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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후루룩 후루룩' 면발 먹는 소리...예의 있다, 없다?
日 '후루룩 후루룩' 면발 먹는 소리...예의 있다, 없다?
방일 외국인 관광객, '불쾌·거부감' 느끼기도
닛신식품, 음악 흘러나오는 포크 개발까지
  • 도쿄=최지희 기자
  • 승인 2018.05.0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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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신식품이 개발한 '오토히코'는 면 요리를 먹을 때 나는 소리를 감지하면 음악이 흘러나온다. (출처: 닛신식품 홈페이지)<br>
닛신식품이 개발한 '오토히코'는 면 요리를 먹을 때 나는 소리를 감지하면 음악이 흘러나온다. (출처: 닛신식품 홈페이지)

"불쾌함을 유쾌함으로"

닛신(日清) 식품이 작년 10월 신상품 예약주문 홍보를 위해 내건 캐치프레이즈에 고개를 갸우뚱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면발을 먹을 때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는 포크라니, 기발하면서도 어딘가 석연치가 않다. 식탁 예절에 이렇게나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면발을 먹을 때 굳이 '후루룩 후루룩' 요란한 소리를 내며 먹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이 인다. '불쾌한 소리'를 상쇄시키기 위해 흘러나오는 음악 때문에 도리어 식사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닛신식품이 작년 개발한 면 요리용 포크 '오토히코(音彦)'는 결국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다. 면발을 입으로 넣을 때 나는 소리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 기발한 포크는 예약 주문 건수가 당초 목표였던 5천 개에 미치지 못해 생산 자체가 중단됐다.  

상품화에 이르진 못했다고는 하지만 '오토히코'의 개발 비화가 말해주듯 급증하는 방일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면 요리를 먹을 때 소리 내어 먹는 일본인의 식문화가 화제다. 다른 나라에서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소바나 라면 등을 먹을 때 후루룩 후루룩 '경쾌한' 소리를 내며 먹는 것이 일반적으로, '맛있게 먹고 있다'는 일종의 '의사표시'이자 '예의'이기도 하다. 

일본의 전통 예능 세계에서는 '소바'를 먹는 장면은 연출에 있어 빠질 수 없는 포인트다. 가부키(歌舞伎) 공연 가운데는 무대 위에서 실제로 소바를 먹는 공연도 있다. '후루룩 후루룩' 소바 먹는 소리가 생동감 있게 커질수록 관객은 열광한다. 공연이 끝난 뒤 가부키좌(歌舞伎座) 뒤편 소바 가게는 밀려든 손님들로 언제나 만석이다. 라쿠고(落語) 공연에서도 소바를 먹는 장면은 자주 등장한다. 라쿠고 세계에서 '후루룩 후루룩' 소리는 이른바 '에도 정서'를 연출하는데 필수 요소 가운데 하나다.

일본의 소바 요리 전문점. 소바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사진=최지희 기자)

그렇다면 일본인은 언제부터 소리를 내며 소바를 먹기 시작했을까. 소바 요리가 처음부터 면 요리였던 것은 아니다. 떡과 같은 형태인 '소바가키(수제비처럼 덩어리로 빚은 메밀을 국물에 넣어 먹는 요리)' 요리가 소바의 원형이다. 동경가정학원대학 명예교수 에하라 아야코(江原絢子) 씨는 소바를 소리 내어 먹는 식문화의 근원을 외식문화가 발달했던 에도(江戸) 시대에서 찾았다. 당시 길거리 가게들에서는 소바가키를 먹기 쉽도록 면 형태로 만들어 파는 것이 유행이었다. 에하라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밖에 서서 소바를 먹을 때 '후루룩' 빨아들이면 면이 빨리 식어 쉽게 먹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에하라 교수는 또한 일본인은 비교적 식사 시 소리를 내는 것에 관대한 편이라고 말한다. 단무지나 센베과자를 먹을 때 '아삭아삭' 소리를 내며 먹어야 맛있게 먹는 것이라고 인식하기도 한다. 오챠즈케(차에 말아먹는 밥)를 먹을 때도 일본 특유의 식문화가 드러난다. 입에 밥그릇을 최대한 가까이 붙여 '후루룩' 소리 내며 흡입하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쌀이 주식인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밥그릇을 손에 들지 않고 스푼으로 떠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편 일본에서도 후루룩 소리 내며 먹는 것이 '전통'이 아니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가마쿠라(鎌倉) 시대부터 무사의 예법을 계승해 온 오가사와라류예법(小笠原流礼法) 31대 종가의 오가사와라 기요타다(小笠原清忠) 씨에 따르면, 무가(武家) 사회에서는 식사 시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상식이었다고 한다. 그는 "에도를 찾아 타지에서 온 이른바 '관광객'들이 후루룩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는 에도 서민 문화에 매력을 느끼고 흉내 낸 것이 일본 전체에 퍼진 것이 아닐까. 면 요리를 소리 내어 먹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문화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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