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타개를 위한 고육지책
(도쿄=프레스맨) 김민정기자 = 어른은 입장만 가능할 뿐, 직업 체험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 ‘키자니아’가 돌연히 어른들에게 직업 체험의 문을 열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니혼케이자이(日本経済)신문에 따르면 일본 키자니아 고시엔점이 오픈 10주년을 맞이해 12월 13일을 '어른 전용의 날'로 지정하고 판매한 900장의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됐다. 가격도 어린이의 2배인 1인 4500엔으로 비싼편이다. 어른에게 빗장을 꼭 걸어 잠궜던 키자니아가 갑작스럽게 어른 전용의 날을 만들어 어린이의 출입을 제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
멕시코에서 첫 문을 연 ‘키자니아’는 한국은 물론 일본에도 널리 알려진 어린이 직업 체험 테마이다. 어린이 사이즈로 만들어진 다양한 직장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고, 어른이 되어 어떤 직업을 가질지 고민한다. 일을 하면 급여를 받고, 지급받은 급여를 저금하거나 물건을 사는 등 자본주의의 기본도 익힐 수 있다. 키자니아는 이처럼 어린이만을 위한 소규모 도시였다. 성인의 경우, 어린이의 동반자로서만 입장이 가능하며, 직업 체험에는 전혀 참여할 수 없었다.
이렇듯 어린이에게 올바른 직업 의식을 가지게 하겠다던 키자니아가 왜 성인에게 직업 체험의 기회를 주게 된 것일까?
키자니아 홍보 나카시마 메구미(中島めぐみ)씨는 “키자니아는 기본적으로 어린이들에게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직업 훈련과 사회체험을 컨셉으로 하고 있지만, 아이를 동반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능해서 이런 컨셉을 전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어른 전용의 날 행사를 계기로 키자니아의 컨셉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하지만 그는 키자니아가 어른을 손님으로 받는 것은 처음이 아니라고 귀뜸한다. 키자니아에서는 ‘성인 대여 플랜’을 제공해, 회사 등의 단체가 키자니아 전체를 빌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는데, 이 ‘성인 대여 플랜’ 운영이 불특정 다수의 성인만 받는 어른 전용의 날을 기획하는 바탕이 됐다는 것. 나카시마 씨는 “어른에게도 꿈이 있었을 것이다. 이루지 못한 꿈이 실제로는 어떤 직업인지 체험해보면서 즐기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키자니아가 어른 전용이 날 행사의 뒷면에는 사실, 저출산 고령화의 현실이 자리한다. 일본에서 키자니아는 2006년에 도쿄에 처음 문을 열었고, 그로부터 12년이 지났다. 어린 시절 키자니아를 방문했던 아이들이 지금은 20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키자니아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다. 어린이와 함께 입장해야 한다는 규정때문이다. 인구감소로 어린이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키자니아 입장에서 재방문 의사가 있는 성인 고객에게 눈을 돌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어른 전용의 날은 이렇듯 고객확보을 위한 키자니아만의 고충이 담겨 있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키자니아 고시엔을 비롯 도쿄는 이번 어른 전용의 날 행사 이후, 내년부터 연 1-2회 성인만 출입 가능한 날을 꾸준히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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