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경제성장 최대 걸림돌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소비위축·잠재성장률 하락 부채질
인구구조변화, 日장기불황의 근본원인

아직도 귀에 생생한 "아들 딸 구별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던 산아제한정책구호가 불과 50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부메랑처럼 돌아와 한국경제의 심장에 비수로 꽂히고 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3768만명을 점정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제1차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에 이어 2차 베이비붐 세대(68~74년생)가 고령층(65세 이상)에 진입하는 2020~30년대에는 매년 30만~40만명씩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가능인구(15세~64세) <자료=통계청>

반면 노인 인구는 급속히 늘어난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소가 발표한 '늙어가는 세계 2015'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돼, 2050년에 노인 인구 비중이 일본 40.1%에 이어 35.9%로 세계 2위에 오른다. 만약에 지금과 같은 출산율이 유지된다면 2000년 고령자 비율이 7%를 넘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지 26년만인 오는 2026년에 초고령화 사회(65세 이상의 인구비중이 20%이상)에 진입한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인구(65세이상) <자료=통계청>

늘지 않는 출산율도 문제다. 지난해 가임여성은 전체 여성 인구의 49.5%를 기록하며 사상처음으로 가임여성 인구가 전체 여성 수의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걸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저출산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두루 갖춘 셈이다.

지난해 12월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 1~10월에 태어난 아이는 모두 34만9000명이다. 11~12월 출생아를 합쳐도 40만 명을 간신히 넘겨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출생아 수가 가장 적었던 해는 2005년(43만5000명)이다.

유소년인구(0세~14세) <자료=통계청>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감소는 의존연령비율(총부양율 이라고도 함)의 상승을 초래한다. 의존연령 비율이란 생산가능인구(15~64세) 대비 15세 이하 및 65세 이상 인구층을 합친 비율을 의미하는데 한국의 의존연령비율은 1966년 88.8%로 정점을 기록했으나, 2012년 36.8%로 저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상승해 2020년 40.7%, 2030년 58.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언급한대로 내년부터는 출생아 수가 30만 명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출산과 직결되는 결혼 건수와 가임여성(15~49세) 인구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혼인 건수는 사상 처음으로 30만 건을 밑돌 게 확실시된다. 지난해 1~10월 혼인 건수는 22만7900건에 머물러 2016년 통년 동안에 30만 건을 채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는 5101만 명이다. 인구는 2031년 5296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할 전망이다.

이런 인구구조 변화는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린다. 일본경제가 1990년대 초반의 버블붕괴, 1990년대 중반의 부실채권 문제로 인해서 소위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구조변화의 근본적인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즉, 일본의 장기침체가 시작된 1992년은 의존연령비율이 상승세로 반전했던 시기였다. 일본의 의존연령비율은 1992년 43.3%를 저점으로 2010년 56.7%에 도달했고 2020년에는 68.9%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고령화의 파급효과는 바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고스란히 묻어있는 셈이다.

연령별인구 <자료=통계청>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 개발은행(ADB)도  ‘아시아 지역 노동인구 부족 대응방안(How to fill working population gap in Asia)’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의존연령 비율이 상승 추세에 접어들면서 오는 2021~2030년 우리나라의 1인당 잠재성장률이 1.5% 떨어지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분석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 등의 부작용 없이 경제가 최대한 성장할 수 있는 비율로 경제의 기초체력을 나타낸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에서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그 충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올해가 중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을 끌어 올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작년 11월 말 기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2.5%로, 생산가능인구 여성의 절반은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출산율 제고를 위해 보육에만 한정된 출산정책을 확대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이 1.3명 미만인 초저출산 현상이 15년째 지속되고 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장은 “해외 사례를 보면 적어도 20~30년 이상의 노력을 해야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양육비를 줄여주는 등의 실질적인 지원과 함께 기업 등 사회 전반에 양성평등 문화가 자리 잡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검토를 시작한 노인 연령 기준 상향조정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5세인 현재 노인 기준을 높여 생산가능인구를 늘리고 복지지출의 증가 속도를 눌러야 한다는 것이다. ADB도 보고서에 제시한 대응책에서 퇴직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조정한다고 가정할 경우 2050년 의존연령비율이 아시아는 57%에서 45%로, 한국은 87%에서 65%로 줄어든다고 추산했다. 보고서는 또 인도, 필리핀 등 이민 공급이 가능한 국가에서 이민 수요국(한국, 일본 등)으로의 역내 이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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