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감독 필두로 영화계 개혁 위한 일본판 '영화진흥위원회' 설립 모임 발족... 실제 설립까지는 '먼 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트위터에 올라온 ‘일본판 CNC설립을 위한 모임’ 발족식 모습. 일본 영화계의 문제를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고레에다 감독, 스와 노부히로 감독 등 7명의 영화 감독이 모였다. (이미지: 고레에다 가즈히로 트위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트위터에 올라온 ‘일본판 CNC설립을 위한 모임’ 발족식 모습. 일본 영화계의 문제를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고레에다 감독, 스와 노부히로 감독 등 7명의 영화 감독이 모였다. (이미지: 고레에다 가즈히로 트위터)

 

소극장 줄폐관, 성폭력 및 갑질 고발, 가혹한 근로환경….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일본 영화계 소식란에는 이같은 어두운 뉴스들로 가득했다. 한국영화 ‘브로커’를 연출한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대로 가면 일본 영화계 미래는 없다”며 나서서 경종을 울리기까지 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것이 일본 영화계 ‘개혁’ 문제다.

우선 그간의 문제를 살펴보면, 지난해를 중심으로 일본 영화계에서는 곪아 있던 갖가지 문제들이 표면화 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미니 시어터’라 불리는 소규모 영화관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고, 감독으로부터 과거 수차례 성적인 관계를 강요당한 여배우들이 속속 목소리를 냈다.

특히 가혹한 근로환경이 갑질 및 성폭력의 온상으로 지적되면서 심각성이 두드러졌다. 자연히 젊은 인재들은 영화계 진출 기피 현상으로 이어졌고, 인재 부족 문제를 낳았다.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던 지난해 6월, 고레에다 감독이 칼을 빼 들었다. 영화계 문제를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고레에다 감독, 스와 노부히로 감독 등 7명의 영화 감독이 모여 ‘일본판 CNC설립을 위한 모임(이하 설립모임)’을 발족했다.

CNC는 1946년에 설립된 프랑스의 국립영화영상센터를 말한다. 극장, 공영방송, 페이TV, 비디오 및 VOD 일부를 재원으로 삼아 영화 제작 및 흥행을 지원하는 공적 기관이다. 프랑스 CNC는 영화 기획 및 제작 뿐 아니라 영화관 운영, 해외진출 등을 지원하고 노동환경 개선과 인재 교육까지 담당한다.

한국에도 이미 CNC와 같은 기능을 하는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존재한다.

고레에다 감독을 주축으로 한 설립모임에서는 현재 일본 영화계의 민낯이 열거됐다. 경제산업성이 2020년 발표한 ‘영화제작현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장을 뒷받침하는 프리랜서 스텝 가운데 영화 제작을 통해 얻는 연수입이 300만엔(약 2천 8백만원) 미만인 경우가 60%를 넘었다. 제작사측과 정식 계약을 맺지 않고 일하는 경우 또한 60%에 달했다.

배우 및 음악가들이 모인 일본예능종사자협회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프리랜서로서 예능에 종사하는 노동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마찬가지로 절반 이상이 4~6시간의 수면 시간 밖에 확보하지 못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설립모임에서는 영화계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표했다. 일본예능종사자협회는 임상심리사와 이메일을 통해 상담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 일본 문화청도 불안정한 근로 환경에 놓인 프리랜서 배우 및 스텝을 보호하기 위해 계약에 관한 지침 등을 만들었다.

하지만 일본 영화계의 개혁은 이제 첫걸음을 떼었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와 한국과 같이 영화 제작을 통괄하는 지원 진흥 기관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프랑스의 CNC와 한국의 영진위에서는 영화 흥행 수입 등의 일부를 징수해 업계 전체에 환원하도록 하는 공조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이를 모델로 한 형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일본 4대 영화제작배급사인 ‘쇼치쿠’, ‘도호’, ‘도에이’, ‘가도카와’가 주축이 된 일본영화제작연맹은 이른바 ‘암중모색’ 중이다. 특히 재원 문제를 둘러싸고 좀처럼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여겨지고 있다. [프레스맨]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