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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이런 사람 꼭 있다!?” 
“회사에 이런 사람 꼭 있다!?” 
하라스먼트(harassment)종류로 보는 일본의 직장내 갑질
  • 도쿄=윤이나 기자
  • 승인 2018.11.12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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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업시간 경감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없으면서 현장이나 실무를 잘 모르는 상사가 사원들에게 “잔업하지 말라”, “정시에 퇴근해라” 등 퇴근을 강요하는 것을 뜻하는 '지타하라'가 일본의 '2018 신조어·유행어대상'에 노미네이트됐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도쿄=프레스맨) 윤이나기자 = 지난 7일, 올해를 떠들썩하게 만든 일본의 '2018 신조어·유행어대상' 후보로 30개 단어가 노미네이트 됐다. 평창올림픽에서 대활약한 컬링여자팀이 자주 썼던 “そだねー(*1)”나,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 ‘옷상즈러브(おっさんずラブ)(*2)’ 등 올해를 추억할 만한 단어들이 눈에 띄는 가운데, 모든 일본의 샐러리맨이라면 그저 웃어넘길 수 만은 없는 ‘지타하라(ジタハラ)’가 포함됐다.

(*1) ‘그러네’, ‘맞아’ 등의 의미로 여자컬링팀의 출신지역인 홋카이도 독특한 억양 덕택에 한동한 유행했다.
(*2) 올해 4월 21일부터 6월2일까지 매주 토요일에 방영된 아사히TV의 드라마. 아저씨의 사랑(동성애)을 다룬 다소 마이너한 주제를 코믹하게 그려내 상반기 드라마 중 대히트를 쳤다.

‘지타하라’는 ‘시간단축’이라는 한자어의 ‘시(時)’와 ‘단(短)’을 일본발음으로 읽은 ‘지탄(時短)’과, 괴롭힘을 뜻하는 ‘하라스먼트(harassment)’가 합쳐친 ‘지탄하라스먼트’의 줄임말로, 잔업시간 경감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없으면서 현장이나 실무를 잘 모르는 상사가 사원들에게 “잔업하지 말라”, “정시에 퇴근해라” 등 퇴근을 강요하는 것을 뜻한다. 

'지타하라'는 아베정권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하는 방식 개혁(働き方改革)'의 동전의 뒷면과도 같다. ‘일하는 방식 개혁’은 본래 효율적인 업무 처리 시스템 도입, 탄력적 근무시간 운영 등으로 여성의 사회활동 장려와 장시간 노동 억제 및 이를 통한 소비진작을 꾀하기 위한 방책이었으나, 오히려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지타하라’를 호소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근무환경 개선이나, 문서의 페이퍼리스(paperless)화, 업무분담 등 구체적인 해결책 없이 상사가 ‘회사에서 잔업은 그만하고 빨리 퇴근하라’고만 하는 탓에 오히려 집에 가서도 남은 일을 처리해야 하고 잔업수당도 받을 수 없는 불상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일본사회에서 ‘하라스먼트’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괴롭힘을 뜻하는 ‘파워 하라스먼트(파워하라)’와 남녀상관없이 성적인 괴롭힘을 뜻하는 ‘섹슈얼 하라스먼트(세쿠하라)’라는 단어가 수십년 전부터 널리 쓰여왔다. 최근 들어서는 직장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괴롭힘을 ‘〇〇하라’, ‘△△하라’라고 칭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는데, ‘지타하라’외에도 대표적인 것을 예로 들자면 다음과 같다.

①알콜 하라스먼트(아루하라/アルハラ)

회식 자리에서 벌칙게임이나 상하관계를 이용해서 상대를 지명하는 등 하여 술 마시는 것을 강요하는 것을 뜻한다. 본인의 체질이나 의향을 무시하고 원샷을 시킨다거나 술을 진탕 마시게 해서 정신을 못차리게 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주류 이외의 음료는 준비하지 않는 등 술을 못마시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도 해당된다.

②젠더 하라스먼트(젠하라/ゼンハラ)

‘남자다움’, ‘여자다움’을 강요하는 괴롭힘이다. 성적인 괴롭힘인 ‘세쿠하라’와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일반적으로 생각되어지는’ 남자다움, 여자다움이라는 잣대로 상대를 평가하거나 비난하는 언동이다. 예를 들면 ‘남자가 왜 그렇게 힘도 없이 비실하냐’, ‘여자가 되서 왜 그렇게 많이 먹냐’ 등의 폭언이나, 회사에서 여성사원에게만 차를 대접하는 일을 시키거나, 체력을 필요로 하는 일은 남성사원에게만 시키는 일 등이 포함된다.

③테크놀로지 하라스먼트(테크하라/テクハラ)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를 잘 아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컴퓨터나 MS Office등 컴퓨터를 활용한 업무스킬에 익숙치 않는 사람이 트러블로 고생하고 있을 때, 알려준다면서 일부러 전문용어를 사용해 오히려 상대를 곤혹스럽게 한다거나, ‘이런것도 모르냐’ 면서 무시하고 압박을 가하는 언동이 포함된다.  

④에이지 하라스먼트(에이하라/エイハラ)

중년 이상의 시니어 사원에게 나이(age)를 관련지어 괴롭히는 언동을 뜻한다. 예를 들면 “나이도 있으신데 무리하지 마세요”라던지 “나이도 드실만큼 드셨으면서.. (아직도 회사에 남아있느냐)” 등의 언어폭력이나, 채용시 나이와 관계 없는 업무 임에도 불구하고 ‘XX세 까지 가능’ 등 연령제한을 두는 것 등이 해당된다.

⑤마타니티 하라스먼트(마타하라/マタハラ)

임신했거나 또는 출산한 여성(maternity)사원에 대해 이루어지는 괴롭힘이다. 구체적으로는 결혼이나 출산으로 인해 출산·육아휴직, 근무시간 단축제도 등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업무상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정신적, 물리적 괴롭힘을 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상사나 동료들에게 “이런 바쁜시기에 육아휴직이라니(또는 단축근무라니) 부럽다”라는 등 비꼬는 말이 해당된다.  

⑥메리지 하라스먼트(마리하라/マリハラ)

연애나 결혼(marriage)에 관한 화제로 상대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주는 괴롭힘이다. “여자친구(남자친구)가 없다고?!”, “그럼 만들려고 노력해야지. 노력안하면 안생겨”, “〇〇씨, 꽤 나이도 찼는데 슬슬 결혼해야지?” 등 연애나 결혼에 관한 가치관을 강요하는 것을 뜻한다. 특히 이미 연애를 하고 있거나 기혼자가 (자신은 그럴 의도가 없더라도) 이와 같은 언행을 하는 것은 일종의 우월감을 바탕으로 상대를 평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행해지는 말 들이다. 우리나라에선 직장내에서만 해당하는 괴롭힘은 아니고, 오히려 명절 때 일가친척이 모인 자리에서 이와 같은 상황이 많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일본내의 각종 직장내 하라스먼트에 대해 일부 소개해 보았다. 사소한 것이라도 마음에 안드는게 있으면 ‘〇〇하라’, ‘△△하라’ 하면서 무조건 ‘하라스먼트’를 갖다 붙인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의견도 있지만, 결국 아니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듯 누군가는 이런 언동들로 인해 분명 상처를 받았기에 한 사회의 유행어가 된 것이 아닐까. 물컵을 던지고 소리를 지르는 것도 모자라 직원을 직접 폭행하는 사건까지, 올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직장내 각종 ‘갑질’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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