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본부 총격사건과 대물림되는 증오범죄

이상화 선수와 고다이라 선수가 경기 후 서로 얼싸 안으며 한일 갈등의 장벽은 넘은 날로부터 겨우 닷새째인 23일, 도쿄에서는 조총련 본부에 총격이 가해졌다. ‘조총련본부’는 북한과 국경이 없는 일본에서, 북한의 대사관 역할을 도맡고 있다. 일본의 동포사회는 남한계인 민단과, 북한계인 조총련으로 갈려있지만, 실상 일본에 사는 동포들에겐 양쪽 관계없이 한반도 출신일 뿐이며, 일본인들은 이 차이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북한의 대사관에 총격이 가해진 사실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우익화동가 가츠라다 사토시, 우익관계자 가와무라 요시노리. 경시청에서 조총련본부 주변을 수사중이다. <JNN뉴스 캡쳐>

지지통신에 따르면 23일 새벽 3시 50분, 2명의 우익활동가는 조총련 본부에 총격을 가하고 달아났다. 경비중이던 경시청 기동대원이 건물 손상용의로 2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다행히도 부상자는 없었다. 용의자는 우익활동가 가츠라다 사토시(56세), 우익관계자 가와무라 요시노리(46세)다. 경시청 공안부에 따르면 둘 다 용의를 인정하고 있다. 현장 부근에서 회전식권총이 한 자루가 발견되었고, 공안부는 총기법 위반 혐의로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한다.

조선중앙통신은 우익단체의 계획적인 테러라고 비난했지만, 일본정부는 무반응 했다. 일부 시민들과 언론인들은 테러대책법 수사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JNN뉴스 캡쳐>

가츠라다 사토시는 유명한 과격 우익인사다. 혐한시위에도 지속적으로 참석했고, 패전기념일에는 군복을 입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인터넷 매체 보도에 따르면 체포된 경력만 20번 이상이며, 1992년에 내각 관료 암살 미수사건으로 체포되어 5년형을 받았고, 이후에도 공무집행방해로 체포, 2013년에는 고베시립 도서관 협박으로 체포되었다. 꾸준히 체포를 당하면서도 인터넷을 통해 북한과 남한을 비난하고, 재일한국인은 물론이고 한국인 전체를 부정해왔다. 그러나 지속적인 민족차별 행동에도 벌하지 못했고, 결국 총격 사건을 일으킬 때까지 그를 막지 못했다. 가와무라 요시노리는 조직폭력배의 간부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가츠라다 사토시의 딸이 그를 답습해 혐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츠라다 사토시의 딸은 중학생이던 2013년, 오사카 한인타운인 츠루하시에서 “츠루하시 대학살을 감행하겠다!”고 소리쳐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도대체 중학생이 왜 재일동포를 학살하겠다고 소리쳤는가. 그때 모두가 그의 그릇된 사고방식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도대체 왜인지를 따지거나 취재하지 않았다. 미성년이었기 때문이다.

조총련 간부의 기자회견 <JNN뉴스 캡쳐>

조총련 본부 총격 사건 후, 가츠라다에 관한 자잘한 정보가 공개되면서 당시 츠루하시 대학살을 외친 소녀가 그의 딸임이 밝혀졌다. 증오의 대물림은 이렇게 끔찍하다. 가츠라다가 어떻게 교육을 했는지는 자세히 알려진 바 없지만, 끊임없이 증오범죄를 저지르며 체포와 감옥을 오간 그 아버지의 방식을 딸은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영화 <아메리칸 히스토리 X>에선 아버지의 흑인 혐오를 아들이 답습하고, 형의 흑인 혐오를 동생이 답습한다. 영화에선 다행히도 감옥에서 흑인들의 비호를 받은 주인공이 흑인 혐오를 멈추지만, 그 결과는 비극이다. 일본의 <아메리칸 히스토리 X>는 가츠라다 부녀의 모습으로 극명히 나타나고 있다. 부모의 혐한이 자녀에게 대물림 된다. 한국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해본 적 없는 소녀가 아버지의 말에 현혹되어 한국을 적으로 생각한다. 어떤 부모가 타인을 혐오하라고 가르칠까. 그런데 가츠라다의 딸은 혐오만을 학습해왔다. 

조총련본부를 엄중 경비중인 일본 경찰의 모습 <JNN뉴스 캡쳐>

거품경제 붕괴와 20년 이상 지속되는 불경기는 일본인들을 점점 더 폐쇄적으로 만들고 있다. 거기에 보수적인 아베 정권이 가세하면서, 일본인들이 가난한 이유는 재일동포 탓이 되어 버렸고, 전쟁 보상을 원하는 한국인과 한국은 모두 배은망덕한 민족이자 나라가 되어 버렸다. 일본을 이렇게 만든 것은 일본 정권이다. 불경기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을 재일동포로 조준해 폭발시키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조총련 혐오는 쉽게 재일동포 혐오에서 한국인혐오로, 더 나아가서는 외국인혐오로 번질 수 있다. 조총련에 총을 쏘아도 큰 일이 아니라 마치 애국자처럼 받들여진다는 것을 가츠라다는 잘 알고 있다. 총격 사건이 일어난 후 아베 총리는 아무런 성명도 발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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