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극일에서 ‘있는 그대로의 일본’ 바라보는 한국 젊은이들…日산케이신문도 주목

도쿄 시부야의 밤거리. 한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사진: 최지희 기자)
도쿄 시부야의 밤거리. 한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사진: 최지희 기자)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이 무려 700만명으로 일본을 찾은 외국인 가운데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이후 한일간 인적 교류가 본격적으로 활발해진 가운데, 엔화 약세까지 더해지면서 젊은 세대들에게도 일본은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다.

실제 도쿄 시부야 도심을 조금만 걷다보면 사방에서 한국어가 들려와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을 찾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여행객들이 현저히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지난 17일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2천 507만명 가운데 한국인이 전체 28%에 해당하는 696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방일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3명꼴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물론 이처럼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이 급격하게 늘어난 주요 원인은 엔화 약세와 항공 노선 증편 등을 꼽을 수 있다. 원/엔 환욜은 지난해 11월에 100엔당 86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한국에서 센다이, 간사이 지역 등 일본 지방 각지까지 운항하는 노선이 증편되면서 직항 편수도 늘어났다.

그런데 일본을 찾는 한국의 젊은층이 크게 늘면서, 그간 반일, 혹은 혐한으로 대립하던 한일간 상대국에 대한 인식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언론 가운데 한국에 가장 강경한 자세로 유명한 산케이신문도 지난 16일, 한국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를 테마로 특집 기사를 실었다.

16일자 산케이신문 보도. 한국 젊은 세대의 대일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획 보도를 실었다.
16일자 산케이신문 보도. 한국 젊은 세대의 대일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획 보도를 실었다.

산케이신문은 반복해서 일본을 찾는 한국의 20~30대가 700만 방일여행객을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치열한 입시 경쟁으로 잃어버린 ‘원풍경(原風景)’을 일본에서 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일본을 방문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일본 여행지 가운데 하나가 일본의 ‘시골’로, 지역 마츠리(축제)에 유카타, 즉 기모노보다 캐쥬얼한 일본의 전통 의상을 입고 참가하길 원하는 이들이 많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또한 한국 젊은 세대의 일본관은 윗세대의 ‘반일’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일본’을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실주의’와 실용주의’를 특징으로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젊은 세대가 이처럼 색안경 없이 일본을 바라볼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의 경제와 문화가 발전하면서, 일본을 반드시 이기고 극복해야 한다는 ‘극일주의’적 사고가 점차 옅어지고 있다는 한국 대학생의 발언을 소개했다.

특히 IT분야가 발전하고, 한국의 영화 및 음악이 세계적으로 평가받는 환경에서 자라난 20~30대들은 일본에 대한 컴플렉스 없이 일본을 바라보게 됐다고 짚었다.

한편, 일본의 젊은 세대이야말로 한국을 바라보는 인식에 큰 변화가 찾아온 듯 보인다. 한국의 음악, 영화, 패션, 음식 등에 대한 동경을 기반으로, 한국을 더욱 깊이 알고자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과거만 해도 한국으로 유학을 떠나고자 하는 일본인 대학생은 소수파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고등학생 때부터 한국으로 건너가 대입을 준비하거나, 대학 재학 중에 한국어 연수를 위해 방한하는 일본 젊은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일 젊은 세대가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를 통해 윗세대가 가졌던 편견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가운데, 이들이 사회의 주역이 되는 시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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