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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눈' 유통기업 잔혹사···일본에서 짐싸는 '월마트'
'파란눈' 유통기업 잔혹사···일본에서 짐싸는 '월마트'
월마트 부인 불구 자회사 '세이유' 매각설 솔솔
  • 도쿄=김민정 기자
  • 승인 2018.07.1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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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의 일본 세이유 매각을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월마트가 세이유 매각 방침을 결정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날 월마트는 로이터통신을 통해 그런 결정을 내린 바 없다고 전했다. 오히려 "변화하는 일본 고객의 니즈에 맞는 사업을 꾸준히 전개해 나갈 것"이라며 소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지 않듯, 월마트의 일본내 사업이 순탄치 않은 만큼 시장에서는 매각 추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유통공룡인 월마트가 일본 시장에 첫 발을 디딘 것은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2년, 경영악화에 허덕이던 일본 토종 종합슈퍼마켓체인 '세이유(西友)'를 사들이면서다. 일본 전역에서 약 330 여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던 세이유의 전신은 '세이부(西武)' 백화점이 1956년에 소형 점포형태로 만든 '세이부스토어'다. 이후 고도경제성장기와 더불어 종합슈퍼마켓체인으로 성장을 거듭해오던 세이유는 거품경제 붕괴 후 거액의 불량채권을 떠안으면서 경영악화에 처하게 된다. 이후에도 수년간 적자점포 대량 폐쇄 등 재건을 위한 각종 노력을 기울였지만, 기울어가는 사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02년 세이유는 결국 월마트가 내민 손을 받아들였다. 일본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던 유통공룡 월마트와 경영악화에 시달리던 세이유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인 셈이다. 하지만, 이해관계는 맞았을지 몰라도, 월마트의 세이유를 통한 일본 진출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과자들도 일반 수퍼마켓보다 30-50엔가량 저렴하다. 가격경쟁력에 중점을 둔 전략은 커다란 가격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매장내 분위기나 진열방식이 매우 오래된 듯 하다. (사진=김민정기자)

세이유는 전철역 인근이라는 입지조건을 장점으로 갖고 있었으나, 1950년대에 생긴데다 경영이 파탄난 이후 제때에 내부 리폼 등을 하지 못한 탓에 낡고 고루하다는 이미지가 고착돼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월마트는 자신들이 성공 방식인 EDLP(Everyday Low Price)만을 주구장창 들이미는 전략을 고수했다. 3개월간 같은 가격을 유지하는 프라이스 록(Price Rock)이란 서비스를 도입해, 체리 토마토 1팩 97엔, 바나나 한 뭉치 89엔, 미국산 돼지고기 100그램 97엔 등 총 3,000여 개 품목을 값싼 가격에 공급했다. 호평을 얻어 입소문을 통해 고객이 증가할 것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세이유의 낡은 이미지에, 월마트의 저렴한 가격이 더해지면서 플러스가 되기는 커녕 마이너스 면만 강하게 부각돼 소비자들이 고개를 돌린 것이다. '싼 값' 전략이 '싸구려' 이미지로 전락한 것이다.

국토면적이 광활해 점포밀도가 높지 않은 미국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대량소비에 기초한 월마트 판매방식 EDLP는 섬세한 서비스를 좋아하는 일본 소비자들의 호응을 끌어낼 수 없었다. 그리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지적대로 고전적인 방식을 고집하는 일본 도매상들이 월마트하고만 싼 값으로 거래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싼 가격으로 팔다보니 출혈이 상당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게다가 EDLP는 더이상 월마트만의 노하우가 아니다. 다른 슈퍼마켓도 '싼 값' 전략을 적극 도입 중이며, 드러그스토어, 인터넷과 비교하면 세이유가 특별히 저렴한 것도 아니다.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이 소매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고, 강력한 가격경쟁력으로 무장한 업체들이 등장한 가운데 세이유가 가격만으로 고객을 붙들어 멜 수는 없는 시장환경인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일손부족 배경의 인건비 상승 등 비용구조도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프라이스 록'은 3개월간 똑같은 가격을 유지하며 파는 상품들을 말한다. 저렴하게 물건을 팔겠다는 월마트의 강한 의지의 표명이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김치도 세이유에서는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사진=김민정기자)<br>
'프라이스 록'은 3개월간 똑같은 가격을 유지하며 파는 상품들을 말한다. 저렴하게 물건을 팔겠다는 월마트의 강한 의지의 표명이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김치도 세이유에서는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사진=김민정기자)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월마트 재팬의 순이익은 2015년부터 2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2017년에야 겨우 적자를 모면했지만, 경쟁력이 날로 약화되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인하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월마트는 세이유라는 공간을 이용해 스케일 메리트(규모를 늘려 이익을 확보하는 것)를 살려 보려고 했지만, 일본 시장은 그리 간단치 않다"고 지적한다. 월마트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부인해도 시장이 매각 추진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는 이유다.

일본 유통시장은 그동안 외국 유통업체의 무덤으로 불려왔다. 영국 드러그스토어 부츠는 2년만에 철수했고, 프랑스 까르푸도 5년만에 가게를 접었다. 영국 테스코도 10년을 버티다 결국 문을 닫았다. 이케아의 경우엔 2006년에 일본에 들어온 후 큰 결실은 맺지 못하고 고전 중이다. 코스트코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전세계 30여개국에 진출해 있고, 시가총액 3,0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최대 슈퍼마켓체인 월마트마저 일본 진출의 고배를 마실 위기에 처해 있다. 유명세와 가격만으로 일본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이 또 한번 증명되는 순간이다.

일본에서 살아남으려면 가격, 품질은 기본이고 일본식 서비스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극진한 마음으로 손님을 대접하는 것)'가 필수적이다.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월마트가 일본을 떠나게 될 지경에 처한 원인은 극심한 가격 경쟁하에서 '싼 값' 이외에 어떤 전략도 내세우지 못한데다, 오모떼나시마저 소홀히 한 까닭으로 분석된다.

인구감소와 장기불황으로 인해 물건이 팔리지 않는 시대, '단샤리(断捨離)'가 생활방식인 시대를 살고있는 일본 소비자들에게 무조건 싼가격과 대량소비를 요구하는 판매자 중심 월마트의 낡은 방식이 통용된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닐까 싶다.

(단어설명) 단샤리(断捨離) : 되도록 물건을 소비하는 것은 끊고(断), 집 안의 불필요한 물건은 버리며(捨), 물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離) 삶을 지향하는 정리법이자 생활방식을 일컫는 일본의 신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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