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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개장 앞둔 세계 최대 수산 시장 ‘도요스’를 가다  
[르포] 개장 앞둔 세계 최대 수산 시장 ‘도요스’를 가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 ‘츠키지 시장’과 새 시대를 열 ‘도요스 시장’
  • 도쿄=최지희 기자
  • 승인 2018.08.2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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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현존 세계 최대 수산물 시장인 츠키지(築地) 시장이 오는 10월 6일,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닷새 뒤인 10월 11일에는 츠키지의 왕관을 이어받아 도요스 시장이 새롭게 문을 열게 된다. 약 50일 후면 서로 다른 길을 걸어 갈 두 시장을 직접 찾아가봤다. 

도요스로 이전되는 곳은 수산물 경매 등의 도매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내 시장으로, 장외 시장의 음식점들은 츠키지에 남아 운영을 이어간다. 휴일을 맞아 한산한 츠키지 장내 시장은 곧 문을 닫을 것이란 선입견 탓인지 어딘가 모르게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도쿄도 주오쿠(中央区) 츠키지 시장의 수산물 도매업장. 하루에 참다랑어가 최대 천마리까지 거래되는 세계 최대의 수산물 도매시장이다. (사진=최지희기자 ⓒ프레스맨)
츠키지 시장은 외부에 노출된 공간에서 운반 및 판매 작업이 이루어져 온도 유지 등 수산물의 신선도 문제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사진=최지희기자 ⓒ프레스맨)

시장을 한바퀴 돌자 전문가가 아님에도 노후화된 시설과 위생 문제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요즘같은 무더위 속에서도 모든 작업이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환경에서 수산물의 신선도 유지에 어려움이 따를 듯 보였다.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한 츠키지 시장은 1935년 일본 최대 규모의 수산물 도매 시장으로 츠키지에 개장했다. 츠키지 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산물의 액수는 연간 약 4,300억 엔, 하루 약 16억 2천만 엔으로 세계 각국의 수산물 도매 시장 가운데 최대 규모다. 

시설 및 장비의 노후와 위생 문제 등으로 1998년부터 도요스로의 이전 문제가 부상했지만 이전을 둘러싼 찬성파와 반대파의 대립으로 오랜 기간 교착 상태에 놓여있었다. 그러다 2014년 당시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지사가 도요스 시장 개장을 2016년 11월로 결정하면서 이전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스미다(墨田) 강에서 바라본 츠키지 시장 전경 (사진=최지희기자 ⓒ프레스맨)

하지만 마스조에 지사가 정치자금 유용 등 비리 의혹으로 물러나며 2016년 8월 취임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지사는 도요스 시장의 안전을 이유로 이전에 제동을 걸게 된다. 실제 지하수에서 환경 기준치를 넘는 벤젠이 검출되는 등 문제가 불거지자 이전을 둘러싼 찬반 논쟁도 더욱 격화됐다. 문제를 제기한 고이케 지사에게 이전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자세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작년 6월에는 고이케 지사가 도요스 시장으로의 이전 입장 표명과 함께 츠키지 시장 터에 식품테마파크를 건설할 계획을 밝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도요스 시장에 입점할 업체 측이 반발하면서 해당 업체에 사과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결국 츠키지 시장 터의 개발 계획은 안개 속인 상황에서 우여곡절 끝에 올10월 도요스 입주를 앞두게 됐다. 

도쿄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꿈꾸는 도요스 시장은 면적 약 40.7 핵타르로 츠키지 시장보다 1.7배 큰 규모를 자랑한다. 도요스 시장은 츠키지 시장에서 동남쪽으로 2.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츠키지와는 달리 바깥 공기를 철저히 차단한 폐쇄형 구조로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죠마에(市場前) 역과 연결되어 있어 관광객 등 일반 이용객의 접근성 또한 높아졌다. 4천대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주차장과 각종 편의 시설까지 갖춘 복합상업시설로서의 기능도 갖췄다.

10월 11일 개장하게 될 도요스 시장. 도쿄돔 8개를 합친 크기를 자랑한다. (사진=최지희기자 ⓒ프레스맨)
도요스 시장 수산물 도매업장 가운데 참다랑어가 거래될 장소. 외부와 완전히 분리된 공간으로 방문 당시 온도는 10.5도로 유지되고 있었다. (사진=최지희기자 ⓒ프레스맨)

철저한 온도 관리와 최신식 설비 외에도 도요스 시장이 공을 들인 부분은 바로 관광객 유치다. 별도로 마련된 견학동에서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참다랑어 경매 장면을 직접 볼 수 있는 견학대까지 마련했다. 도쿄도 수산물중앙도매시장 관계자는 “방문객들이 온도와 냄새, 경매가 이루어지는 소리까지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도요스 시장은 시설면에서만 보면 이전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일 정도였다. 관계자에게 이전 문제에 대해 묻자 “지금의 위생 기준으로 보면 이전은 불가피한 현실이지만, 츠키지에서 나고 자라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분들 입장에선 쉽지 만은 않은 선택인 것도 사실”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도매업자로부터 수산물을 구매하여 음식점, 가게 등 소매업장에 판매하는 업장들이 들어서게 된다. (사진=최지희기자 ⓒ프레스맨)
참다랑어 경매를 관전할 수 있도록 견학대가 마련되어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프레스맨)

이와 함께 업자들이 실질적인 문제로 지적하는 것이 이전에 따른 비용 부담 문제다. 우선 건물 전체를 저온으로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전기 요금을 새롭게 감당해야 한다. 관계자는 “평균 온도를 몇 도로 유지할 지에 대해서도 아직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개장을 기다리는 도요스 시장을 돌아보며 불식되지 않은 환경 문제와 새로운 시설로의 이전에 대한 거부감 및 비용 부담 문제, 그리고 유통 주체 간 갈등 등 겉으로 보이지 않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곧 닻을 올리게 될 도요스 시장의 순항은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얼마나 잘 풀어낼지에 달려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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