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기시다각하, 지진피해자에 동정과 위문”, 日정부 “김위원장에 감사”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반도를 덮친 규모 7.6의 강진으로 인해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위문 전문을 보내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자연재해와 관련해 일본 총리에게 전보를 보낸 것도, 김 위원장이 기시다 총리에게 전보를 보낸 것 모두 처음있는 일로 알려졌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에 위문 전문을 보낸 적이 있으며, 1995년 한신대지진 발생시에는 강성산 총리가 위문 전문을 보낸 적이 있다.

이번 위문 전문은 특히 김 위원장이 기시다 총리를 ‘각하’로 호칭했다는 점에서도 매우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은 전문에서 “일본에서 불행하게도 새해 정초부터 지진으로 인한 많은 인명 피해와 물질적 손실을 입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신과 당신을 통해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심심한 동정과 위문을 표한다”고 말했다.

또한 “나는 피해 지역 인민들이 하루 빨리 지진 피해의 후과를 가시고 안정된 생활을 회복하게 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즉각 반응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6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노토반도 지진 피해와 관련해 각국으로부터 위문 메시지를 받았으며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에도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야시 관방장관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포함해 북한 최고지도자가 일본 총리에게 지진 등과 관련해 위문 메시지를 보낸 것은 예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전보에 회신할 것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하야시 장관은 “각국 정상 등의 메시지에 대한 회신은 현 시점에서는 하고 있지 않다”면서 “일본과 북한 간의 대화에 대해서는 이번 메시지에 대한 대응을 포함해 사안의 성질상 답변을 삼가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북일 간에는 최근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어 왔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1월 26일 도쿄에서 열린 ‘납북 피해자의 귀국을 요구하는 국민대집회’에 참석해 “조기 정상회담 실현을 위해 한층 더 요청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시다 총리는 또한 일본과 북한이 열매를 맺는 관계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이야말로 대담하게 현상을 바꿔야 하고 나 자신이 주체적으로 움직여 정상 간의 관계를 구축해 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해 3월과 5월에 동남아에서 북한 조선노동당 관계자와 일본 정부 당국자들이 비밀 접촉을 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북일관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북한은 지금까지 한미일 3국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외교를 해 온 적이 없다”면서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가 막혀있는 지금, 일본에 눈을 돌리고 있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전문가는 “김 위원장의 어머니인 '고용희'는 오사카 츠루하시 출신의 재일 코리언이며, 김정은의 어린 시절을 함께한 사람 중에는 아버지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인 '후지모토 겐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일본과의 연을 느끼고 있을 것이며, 인간으로서 일본을 향한 마음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