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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분위기 물씬 '신주쿠골든가이', 외국인 여행객 新명소로
'심야식당' 분위기 물씬 '신주쿠골든가이', 외국인 여행객 新명소로
‘글로벌한 분위기 좋아’ vs ‘이곳만의 분위기 사라져’ 
  • 도쿄=최지희 기자
  • 승인 2018.09.29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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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 가부키쵸 골든가이 입구에 위치한 바의 모습. 금요일 저녁 손님의 대부분은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사진=최지희기자 ⓒ프레스맨)
신주쿠 가부키쵸 골든가이 입구에 위치한 바의 모습. 금요일 저녁 손님의 대부분은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사진=최지희기자 ⓒ프레스맨)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야쿠자, 에로배우, 스트리퍼, 삼류 복서가 찾아와 소박한 안주를 벗삼아 술잔을 기울이는 곳. 도쿄 신주쿠(新宿) 가부키쵸(歌舞伎町) ‘골든가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다. 아마도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되어 한국의 팬들에게도 사랑받은 일본 만화 ‘심야식당’ 덕분일테다. 작품을 본 이들은 화려한 도쿄 번화가 뒷골목을 찾아오는 한밤 중 손님의 사연을 들여다보며 저마다 위안을 얻었다. 

가부키쵸 ‘골든가이’ 하면 이처럼 어딘지 모를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는 협소한 술집들이 즐비한 곳이란 이미지가 있었다. 문인들은 이곳을 사랑한 나머지 그들의 소설 속 배경으로 삼기도 했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말이다. 

최근 ‘골든가이’를 찾는 이들 가운데 상당 수는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이다. 이들의 호기심 어린 발걸음이 ‘골든가이’의 짙은 밤풍경을 다양한 색깔로 덧칠했다. 가게들마다 영어 안내문, 영어 메뉴판을 마련해 몰려드는 외국인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하다.  

‘NO Charge, No Tax(자릿세 없음, 소비세 없음)’, ‘1 Drink 700yen(음료 한잔 700엔)’

‘골든가이’에 어둠이 내려오기 시작하자 가게마다 내걸린 영어 간판 사이로 외국어가 들려왔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통기타 반주에 맞춰 즉석에서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술잔을 들고 나와 가게 앞 바닥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점주에게 자릿세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관광객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외국인 손님들의 경우 일본의 자릿세나 오토오시(お通し・주문한 요리가 오기전 제공되는 간단한 안주)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때론 점원과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자릿세를 아예 없앤 가게들도 있다. ‘RENO’의 경우 이전에는 자릿세로 1인당 800엔씩을 받았지만 2년 전부터 방침을 바꿨다. 외국인 손님들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 손님에게는 자릿세를 받고, 외국인 손님들에 한해서만 자릿세를 받지 않는 가게도 등장했다. 

골든가이의 술집들 대부분은 영어로 된 안내문을 붙여 외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프레스맨)<br>
골든가이의 술집들 대부분은 영어로 된 안내문을 붙여 외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프레스맨)

‘골든가이’ 주변에서 바를 운영하는 30대 남성은 “일본인들이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듯 외국인들도 자릿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며 다만 “일본에 온 이상 일본의 룰을 따르는게 기본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찌됐든 술 먹는 일본인들이 점차 줄어가던 차에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다시 활기를 띄게 된 것이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골든가이’의 변화에 대해 점주들이 갖는 생각은 각자 다르다. 또 다른 30대 남성 점주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글로벌한 분위기가 생겨 좋다”고 밝혔다. 반면 한 여성 점주는 “자주 오던 단골 손님들이 예전 느낌이 나지 않는다며 발길이 뜸해진 게 사실”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음침하기도 하고 비밀스럽기도 한 것이 골든가이의 매력이었는데 그런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했다. 

골든가이의 저녁 풍경. 좁은 골목 사이로 작은 술집들이 밀집한 골든가이는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관광 명소로 자리하고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프레스맨)

한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골든가이’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여행 가이드 ‘론리 플래닛’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Golden Gai’라는 이름으로 표기되어 ‘모험을 좋아하는 여행객에게 추천. 협소한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거리를 산책하면서 분위기를 즐겨보자’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트립 어드바이저’와 같은 해외 여행사이트에도 ‘마스터(꼭 가봐야 할 장소)’로 소개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졌다. 

작가와 연극관계자 등 문화인들이 즐겨찾는 곳으로도 알려진 ‘골든가이’지만 외국인과의 관련도 깊다. 이곳은 원래 전후 직후 ‘아오센(青線)’으로 불리던 비합법 매춘지대로, 진주군(進駐軍) 병사들도 찾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6년 발간된 서적 ‘신주쿠 골든가이’에는 1980년대 중반 이미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곳으로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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