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 주택숙박사업법 시행···'민박금지 전면해제' 불구 신고율 저조

급증하는 방일 외국인관광객의 숙박 부족 문제 해결 대책으로 마련된 주택숙박사업법, 이른바 ‘민박신법(民泊新法)’이 오는 15일부터 일본에서 시행된다. 그러나 당초의 법 제정 취지와는 다르게 오히려 민박 산업 활성화를 저해하는 규제 과잉이라는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민박 중개사이트인 ‘에어비앤비(Airbnb)’에서 검색 가능했던 일본의 민박은 종래의 6만 2,000여 건에서 4일 기준 1만 3,800건으로 약 80% 급감했다. 이는 에어비앤비가 인허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신고 사실 없이 운영되는 민박의 중개를 금지하는 민박신법 시행전에 미리 소위 '야미(闇)'민박의 게재를 금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현행 법에 따르면 민박업자들은 정부로부터 ‘간이 숙박업자’허가를 받거나 국가전략특구로 지정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6만개가 넘는 일본의 민박집 가운데 이런 정식 절차를 밟은 곳은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개정 시행되는 민박신법은 개인이나 기업이 지자체에 신고서만 내면 연간 180일 한도내에서 민박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민박을 원칙적으로 허용해 현재 호텔 중심으로 형성된 숙박업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급증하는 방일 관광객의 숙박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취지로 제정됐다. 다무라 아키히코(田村 明比古) 관광청 장관은 ‘민박은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체제를 원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필요한 시설이다’ 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급증하는 방일 관광객 추이. 출처:일본정부관광국
급증하는 방일 관광객 추이 / 출처=일본정부관광국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민박신법을 준수하는 민박의 신고 건수는 예상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일본의 전체 민박수는 적게는 4만 개에서 많게는 에어비앤비 등록 기준인 약 6만 개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민박신법에 의거해 각 지자체에 접수된 민박 신고 건수는 5월 기준 약 700여건에 그쳤다. 현재 운영되는 민박들이 거의 신청을 안한 것이나 다름없는 수치다.

일본 교토의 주택가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교토의 주택가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합법 민박으로서의 지위를 얻고자 기존의 민박이 지자체에 신고하기 위해서는, 소방법, 건축기준법 등 충족시켜야할 법 규제가 기존보다 엄격해진다.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긴 하지만 민박 운영가능일수가 최대 180일로 제한된다는 점 또한 민박 사업자나 호스트측의 사업의욕을 크게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중 영업을 위해서는 여관업법에 따라 ‘간이숙소(유스호스텔, 펜션, 캡슐호텔 등)’로서 운영을 해야하는데, 간이숙소는 객실과 건물 면적, 자동화재경보기의 설치 등 요구조건이 민박보다 더 까다로워질 뿐만 아니라, 지자체에 신고가 아닌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에 다섯 객실 이하로 작게 민박을 운영하던 호스트가 사업을 확대해 여관업에 발을 들이려는 생각이 없는 이상 사실상 힘들다고 볼 수 있다.
      
민박신법이 요구하는 조건 외에, 각 지자체가 그에 더해 각종 조례 등을 제정하여 규제를 더 가중시키는 경우도 있다. 도쿄의 신쥬쿠구나 네리마구는 ‘주택전용구역에서는 월요일 정오부터 금요일 정오까지는 (민박)운영을 금지’하는 조건을 덧붙였다. 사실상 주말 외에는 영업을 하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심지어 추오구는 ‘모든 구역에서’ 이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오히려 민박신법이 민박의 활성화가 아닌, 민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호텔, 여관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볼멘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여관업 허가를 유지하기 위한 자금과 설비투자, 그리고 자체적인 마케팅 등 비용 소모가 막대하다는 이유를 들어 민박 규제를 꾸준히 요구했던 기존 호텔 및 여관업자들의 손을 들어 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여관업법에 따라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 대형 숙박시설업자들은 "에어비앤비와 같은 중개사이트를 기반으로 하는 민박은 단순 신고제인데다 투자비용 또한 적고, 영업 가능 지역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며 "이는 상대적인 역차별"이라고 불만을 제기해왔다.

민박신법 시행을 앞두고 일본이 겪고있는 이와 같은 진통이 '야미'에서 '합법'으로 넘어가는 성장통인지,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의한 부작용인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다만, 예상 밖의 저조한 민박 신고 건수로 법 시행 초기 시장의 패닉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민박 산업 활성화와 합법화, 두마리 토끼를 잡을 구체적인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그 불편은 고스란히 방일 외국인관광객의 몫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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