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가속화로 올해 명목 GDP 독일에 3위 자리 내줘…업계 전문가, “이대로 가면 인도, 영국에도 밀릴 것”

23일 저녁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교차로의 모습. 엔저로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늘었지만, 올해 명목 GDP는 독일에게 3위 자리를 내주며 4위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사진: 최지희 기자)
23일 저녁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교차로의 모습. 엔저로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늘었지만, 올해 명목 GDP는 독일에게 3위 자리를 내주며 4위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사진: 최지희 기자)

25일, 일본이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3위 자리를 독일에 내줄 것이라는 뉴스가 각종 언론 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올해 일본의 명목 GDP는 지난해 보다 감소한 반면, 독일은 일본을 웃돌 것이라는 예상이다. 세계 3위에서 4위 자리로 또다시 한 계단 내려앉은 일본 경제가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일본의 명목 GDP는 지난해보다 0.2% 감소한 4조 2천 308억달러(약 5천 726조원)로 예상되며, 인구가 일본의 3분의 2정도인 독일은 8.4% 증가해 4조 4천 298억달러(약 5천 996조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1위는 미국으로 26조 9천 496억달러, 2위는 중국으로 17조 7천 9억달러다.

일본은 2분기 실질 GDP가 전 분기보다 1.2% 증가하는 등 경제가 호조세를 띄고 있지만, 기록적인 엔화 가치 하락(엔저)의 영향을 크게 입은 모양새다. 명목 GDP는 실제 거래되는 가격에 기반해 산출되기 때문에, 환율 동향이나 물가 변동에 좌우된다. 엔저가 이어지면서 달러화를 기반으로 하는 명목 GDP가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평균 131엔 정도였지만 현재는 달러당 150엔에 육박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물가상승율이 높아지면서 명목 GDP를 끌어올렸다. 일본의 물가상승율은 연초에 걸쳐 4%대를 기록한 이래 3% 전후를 유지하고 있는데 비해, 독일은 지난해 하반기에 10%를 넘어섰으며, 올해 8월까지 6% 이상의 상승율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신문은 이같은 일본의 명목 GDP 감소에 대해 일본 경제의 장기적인 저성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일본의 명목 GDP는 전후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독일을 제치고 오랜 기간 동안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자리를 유지했었다.

하지만 90년대 버블붕괴를 전후로 저성장이 계속되면서 2010년에 중국에 밀려 3위가 됐다. 2015년에는 당시 아베 신조 정권이 명목 GDP 증가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달성에 실패했다.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회복에서도 일본은 미국 및 중국, 독일과 차이를 드러냈다. 코로나19 전후인 2019년과 2023년을 비교했을 때, 미국은 26%, 중국은 23%, 독일은 14% 플러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일본만이 유일하게 마이너스 17%로 전망된다.

구마노 히데오 다이이치세이메이(第一生命) 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감세와 급부금 지급과 같은 정책을 반복하면 엔저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며, 2026년에는 인도에, 2030년 전후로는 영국에게도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카이 사이스케 미즈호리서치앤드데크놀로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오히려 엔저를 이용해서 방일여행객 대상 비즈니스를 강화하거나 선진적인 개호 서비스를 수출산업으로 육성해 성장으로 연결시키는 등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검토를 지시한 세수증액 환원책에 대해, 정부가 소득세 등을 1인당 연간 4만엔(약 36만원) 가량 공제하는 ‘정액감세’를 실시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임금 상승과 같은 근본적인 경제 대책이 수반되지 않는 일시적인 감세 정책은 오히려 경제에 역효과를 불러 올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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