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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95주기, 日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간토(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95주기, 日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고이케 도쿄도지사 올해도 추도문 안 보내 
  • 도쿄=최지희 기자
  • 승인 2018.09.0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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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1923년 간토(関東)대지진이 발생한지 올해로 95년. 어김없이 9월이 되면 일본 간토지방 곳곳에서는 위령제가 열린다.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거나 “조선인들이 집에 불을 지르고 다닌다”와 같은 유언비어를 퍼트려 일본의 군인 및 경찰, 자경단(비상시 자위를 위해 조직된 민간 경찰 단체)에게 무참히 살해된 조선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도쿄도내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는 고이케 유리코 도지사 (사진=최지희기자 ⓒ프레스맨)

이 가운데 대표적인 행사 중 하나가 바로 9월 1일 도쿄도 스미다(墨田)구에서 열린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이다. 역대 도쿄도 지사들은 이 추도식에 어김없이 추도문을 보내왔다. 그런데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지사가 지난 해 돌연 추도문 송부를 거부한 것이 이어 올해도 추도문을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파문이 일었다. 

1973년 간토대지진 50년을 맞아 유언비어 등으로 인해 학살당한 조선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기록을 남기기 위해 증언집 수집과 함께 추도비 건립이 시작됐다. 그 해 9월 스미다구 요코아미초(横網町) 공원에 추도비가 세워지고 이듬해부터 추도식이 열리면서 역대 도지사들은 해마다 행사에 맞춰 추도문을 보내왔다. 

취임 첫 해 추도문을 보냈던 고이케 도지사는 이듬해부터 이를 거부하면서 “모든 분들에게 법요(法要)를 하고 싶다는 의미에서 특별한 형태의 추도문은 피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중앙방재회의의 보고서에는 조선인 학살에 대해 “학살이라는 표현이 타당한 예가 많았다”고 공식 인정하고 있지만 고이케 도지사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며 애매한 답변을 반복해왔다. 

올해 8월 회견에서도 “대지진으로 돌아가신 분들과, 더불어 다양한 사정으로 희생당한 분들을 오히려 구분하지 않고 추모하고자 하는 마음”이라며 결국 추도문 송부를 재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日시민 단체 “역사 외면 안돼”

이처럼 일본에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실을 축소하고 회피하려는 분위기가 생겨나는 한편, 시민 사회에서는 이에 반기를 들며 조선인 학살의 사실을 기억하고 알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도쿄 신주쿠구의 NPO 법인 ‘고려 박물관’에서는 ‘그림으로 그려진 조선인 학살과 사회적 약자- 기억・기록・보도’라는 이름의 전시회를 지난 달부터 열고 있다.

도쿄도 신주쿠구 NPO법인 고려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관련 전시회. 사진 가장 왼쪽에 보이는 그림이 아동화가 가와메 씨가 그린 그림으로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사진=최지희기자 ⓒ프레스맨)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전시회를 보러 온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사진=최지희기자 ⓒ프레스맨)

당시 활동하던 화가의 작품과 초등학생들이 학교 수업 시간에 그린 그림 등을 통해 간토대지진에서 무고하게 희생당한 조선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아동화가 가와메 데지(河目悌二)가 그린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스케치’에는 조선인이 가장 많이 희생당한 것으로 알려진 도쿄 스미다 강 인근에서 일본 군인 및 경찰로 보이는 사람들로부터 맞아 피 흘리며 쓰러진 잔혹한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도쿄도 혼요코(本横) 소학교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그린 간토대지진 당시의 모습도 전시되어 있다. 주변 건물들이 모두 화마에 휩싸여 벌겋게 불타오르는 그림들 옆으로 4학년 학생이 그린 그림은 실로 충격적이다. 군복 차림의 일본 군인 세 명이 도망치는 남성을 붙잡아 둘러싸고 폭행을 가하는 장면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대지진을 경험한 초등학생의 머릿속에 남은 ‘그 날의 가장 무서웠던 기억’이었던 것이다. 

당시 박해받던 타민족 및 사회적 소수자들의 참담한 모습과 함께 중고교 교과서에 실린 간토대지진에 대한 언급도 확인해볼 수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프레스맨) 

전시회에는 조선인들 뿐 아니라 적은 임금을 받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일하던 중국인 노동자와 일본 사회 주류의 흐름에 반대하던 사회주의자들에 대한 학살도 소개되어 있다. 중고교 교과서에서 해가 갈수록 학살에 대한 언급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현상을 지적하는 전시물도 볼 수 있다. 

고려박물관 관계자는 “일본 사회가 간토대지진을 잊으려 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이라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일본인으로서 참담함을 느낀다”며 역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시회를 연 날부터 하루에 최소 열 명 이상의 일본인들이 꾸준히 찾아온다는 고려박물관의 기획전은 올 연말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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