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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의 무한 변신···일손부족 일본의 무인화 첨병으로
자판기의 무한 변신···일손부족 일본의 무인화 첨병으로
방범, 도시락, 사케에 살얼음까지 진화하는 일본의 자판기
  • 도쿄=김민정 기자
  • 승인 2018.07.0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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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 대국’ 일본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2013년 약 500만대에서 2017년 460만대로 편의점의 성장과 비례해 눈에 띄게 줄어들던 자동판매기(자판기)가 최근들어 기존 음료 중심에서 방범용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를 거듭하며 제2의 중흥기를 맞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일손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방범 카메라가 탑재된 자판기. 이 자판기는 경찰서와 연계해 영상이 모두 경찰서에 제공된다 (기린홈페이지)
방범 카메라가 탑재된 자판기. 이 자판기는 경찰서와 연계해 영상이 모두 경찰서에 제공된다 (기린홈페이지)

지난 4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대형 음료 업체 '기린'이 도쿄 아다치구 니시아라이(西新井)경찰서와 ‘방범활동에 관한 각서’를 체결하고, 소형 방범 카메라를 탑재한 자판기를 운영키로 했다. 이름하여 '미마모리(みまもりㆍ신변보호)자판기'다. 자판기에 샘플로 진열된 음료수병에 소형 카메라를 장착해 눈높이에서 선명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만큼 원거리에 설치되어 있는 일반 CCTV와는 달리 범인의 얼굴이나 소지하고 있는 무기 등을 보다 확실하게 식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니시아라이 경찰서는 올해 안에 '미마모리 자판기'를 약 3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후쿠야마 다카오(福山隆夫)서장은 "위압감이 없는 것이 '미마모리 자판기의 강점"이라며 "거리의 안전, 안심, 특히 통학로나 공원의 아이들, 퇴근길의 여성 들을 지키는데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도 매일 주변을 순찰하고 있지만, 얼굴까지 확실하게 찍히는 방범 카메라를 통해 거리의 사각지대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마모리 자판기'는 기린 뿐만 아니라, 아사히음료도 도쿄 쿠로다구에서 실증실험을 전개하고 있어 조만간 자판기가 일본의 거리를 지키는 첨병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음료 중심이던 자판기는 이같은 방범 영역이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회사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도시락 자판기'도 그 중 하나다. 도시락이 진열되어 있는 자판기가 아니라, 음료 자판기의 도시락 배달 버튼을 누르면, 회사 주변의 도시락 가게가 점심 시간에 따뜻한 도시락을 배달해 주는 획기적인 서비스다. 자판기와 주변 도시락집을 연계한 자판기는 '기린'과 같은 대형 음료업체 ‘산토리’가 내놓은 것이다. 산토리는 지역의 가게들과 연계해 버튼만 누르면 다양한 상품을 배달해주는 자판기를 2020년까지 1,00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방일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인기 높은 '사케 자판기'도 있다. 도쿄에서 생산되는 모든 사케를 총집합시킨 이 자판기는 한 잔에 300엔. 스모 시합이 열리는 국기관이 있는 료고쿠역에 설치된 자판기로 한 잔 마셔보고 마음에 들면, 곧장 병으로 구입할 수 있는 코너도 있다.

도쿄 전역의 사케를 총망라한 사케 자판기. 특히나 외국인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사진=김민정기자)
도쿄 전역의 사케를 총망라한 사케 자판기. 특히나 외국인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사진=김민정기자)

'(氷点下)빙점하' 자판기는 모든 음료를 영하 5도에서 보관해주는 자판기로,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아삭한 식감의 살얼음 음료를 찾는 사람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사람대신 로봇이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주는 자판기도 아이들에게 인기다. 만두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냉동만두 자판기도 독특하다.

빙점하 자판기. 아사히음료의 살얼음 사이다인 '미츠야사이다' 전용 자판기. 영하 5도를 유지하는 자판기다 (아사히음료 홈페이지)
빙점하 자판기. 아사히음료의 살얼음 사이다인 '미츠야사이다' 전용 자판기. 영하 5도를 유지하는 자판기다 (아사히음료 홈페이지)

한동안 외면받던 일본의 자판기. 심각한 일손부족에 처한 일본 사회의 무인화 첨병으로 또다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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