 함께하는 에키벤 한 점은 먼 고향길도 가깝게 느껴지게 만드는 열차 여행의 둘도 없는 벗이다. 

각 지방의 에키벤을 맛보기 위해 열차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을 만큼 에키벤의 종류는 다양하다. 전국적으로 약 3천 종 이상을 자랑하는 에키벤은 각 지역의 토산품을 메인 식재료로 사용하여 골라 먹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렇다면 올 여름 오봉 연휴를 맞아 고향으로 떠났던 이들이 가장 많이 찾은 에키벤은 무엇일까. 도쿄역에 위치한 에키벤 전문점 ‘에키벤야 마츠리(駅弁屋 祭)’를 찾아가 귀성길 랭킹 1위 도시락을 만나봤다. 

JR도쿄역 내에 위치한 ‘에키벤야 마츠리’ (사진=최지희기자)
‘에키벤야 마츠리’는 항상 열차여행을 떠나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사진=최지희기자)

여행객들이 줄을 잇는 도쿄역에는 에키벤을 살 수 있는 가게들이 여러 곳 존재한다. 이 가운데서도 일본 전국의 유명 에키벤을 200여 종 넘게 맛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에키벤야 마츠리’다. 많게는 하루 만 5천개 이상의 에키벤이 팔리는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많은 수의 에키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평소에도 붐비기로 유명하다. 

인기 에키벤이 모여 있는 가게 중앙에는 사람들로 더욱 붐빈다. (사진=최지희기자)<br>
인기 에키벤이 모여 있는 가게 중앙에는 사람들로 더욱 붐빈다. (사진=최지희기자)

인파를 헤집고 발견한 랭킹 1위 에키벤은 소고기 덮밥 형태의 도시락 ‘규니쿠 도만나카(牛肉どまん中, 1250엔)’였다. 에키벤야 마츠리에서만 하루에 700개 이상 팔리는 에키벤 계의 수퍼 스타다. 야마가타(山形) 현 산 쌀밥 위에 부드러운 소고기가 아낌없이 올려진 ‘규니쿠 도만나카’는 야마가타 신칸센의 개업에 맞춰 탄생한 ‘요네자와(米沢) 역’ 출신 도시락이다. 지난 해 랭킹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변함없는 인기를 자랑하는 스타답게 가게 입구 중앙에 자리해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에키벤야 마츠리’에서 판매 수 랭킹 1,2,3위를 차지한 에키벤(왼쪽부터) (출처: 각사 홈페이지)

랭킹 2위에 이름을 올린 에키벤은 ‘엄선 스미비야키 규탄 벤토(極撰炭火焼牛タン弁当, 1350엔)’로 숯불에 구운 우설(牛舌) 구이 도시락이다. 일본 사람들이 즐겨 먹는 우설 구이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 도시락으로 소금 간을 한 고기를 일일이 숯불에 구워 만들었다. 밥은 우설과 어울리는 보리쌀로 지었다. 랭킹 3위는 ‘흑모 와규 스키야키 규니쿠 쥬(黒毛和牛すきやき牛肉重, 1150엔)’. 1899년 개업한 노점포에서 만드는 스키야키 풍 소고기 도시락이다. 스키야키는 얇게 저민 고기를 채소 등과 함께 넓은 냄비에 넣고 달콤한 간장 양념에 졸여 먹는 요리다. 

올해 오봉 귀성길에 사랑받은 랭킹 1위부터 3위까지의 에키벤 모두 소고기를 주재료로 사용한 도시락이었다. 랭킹 5위 안에 이름을 올린 에키벤이 도호쿠(東北) 지방 에키벤이라는 점도 특징적이다. 여름 내내 기승을 부린 무더위는 에키벤 랭킹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예년과 달리 연어알과 성게가 메인으로 사용된 에키벤이 각각 랭킹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캐릭터 모양의 에키벤은 어린이 여행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사진=최지희기자)

에키벤은 1885년 7월 16일 도치키(栃木) 현 우츠노미야(宇都宮) 역에서 판매된 주먹밥이 시초로 알려지고 있다. 이 날을 기념하여 7월 16일을 ‘에키벤 기념일’로 지정하기도 했다. 130년이 훌쩍 넘는 역사와 함께 에키벤을 소재로 한 만화가 시리즈로 발매될 만큼 에키벤은 일본 특유의 식도락 문화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다. 에키벤야 마츠리 관계자는 “전국 각지의 에키벤을 맛보기 위해 일본 여행을 하는 외국인도 있을 정도”라며 해외에서도 마니아 층이 생겨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 자체로 문화가 된 에키벤은 일본 여행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체험으로 철도 여행객들의 즐거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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