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신문위원회 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
우는 아기 없는데 커가는 일본의 '베이비푸드'시장...왜?
우는 아기 없는데 커가는 일본의 '베이비푸드'시장...왜?
  • 도쿄=윤이나 기자
  • 승인 2018.11.05 1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쿄=프레스맨) 윤이나기자 = 합계출산율 1.43명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와 함께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인 일본.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유아식품, 즉 베이비푸드(Baby food) 시장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현재 일본의 대표적인 유아식품 메이커인 와코도(和光堂), 큐피, 피죤 등 6개 대형 제조회사가 가맹되어 있는 일본베이비푸드협회 발표에 따르면, 작년 기준 베이비푸드의 생산량은 약 408억엔으로 전년대비 2.7% 증가해, 2013년 이후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베이비푸드협회 생산통계(2017년) / 품목별 (단위:백만엔)
품목 금액 전년대비 성장률(%)
주식 8,154 6.4
반찬, 스프 8,430 8
식재료 2,205 14.5
양념, 소스 1,544 2.8
디저트 1,321 16.5
통조림 5,326 7.6
음료수 9,169 -3.8
간식 4,642 -11
합계 40,792 2.7

일본의 베이비푸드 시장은 약 8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최초의 베이비푸드는 1937년 발매된 와코도의 ‘그리스메일’이다. 당시 일본의 영·유아사망률은 1,000명 당 106.8명으로, 10명 중 1명이 영·유아기에 사망하는 매우 높은 수치를 보였다. 사망원인은 폐렴이나 영양부족, 소화불량, 세균성질환 등에 의한 것으로, 영·유아를 위해 영양가 있고 위생적인 식품 공급이 절실하던 때 최초의 베이비푸드가 등장한 것이다.

1937년 발매된 일본 최초의 베이비푸드 와코도의 ‘그리스메일’ / 출처=와코도 홈페이지

이후 1950년대 들어 제 1차 베이비 붐 당시 다케다약품(武田薬品), 모리나가유업(森永乳業) 등이 내놓은 베이비푸드는 현재와 비슷한 통조림형, 레토르트형의 모습을 갖췄지만, 당시 일반 가정에서 베이비푸드를 먹이는 것은 생소한 일로 널리 보급되지는 못했다.  

1970년대 제 2차 베이비 붐과 함께, 여러 식품회사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베이비푸드도 다양해졌다. 1968년 메이지유업(明治乳業)의 ‘분말과즙’, 와코도의 ‘쌀죽’ 등이 발매됐고, 드라이타입의 품목도 추가됐지만 여전히 아이들에겐 손수 만든 음식을 먹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그다지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1977년 실시한 베이베푸드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부모들이 베이비푸드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복수응답可)는, ▲직접 만든 음식을 먹이고 싶다(72.6%),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 먹이고 싶다(35.7%), ▲착색료 등을 사용할 것 같아서(28.6%), ▲원료나 성분이 불명확(14.3%)의 순으로, 당시의 부모에게 베이비푸드는 급한 때 끼니의 대용으로 한두번쯤 구입해 볼 의사가 있는 제품에 불과했다.

이러한 소비자 의식은 1980년대 이후 점차 변해갔다. 핵가족화,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집에서 점차 요리를 하지 않게 되고 외식이 잦아지면서 부터다. 식습관 또한 서양화 되면서 부모의 식사와 아이의 이유식을 동시에 만드는 것이 이전에 비해 수고스럽게 된 점도 한 몫했다. 이와 더불어 제조업체들도 개봉해서 바로 먹을 수도 있는 ‘병 타입’, 뜨거운 물을 붓기만 하면 되는 ‘분말·후레이크 타입’, 전자레인지나 뜨거운 물로 데워 먹는 ‘레토르트 타입’ 등 소비자들의 니즈를 적극 받아들인 다양한 형태의 라인업을 갖추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전개한 것도 소비자 인식변화의 계기가 됐다.

내용물이 보여 안심감이 들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 인기가 많은 ‘병 타입’ 베이비푸드. 가격 또한 하나에100엔 전후로 저렴하다. / 사진=윤이나기자
내용물이 보여 안심감이 들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 인기가 많은 ‘병 타입’ 베이비푸드. 가격 또한 하나에100엔 전후로 저렴하다 / 사진=윤이나기자

80년대의 과도기를 거치며 베이비푸드에 대한 소비자의 의식 변화와 대량생산으로 적절한 가격이 형성되면서 1990년대 들어 일본의 베이비푸드 시장은 전성기를 맞이한다. 1985년 후생노동성이 실시한 ‘영·유아영양조사’ 의하면, 베이비푸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부모가 51.8%였으나, 10년 뒤인1995년 조사에서는 ‘자주 사용한다’ 및 ‘가끔 사용한다’는 부모가 66%, 20년 뒤인 2005년에는 75.8%로 크게 증가했다.

다양화·소량화에 성공한 레토르트 타입의 베이비푸드. / 사진=윤이나기자
다양화·소량화에 성공한 레토르트 타입의 베이비푸드 / 사진=윤이나기자

2000년대 들어서도 베이비푸드 시장의 성장세는 여전하다. 1973년 출생자수 209만 명을 정점으로 일본의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베이비푸드 시장은 오히려 1980년 이후 성장을 거듭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아이 한 명당 베이비푸드의 구매횟수와 양이 늘어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인터넷, SNS 등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서, 부모들 사이에 베이비푸드가 간편하고 영양 많은 것은 물론 위생적이다라는 인식이 퍼져 신뢰 이미지가 뿌리내리게 된 것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최근 일본의 베이비푸드 시장은 내용물이 보여 안심할 수 있고, 적절한 가격에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병 타입’ 과, 다양화·소량화에 성공해 다양한 배리에이션을 갖춘 ‘레토르트 타입’이 견인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 가속화와 육아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는 한동안 일본 베이비푸드 시장의 성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